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톡톡 플러스] 워마드, 페미니즘vs남성혐오..극단적인 성대결 지양해야

김현주 2018. 7. 15. 05:02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A씨는 "여성인권은 중요하다. 하지만 스스로 권리를 찾고 인정받으려면 과격하지 않은 방식으로 인권운동을 해야한다"며 "지금의 상대적 혐오와 분노 표출은 사회부적응자로 밖에 안 보인다. 되레 본인들이 원하는 여성인권에 마이너스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B씨는 "여성인권만 중요하고 남성인권은 안 중요하냐"며 "여성상위시대인 현 세대에 이런 극단적인 페미니즘만 외친다는 것 자체를 이해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C씨는 "여성인권은 물론 남성인권도 존중돼야 하는데, 극과 극으로 치닫고 있다"며 "여성이 차별받는다는 정당한 목적에서 벗어난 이런 과격하고 비상식적인 페미니즘은 공감받을 수 없다"고 전했다.

D씨는 "본인이 대접받고 싶으면 먼저 남을 대접할 줄 알아야 한다. 그게 세상의 기본 이치"라며 "존중받고 싶으면 존중할 줄도 알아야 하는데, 요즘 벌어지는 사태의 수준을 보면 정말 경악스럽다"고 밝혔다.

E씨는 "페미니즘의 본질이 흐려지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누가 어떤 종교를 믿건 특정 종교에서 신성시하는 것인데, 자신들만 위하고 타인에 대한 배려는 찾아보기 힘들다"고 강조했다.

F씨는 "무엇이든 그 정도가 지나치면 병이 된다"며 "여성을 존중하는 마음이면 다른 이성도, 종교도 존중해야 한다. 너무 병적으로 집착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G씨는 "워마드는 여자 일베충 같다. 일베도 이정도는 아니었다"며 "어떤 의미에선 더 악질적인 것 같다. 페미니즘을 추구하는 순수한 이들에게까지 민폐를 끼치지 마라"고 경고했다.

지난 10일 온라인 커뮤니티 '워마드(WOMAD)'에 성체에 낙서하고 불태운 사진이 게재돼 파문이 확산하고 있다.

이 게시물을 올린 워마드 회원은 "천주교는 여자는 사제도 못 하게 하고, 낙태죄 폐지 절대 안 된다고 한다"면서 "(성체는) 그냥 밀가루를 구워서 만든 떡"이라고 적었다.

가톨릭에서는 성체를 현존하는 예수 그리스도의 몸으로 여기며, 미사 때 성찬의 전례를 거행하며 신자들에게 나눠준다. 이에 따라 성체 훼손은 곧 신앙의 대상을 모독하는 것과 다름없는 일로 교회법상 매우 심각하게 다룬다.

워마드는 2015년 말 여성주의 표방 사이트 '메갈리아'에서 독립해 온라인 카페에서 활동하다 작년 초 현재 운영되고 있는 새 사이트를 열었다. 워마드라는 이름도 메갈리아에서 떨어져 나오면서 여성을 뜻하는 영어 Woman과 유목민을 지칭하는 Nomad를 합성해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언론이나 온라인 게시물은 워마드를 페미니즘 사이트라고 소개하지만, 워마드는 공식적으로 여권 신장과 양성평등을 추구하는 페미니즘을 표방하지 않는다. 오히려 대다수 회원은 오히려 남성혐오와 여성우월주의라는 정체성을 공유한다.

한 회원은 '워마드는 페미니즘 사이트가 아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게시판에 올리면서 "웜(워마드의 줄임말)은 페미니즘이 아니라 남혐하는 곳"이라고 밝혔다. 이 회원은 "목적을 위해서가 아니라 스포츠로 남혐한다고 결론이 났다"면서 "여권 상승이 목표인 래디컬 페미니즘이 아니라 사회 구조를 전복시켜 여성들이 지배하겠다는 여성우월주의"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회원도 '워마드가 혜화 시위랑 페미니즘이랑 무슨 상관이냐'는 게시글을 통해 "워마드는 여남평등에 관심이 없으며 극단적 남성말살주의"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업계의 한 전문가는 "워마드는 익명으로 운영되는 산발적이고 유동적인 사이트라 단일한 집단으로 명명하기 어렵다"며 "회원 중 스스로를 페미니스트라고 칭하는 사람도 있지만, 페미니스트가 아니라고 적극적으로 표방하는 이들도 있어 어떠한 계열의 페미니스트라고 섣불리 진단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남녀평등' 본질 사라지고 극단적인 혐오만 재생산

워마드가 대체로 남성혐오·여성우월주의를 앞세우긴 하지만, 이용자 전부가 여성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현재 워마드 사이트에 가입할 때 성별을 확인하는 절차는 존재하지 않으며, 이외 개인정보를 요구하지도 않는다. 아이디와 닉네임, 비밀번호를 적고 회원가입을 마치면 회원으로 활동할 수 있다.

