도 넘는 학부모 교권침해..합의금에 떠는 교사들

문광민,이정우 2018. 12. 13.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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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쳤다고.. 적응못한다고..
교권침해 절반이 학부모
툭하면 법적책임 묻는다며
교사에 합의금 명목 금전요구
부당함 알지만 학교선 쉬쉬
정신과 치료받는 교사도
경기도 소재 한 초등학교 교사인 A씨는 요즘 밤에 잠을 설친다. 최근 한 학부모에게 준 합의금 300만원 때문이다. 평소 학급에서 적응을 어려워하던 B군 때문에 A씨는 B군 부모와 마찰을 겪었다. A씨를 못마땅해하던 학부모는 B군을 다른 학교로 전학시켰지만 학기가 끝나가는 때라 새 학교의 반 친구들 사이에도 B군이 비집고 들어갈 영역은 없었다. 학부모는 "새 학교에서도 적응을 못하는 것은 전 학교 담임 A씨가 교육을 잘못한 것"이라며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했다. 이어 소송을 당하기 싫다면 합의금을 내놓으라고 요구했고, A씨가 줄 수 없다고 하자 학부모는 300만원이란 구체적인 금액을 제시했다. 학교 측에서도 일이 더 커지는 것을 원하지 않자 결국 A씨는 울며 겨자 먹기로 합의금을 줬다.

경기도의 또 다른 초등학교에서 근무하는 교사 C씨는 학생들에게 좋은 추억을 주기 위해 과일화채 만들기 수업을 준비했다. C씨는 학생들에게 준비물을 알려주고 칼은 위험하니 가져오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다. 하지만 한 학생이 기어코 과도를 가져왔고 다른 학생이 이를 만지다 손을 다쳤다. 다친 학생의 부모는 C씨의 부주의를 탓하며 "해외여행을 예약했는데 가지 못하면 수백만 원을 보상하라" "소송도 불사해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계속 압박했다. C씨는 억울했지만 '차라리 합의금을 주고 빨리 해결하는 편이 낫지 않은가'란 고민에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다.

학부모들의 '갑질' 사례가 점차 늘면서 교사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학부모들이 걸핏하면 합의금을 요구하는 사례가 불거지면서 교사들이 더욱 위축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부 교사는 "교권이 추락할 대로 추락했다"고 토로한다.

이 같은 상황은 수치를 통해서도 간접적으로 증명된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최근 3년간 학부모에 의한 교권침해는 2016년 16건, 2017년 19건, 2018년 1학기에만 무려 31건으로 올 들어 급증했다. 또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올해 5월 발간한 '2017 교권 회복과 교직 상담 활동실적' 보고서에서 지난해 한국교총에 접수·처리된 상담 사례 508건 중 학부모에 의한 교권침해가 267건(52%)으로 절반을 넘었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이런 학부모 중 상당수가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교사를 압박한 뒤 합의금을 요구한다는 게 교육계 현장의 목소리다. 한 학교 관계자는 "이처럼 학부모가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하면서 결국에는 합의금·위로금 명목의 금전을 요구하는 경우가 드문 일은 아니다"고 귀띔했다.

일부 교장이나 교감 등 상급자들도 교사에게 부담을 떠넘긴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학교에서 어떤 일이 발생하면 교사보다는 학생의 권리에 치우쳐 있는 비대칭적인 상황"이라며 "교사가 부당함을 호소해 '교권회복위원회'를 열면 이 내용이 상급기관에 보고되기 때문에 조용히 묻고 가려는 교장·교감이 여전히 존재한다"고 귀띔했다.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 시행령' 제6조에 의해 교원과 학부모 사이 분쟁을 조정하려면 먼저 학교교권보호위원회가 소집될 수 있다. 여기서 조정되지 않은 분쟁은 시도교권보호위원회에서 조정할 수 있다. 문제는 시도교권보호위원회의 조정을 받으려면 해당 학교 교장의 결재가 필수라는 점이다. 실제로 서울시교육청에서 시도교권보호위원회를 개최한 것은 2016년 5건, 2017년 2건, 2018년 11월까지 2건에 불과했다.

한국교총 교권강화국 관계자는 "학부모에 의한 교권침해로 인해 트라우마가 생겨 정신과 치료를 받는 교사도 꽤 있다"면서 "교사가 각종 소송에 휘말리고 교권이 추락하면 제대로 된 수업이 어렵다. 교권이 마치 교사만을 위한 것 같지만 사실 교권 확립은 학생의 학습권과도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고 설명했다.

[문광민 기자 / 이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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