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먹지도, 더럽지도, 멍청하지도 않아요..IQ75~85 돼지들의 하소연
[경향신문] ‘돼지는 많이 먹는다.’, ‘돼지는 더럽고, 멍청하다.’, ‘돼지고기를 먹으면 살만 찐다.’
돼지나 돼지고기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이런 생각을 한다. 하지만 모두 오해다. 오랜 세월 돼지에 대해 연구해온 농촌진흥청이 돼지의 해인 2019년 기해년(己亥年)을 앞두고 돼지와 관련해 잘못 알려진 상식을 짚어보는 자료를 26일 내놨다.

사람들은 대개 ‘잡식성인 돼지는 아무리 배가 불러도 계속 먹을 것’이라는 편견을 갖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돼지는 일정한 양만 섭취하고 그 이상은 먹지 않는다. 농진청 양돈과 문홍길 과장은 “많은 양돈 농가가 마음껏 먹을 수 있도록 사료를 무제한으로 주지만 돼지는 스스로 적정량만을 먹는다”고 말했다.
돼지는 더러운 동물도, 멍청한 동물도 아니다. 돼지가 자기의 배설물을 잔뜩 묻힌 채 더러운 생활을 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렇지 않다. 농진청은 “공간만 충분히 확보해 준다면 돼지는 잠자리와 배변 장소를 가릴 줄 아는 ‘깔끔한’ 동물”이라고 설명했다.
돼지를 ‘멍청한 동물’로 여기는 사람이 많은데 결코 그렇지 않다. 돼지의 지능지수(IQ)는 75∼85 정도로 개(60)보다 높을 뿐 아니라 3∼4세 아이의 지능과 비슷하다. 농진청 관계자는 “돼지도 훈련을 하면 반려견과 비슷한 여러 가지 동작을 수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돼지는 후각이 매우 발달해 있다. 돼지의 후각수용체 유전자 수는 1301개로 개(1094개)보다 오히려 많다. 이 발달된 후각을 이용해 값비싼 송로버섯을 스스로 찾아내는 똑똑한 돼지도 있다.

돼지고기를 둘러싼 오해도 많다. 많은 사람들이 ‘돼지고기를 먹으면 살만 찐다’는 식으로 생각하는데 결코 그렇지 않다. 돼지고기는 영양학적으로 뛰어난 음식이다. 돼지고기에는 9가지의 필수아미노산이 균형 있게 함유돼 있다. 생삼겹살을 기준으로 하면 100g당 5877㎎의 필수아미노산이 들어있다. ‘동의보감’에는 성장기의 어린이나 노인의 허약을 예방한다고도 기록돼 있다. 돼지고기 중에는 지방 함량이나 열량이 낮은 부위도 많다. 안심의 열량은 100g당 114㎉로 삼겹살(100g당 373㎉)의 3분의 1에 그친다. ‘돼지고기는 기생충 때문에 바싹 익혀 먹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지만, 1990년 이후 돼지고기에서 기생충이 발견된 사례는 없다. 농진청 관계자는 “기생충을 우려해 돼지고기를 너무 바싹 익혀 먹을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윤희일 선임기자 yh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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