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공원의 축구 현장] 김종성 감독, FC 류큐의 파란을 일으키다
(베스트 일레븐)
박공원의 축구 현장

2018시즌 일본 J리그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일이 있다면 바로 J3리그 챔피언에 오른 FC 류큐일 것이다. 30라운드를 소화한 현재, 총 17개 팀이 출전하는 2018 J.3 리그에서 19승 6무 5패(승점 63점)으로 우승과 J2리그 승격을 모두 확정해놓은 상태다. 2위 가고시마 유나이티드와 승점 차가 12점이나 날 정도로 류큐의 돌풍은 아무도 예상치 않았던 일인데, 류큐의 우승과 승격이 주목받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는 본토와 멀리 떨어진 오키나와 팀으로서는 처음으로 J2리그에 진출했다는 점이다. 2003년에 창단된 류큐는 오키나와 현과 중심 도시인 나하를 연고지로 삼고 있다. 1800년대 중반만 하더라도 이 곳은 ‘류큐 왕국’이라는 별도의 독립 국가가 자리하고 있었다. 조선왕조실록에도 ‘유구국’이라는 명칭으로 거론되었던 엄연한 나라였다.
하지만 일본에 강제 병합당하면서 역사가 끊겼다. 지금은 일본인과 거의 동화되었다는 말도 나오지만, 독립운동주의자들도 존재할 정도로 본토와는 사뭇 다른 정서를 가진 곳이다. 그런 곳을 연고로 삼은 팀이 사상 처음으로 2부리그에 올랐다는 점은 의미가 남다르다고 할 수 있다.
두 번째는 이 팀을 이끌고 있는 사령탑의 출신 때문이다. FC 류큐는 올해 만 54세 조총련계 축구인인 김종성 감독의 지휘 하에 승격을 이루어냈다. 도쿄에서 태어나 동경조선고등학교 축구부를 통해 축구계에 입문했으며, 현역 시절에는 자이니치 조선 FC·주빌로 이와타·콘사돌레 삿포로 등에서 활약하다 1998년 은퇴했다.

북한 국가대표로도 선발되어 20경기에서 두 골을 성공시켰으며, 1990 베이징 올림픽 당시 북한의 은메달 획득에 공헌하는 등 나름 화려한 커리어를 밟았던 선수였다. 조총련계 선수로서 프로와 국가대표까지 두루 역임하며 한 시대를 풍미한 선수였으니, 정대세·안영학의 대선배쯤 되는 인물이라 할 수 있다.
그런 김 감독이 이끄는 류큐가 J3에서 압도적 면모를 보이고 있다. 참고로 J3에 속한 클럽들의 한해 평균 선수단 연봉은 2억 엔(한화 약 20억 원)이라는데, FC 류큐는 4,000만 엔(약 4억 원) 수준에 불과하다고 한다. 김 감독은 스스로 생각하는 축구, 스스로 관리하는 법에 대하여 무척이나 많이 강조하는 지도자다.
전체적인 그림은 감독이 그릴지라도 선수들이 주어지는 상황에 대해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자세를 갖추지 못하면 이길 수 없다는 게 김 감독의 지론이다. 팀의 철학과 방향을 제시하고, 선수들이 그 철학 아래에서 하나가 될 수 있도록 밑바탕을 그리는 데 공을 들여 성공을 거두었다. 또한, 한민족의 특성인 ‘근성’을 선수들에게 심어주기 위해 노력한 것도 FC 류큐의 성공 이유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한국 선수들 혹은 한민족 출신 선수들의 공헌도가 매우 큰 팀이라는 점도 인상적이다. FC 류큐에는 채병길·김성순·박일규·박리기 등 재일교포 선수들이 다수 자리하고 있다. 국적 측면에서 꽤 흥미로운데 미드필더인 채병길과 김성순은 한국 국적, 골키퍼인 박일규는 북한 국적, 박리기는 일본 국적이다. 모두 조선학교 혹은 민단 학교 출신으로 일본내에서 한국인 혹은 한민족의 자긍심을 가지고 성장했다. 사령관과 비슷한 성장 루트를 탄 선수들인 만큼, 김 감독의 지시를 따라 팀의 중심축으로 활약했다. 이런 선수들의 존재 역시 김 감독에게 매우 큰 힘이 됐을 것이다.
지도자로서 작지만 큰 성공을 거둔 김 감독은 J2리그에서는 지금보다도 더 탄탄하게 전력을 구성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J2에서는 전력상 약체인 만큼 힘든 승부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면서도, 한민족의 정신력과 일본인의 세밀함이라는 장점을 두루 활용해 류큐가 높은 무대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자세를 보였다. 마지막으로 김 감독은 “언젠가 기회가 닿으면 한국에서 한번쯤은 꼭 선수들을 지도해보고 싶다”라는 열망을 보였다. 일본과 더불어 동아시아 최고 수준의 리그를 가진, 거기다 같은 ‘핏줄’이라 할 수 있는 한국에서도 지도자로서 성공하길 간절히 바랐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 주어진 자리에서 더 열심히 해야 한다는 걸 잊지 않고 있다.
글·사진=박공원 칼럼니스트(前 안산 그리너스 FC 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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