일각에서 페미니즘에 반대하는 남성들이 여성 혐오를 조장하기 위해 워마드에 가입한 뒤 일부러 여성 혐오를 조장하는 게시물을 올리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다.

다만 '남자화장실 몰래카메라 사진'과 같이 민감한 내용이 모여있는 '데스노트' 게시판의 경우 여성임을 인증하고, 등급이 상향 조정된 회원만 열람하거나 글을 쓸 수 있다.

워마드 회원의 활동 방식은 '미러링(mirroring)'으로 요약할 수 있다. 미러링은 타인의 행동을 거울(mirror)에 비춘 것처럼 똑같이 따라 하는 것을 뜻한다.  특히 남성혐오를 표출하기 위해 새로 만든 용어 중에는 남성 우월주의를 표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일베)에서 유래된 것이 많다.

워마드에서는 성형을 많이 한 사람을 지칭하는 은어인 '성괴(성형 괴물)'가 '성매매 괴물'을 뜻한다. 나이 든 여성을 지칭하는 '상폐녀(상장폐지녀)'에 맞서 '상폐남'이라는 용어도 만들어냈다. 또 '상남자'대신 '상여자'라는 표현으로 여성의 당당함과 지성을 칭찬한다.

워마드 회원들이 인사를 주고받을 때 쓰는 '하용가'는 남성이 채팅에서 만난 어린 여성에게 쪽지를 보낼 때 흔히 사용하는 "하이 용돈 만남 가능?"에서 유래했다.

최근 혜화역 시위에서 논란이 된 '재기해'라는 표현도 널리 사용되는데, 2013년 서울 마포대교에서 투신해 사망한 고(故) 성재기 남성연대 대표의 죽음을 조롱하는 말이다. 이밖에도 여성이나 남성의 성기를 지칭하는 용어와 결합해 만든 용어도 많다.

워마드에 이른바 '남성 몰카(몰래카메라)'와 같은 게시물이 심심치 않게 올라오는 것도 일베 등 극단주의 사이트와 닮았다. 이 사이트에는 최근 홍익대 회화과 실기 수업에서 촬영된 남성 누드모델 사진에 이어 한양대 에리카캠퍼스와 고려대 남자화장실에서 몰래 찍은 것으로 의심되는 동영상과 사진이 올라와 논란이 일기도 했다.

2016년 강남역 살인 사건은 한국 사회에 페미니즘 운동이 본격화되는 계기로 작용했다. 메갈리아는 그 이전에 등장한 온라인 커뮤니티지만 이 사건을 기점으로 영향력이 커졌고, 다양한 목소리를 가진 사람이 모이면서 워마드가 분리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이즈음 여성 회원이 많은 다른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페미니즘이나 여성 혐오에 대한 토론이 치열하게 이뤄졌다.

◆특정 성별 아닌 모든 사람의 동등한 권리문제로 접근해야

이번 성체 훼손 논란에서 볼 수 있듯 지나치게 과격한 방식은 생산적인 논의로 이어질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인터넷 초창기부터 2010년대까지는 온라인상 발화 권력을 남성이 쥐고 있다보니 혐오 표현이 여성혐오 위주로 이뤄졌다고 부연하고 있다.

여성혐오의 총집합 공간으로 분석되는 일베에서는 한국 여성 전체를 비하하는 단어인 '김치녀' 등 표현이 확대 재생산되고, 한국 여성은 3일에 한 번씩 때려야 말을 듣는다는 의미인 '삼일한'이라는 혐오적 유행어가 생겨났다.

일베는 여성 연예인은 물론 일반인 성인 여성이나 심지어 미성년자에 이르기까지 여성 사진을 올리면서 외모 품평을 하고 여성을 대상화했다. 일부는 형사처벌로까지 이어지기도 했다.

여성우월주의 사이트를 표방하는 워마드에는 윤봉길 의사와 안중근 의사를 '테러리스트'로 규정하며 이들이 피눈물을 흘리는 듯한 합성 사진이 올라온 적도 있다.

온라인에서 횡행하던 혐오는 오프라인에까지 등장한 것을 놓고 일각에서는 "일베 회원들이 세월호 유족 단식 시위장 앞에서 피자·햄버거를 먹으며 '폭식 시위'를 벌였던 일이 떠올라 혐오스럽다"며 우려를 제기한다.

이처럼 온라인과 오프라인 모두에서 아무런 여과 없이 혐오 발언과 행위가 난무하면서 건강하게 이뤄져야 할 성 평등 논의에 반작용을 불러일으킨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성들이 미러링으로 대응하는 데 초점을 맞추면 본질적인 이야기가 사라지고 혐오를 키울 수밖에 없다며 특정 성이나 계층이 아닌 모든 사람의 동등한 권리문제로 접근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하고 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