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 살인 한해 560여명..감옥행은 10명 중 2명뿐

이승현 2018. 11. 12.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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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 회부된 음주운전자 징역·금고형 7.6% 그쳐
현행법 음주운전 살인 고의 아닌 과실로 판단
대법 양형기준 음주운전 살인도 최고 3년으로 제한
사망사고 집행유예 선고비율은 77%, 상해사고는 95%
음주운전 처벌시 과실로 보는 교특법부터 개정해야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이데일리 이승현 송승현 기자] 2013년부터 2017년까지 5년간 음주운전 사고로 2822명이 숨을 거뒀지만 사망사고를 일으킨 음주운전자 10명 중 2명만 구치소에 수감돼 형을 산 것으로 나타냈다. 술을 먹고 운전하다 사람을 다치게 해도 95%는 집행유예로 풀려난다. 대법원 양형기준은 음주운전으로 인한 사망사고라도 뺑소니가 아닌 경우에는 최고 3년형으로 제한하고 있다. 음주운전 사망사고를 고의가 아닌 과실로 인한 사고로 판단해온 탓이다. 술에 취한 채 운전대를 잡는 운전자는 살인의 고의를 가진 잠재적 살인자로 강력 처벌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음주운전자 징역·금고형 7.6% 그쳐

11일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법무부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올 들어 8월까지 재판에 회부된 음주운전자 9만6520명 중 1심에서 법원이 징역형이나 금고형을 선고한 비율은 7.6%(7316명)에 그쳤다. 91.9%(8만8668명)은 벌금형을 선고했다. 나머지는 공소기각(49건), 선고유예(15건) 등이다.

그나마 음주운전에 대한 사회적 비난여론이 거세지면서 과거에 비해 징역·금고형 선고비율이 높아졌다. 2013년에는 1.23%에 불과했다. 작년에는 6.81%를 기록했다. 5년새 6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법원은 음주운전으로 사람을 죽이거나 부상을 입혀도 실형을 선고하는 경우가 드물다. 사망사고에 대한 집행유예 선고비율은 77%, 상해사고는 95%에 달한다.

대법원 양형기준은 뺑소니가 아닌 경우에는 음주운전으로 사망자가 발생했어도 최고형이 3년이다. 일반적으로 법원은 음주운전 사망사고 발생하면 징역 8개월에서 2년 정도를 선고하지만 이마저도 77%는 유족과의 합의 등을 이유로 실형을 피한다.

검찰도 음주운전에 관대하기는 마찬가지다. 검찰은 올들어 7월까지 적발된 음주운전자 8만6160명 중 86.9%(7만4888명)을 약식재판에 넘겼다. 약식재판은 벌금형까지만 선고가 가능하다.

징역형 선고가 가능한 정식 재판에 넘겨진 음주운전자는 8.7%(7494명)에 불과하다. 그나마 과거에 비해서는 정식재판을 청구하는 비율이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2013년에는 3.09%에 그쳤고, 2015년 4.11% 작년에는 8.2%였다.

하지만 정식재판을 청구한다고 해서 반드시 엄벌에 처해지는 것은 아니다. 상습범이거나 인명사고가 발생하는 등 죄질이 나빠 정식재판에 넘겨진 7494명 중 구속된 사람은 228명 뿐이다. 전체 음주운전자 대비로는 0.3%이다. 구속영장 기각율도 25%나 된다. 전체 형사사건 기각율은 18% 수준이다.

임지웅 법무법인 P&K 변호사는 “음주운전이 처음부터 살인의 목적으로 술을 마시고 운전대를 잡은 게 아닌 만큼 고의로 처벌하기 어렵다”며 “법원은 기본적으로 음주운전에 우리나라 교통정책과 잘못된 운전문화 탓인 만큼 개인에 엄격히 책임을 묻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음주운전 살인 고의 아닌 과실로 판단

이처럼 국민의 법감정과는 달리 처벌이 관대했던 것은 검찰과 법원이 음주운전을 기본적으로 고의가 아닌 과실 범죄로 봐온 탓이다. 음주운전으로 사망자가 발생해도 가해자가 치료비와 위자료 등 금전적으로 피해를 변제하면 대부분 실형을 면할 수 있었다.

그러나 최근 음주운전에 대한 처벌 강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데다 정치권이 음주운전 처벌 강화를 목적으로 한 윤창호법 제정을 추진 중이어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에 준하는 수준으로 처벌이 강화될 가능성도 있다.

최근 故 윤창호씨 사건 등으로 인해 음주운전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법무부는 검찰에 상습 음주운전자나 사망·중상해 가해자에게 원칙적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양형기준 내에서 최고형을 구형하라고 지시했다. 음주운전을 부추긴 동승자나 유발한 자도 공범으로 수사토록 했다.

신중권 법무법인 거산 변호사는 “사회 전반에서 음주운전 처벌을 강화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만큼 검찰이나 법원 역시 이를 외면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다만 처벌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현재 음주운전자 처벌시 과실을 전제로 한 교통사고처리특례법 개정이 우선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11일 부산 해운대구에 있는 부산 국군병원에서 열린 윤창호씨 영결식에서 고인의 군 동료와 친구들이 운구하고 있다. 22살 청년인 윤씨는 군 복무 중인 지난 9월 만취 운전자가 몰던 차량에 치여 뇌사 상태에 빠졌고 음주 운전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의 ‘윤창호법’ 제정 추진을 촉발시켰다. (사진=연합뉴스)

이승현 (leesh@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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