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이여 솟아라" 복분자주 4종 비교 시음기
[술이 술술 인생이 술술-73] 인생이 달콤하지만은 않아서, 가끔은 달달한 술 생각이 난다. 파김치가 된 어느 날 저녁 나는 여느 때처럼 마트 주류 코너를 어슬렁댔다. 너무 지쳐서, 단 술이 먹고 싶었다. 달되 너무 비싸지는 않은 술이 필요했다.
복분자주가 눈에 들어왔다. "그래, 오늘은 복분자주다." 보해양조의 유명한 '보해 복분자주'는 익히 보고 마셔 잘 알고 있다. 그런데 그것 말고도 낯선 녀석들이 여럿 보였다. 그냥 넘어갈 수 없었다. 나는 보해 복분자주를 포함해 총 4종의 복분자주를 샀다.
복분자주들을 각각 소주잔 네 개에 죽 따랐다. 색으로는 구분하기 어려웠다. 다 짙은 와인색이었다. 냄새로는 구분할 수 있을까. 세 개의 잔에서는 저마다 농도 차이만 있을 뿐 비릿한 복분자 향이 났다. 나머지 한 잔에서는 거의 냄새를 느낄 수 없었다.

가장 먼저 배상면주가 '복분자음'을 마셨다. 복분자 냄새를 느끼려는 찰나 시큼한 향이 올라왔다. 살짝 달아졌다가 다시 시어졌다. 전체적으로 시다는 인상이 강했다. 마신 뒤에 씁쓸한 풍미가 입안에 남았다. 젊은 친구들이 복분자음을 좋아할 것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표기대로라면 이날 마신 4종의 복분자주 가운데 유일하게 발효한 원액을 썼다. 독특한 신맛은 그래서 나는 것일까. 알코올 도수 12도. 375㎖ 한 병에 약 5000원. 복분자 발효 원액 28.54%를 넣었다.

이어 국순당의 '명작 복분자'를 먹었다. 명작은 훨씬 묵직하다. 복분자 담금주를 만들어 오래 두면 이런 맛이 날까. 단맛과 신맛에 무게가 있어 오래 숙성한 것 같은 느낌을 준다. 복분자 냄새가 쿰쿰하면서도 깊다. 앞에 마신 복분자음에 비하면 훨씬 술답다. 복분자 원액을 많이 넣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성분표를 보고 깜짝 놀랐다. 명작의 복분자 함량은 19.60%에 불과했다. 무슨 조화를 부린 것일까. 알코올 도수 13도. 375㎖ 한 병에 약 5000원.

다음에는 복분자주계의 고전, '보해 복분자주'를 마셨다. 보해는 375㎖ 한 병에 약 6500원으로 가장 비싸다. 보해는 달다. 보디감이 묵직한 편이다. 넘기고 나면 신맛이 감돈다. 입에 침이 고인다. 신맛이 가시면 약간 떫은 맛과 쌉싸름한 맛이 남는다. 가장 대중적인 복분자주이기는 한데 그렇다고 가장 맛이 뛰어난지는 잘 모르겠다. 복분자 과실주 원액 24.6%, 복분자 침출 원액 29.5%가 들어 있다. 개인적으로는 복분자음보다는 보해가 나았다. 맛만 놓고 보면 명작과 우열을 가리기 어렵다. 가격까지 고려하면 명작이다.

마지막으로 '내장산 복분자주'를 먹었다. 내장산은 이날 최고의 다크호스였다. 촌스러운 외형 때문에 별 기대를 안 하고 마셨는데, 맛은 넷 중 제일로 좋았다. 앞서 마신 복분자주에 비하면 너무 시지도, 너무 달지도 않았다. 개중 은은하고 자연스러웠다. 내가 직접 복분자를 따다 설탕을 넣고 담금주를 만들면 이런 맛이 나지 않을까. 위에서 별 냄새가 안 났다는 복분자주가 내장산이다. 360㎖ 한 병에 약 5000원. 복분자는 39.4% 들어 있다.
시음한다고 적지 않은 양의 복분자주를 마셨다. 옛 선인들은 복분자가 기력에 좋다고 하셨다. 그래서 이튿날 기력이 충만하였을까. 아니다. 기력 말고 숙취가 충만했다. 원래 당도가 높은 술은 숙취가 심한 법이다.
[취화선/drunkenhwase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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