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카 원기회복 프로젝트③] 스타렉스 4WD의 악취, 어찌하오리까?

현대 스타렉스 4WD를 중고로 샀다. 캠핑장비 옮기는데 이골이 나서다. 그런데 15살을 훌쩍 넘긴 스타렉스 4WD의 실내에선 쇠와 기름 섞은 냄새가 난다. 그래서 가족들이 탑승을 거부한다. 따라서 지난번 엔진에 이어, 이번엔 냄새를 청소하기로 했다.

가족 모두 타기 꺼려하는 천덕꾸러기

“냄새나서 타기 싫어.” 사랑에 빠지면 상대의 발 냄새도 개의치 않는다더니, 내가 딱 그 짝이다. 나를 제외한 가족 모두는 현대 스타렉스 4WD 타기를 꺼린다. 아니, 마뜩찮아 하는 정도가 아니라 완강히 거부한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그 중 으뜸은 역시 냄새다. 나도 어느 정도 인정하는 바다. 그래서 인수 즉시 20만 원 들여 출장 실내세차부터 불렀다.

신이 나서 달려온 세차 업체. 주차장에 스팀기를 비롯한 전문장비 부려 놓는 모습을 보고만 있어도 마음이 든든해졌다. 심지어 이들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첫 순서는 시트 떼어내기. 몇 명이 들러붙더니 순식간에 스타렉스 뱃속을 시원하게 비웠다. 이후 바닥과 천정을 부글부글 끓는 스팀으로 샅샅이 훑었다. 아울러 매캐한 훈증으로 송풍구 안쪽도 소독했다.

그러면 뭐하나. 감동의 유효기간은 짧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진원지를 알 수 없는 냄새가 스멀스멀 올라왔다. 예비군 총기보관소 문을 활짝 열 때 나는 비릿한 쇠와 느끼한 기름을 반반 섞은 냄새다. 개인 자동차 박물관의 관리가 시원치 않은 올드카에서 나는 딱 그 냄새다. 접착제를 비롯한 화학성분 그득한 새차 냄새조차 애정하는 나로선 참을 만했다.

하지만 이 때문에 운행횟수를 줄이면서, 실내에 악취가 고이는 악순환을 되풀이했다. 언제까지 가족의 원망을 외면한 채 버틸 순 없었다. 결국 불스원 프라자로 향했다. 이번 올드카 복원 프로젝트 파트너, 불스원의 베이스캠프다. 소위 이곳의 ‘차쟁이’들도 스타렉스 4WD의 냄새엔 냉정했다. “조치가 필요하다”고 고개를 저었다. 단계별로 시도해보기로 했다.

공기질 관리의 시작, 에어컨·히터 필터


탈취의 첫 단추는 에어컨·히터 필터 교체. 보통 엔진오일 교환하면서 많이 바꾸는데, 워낙 운행할 일이 없다보니 방치했다. 언제가 마지막이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을 만큼. ‘헛똑똑이’의 부끄러운 민낯이 아닐 수 없다. 에어컨·히터 필터는 실내의 송풍구 통해 나오는 바람을 정화하는 거름망. 주행거리 기준, 5,000~1만㎞마다 교체해 쓰는 소모품이다.

그런데 이 시기를 지나쳤다고 해서 꼭 냄새가 나진 않는다. 반대로, 교체주기에 못 미쳐도 쿰쿰한 냄새가 날 수 있다. 에어컨 증발기나 송풍구 안쪽, 블로워 팬에 응결된 습기로 곰팡이가 피면 그렇다. 특히 여름철에 에어컨 작동하다 바로 시동 끄면 곰팡이 필 개연성이 높다. 도착 몇 분 전 에어컨만 끈 채 바람을 틀어도 응결현상을 어느 정도 예방할 수 있다.



보통 승용차의 에어컨·히터 필터는 글러브박스 속에 자리한 경우가 많다. 난이도는 차종별로 천차만별. 요즘은 온라인에서 차종별 필터 교환법을 쉽게 찾을 수 있어 DIY에 도전해 볼만하다. 스타렉스 4WD의 에어컨·히터 필터 위치는 기상천외하다. 엔진룸 안쪽 격벽에 붙어 있다. 내기순환 모드에서 과연 어떻게 공기를 정화하는지 짐작하기 어려운 구조다.

깊숙이 손을 뻗어 커버를 열고 기존 필터를 꺼냈다. 차곡차곡 겹친 주름 부위는 원래의 흰색인데, 이미 칙칙한 회색으로 오염된 상태. 파릇한 촉감과 컬러의 새 필터로 교체했다. 교체 전후 비교를 위해 나란히 놓고 보니 둘의 차이는 극명했다. 얼굴이 다 화끈거렸다. 이번엔 진작 사놓았지만 그동안 쓸 엄두조차 내지 못했던 용품을 트렁크에서 찾아 꺼냈다.

화끈한 연막, 매캐한 냄새의 훈증캔

불스원의 ‘살라딘 탈취 훈증캔’이다. 박스를 열자 비커 같은 플라스틱 용기와 정제수 담은 레토르트 팩이 보인다. 일단 플라스틱 용기의 포일 뚜껑을 벗겼다. 용기 테두리와 약간의 간격을 두고 가운데 원통형 캔이 세워져 있다. 캔 가운덴 구멍이 있는데, 투명한 스티커로 막아 놨다. ‘본 스티커를 절대로 제거하지 말라’는 경고가 무서워 손도 안 댔다.

이제 모든 준비 끝! 불스원 담당자에 따르면, 5인승 승용차는 대개 뒷좌석 센터터널에 놓기를 권장한다고. 하지만 스타렉스 4WD는 실내가 넓어 앞좌석 아래 놓기로 했다. 모든 창문을 닫은 채 실내순환 모드로 에어컨을 켜고 잠시 기다렸다. 이제 용기와 안쪽 캔 사이 공간에 정제수만 부으면 된다. 그러면 베이킹 소다와 반응해 열을 내며 연기를 피운다.

동반석 문을 연 채 상반신만 안쪽으로 숙여 정제수를 부었다. 이게 뭐라고, 손이 살짝 떨리고 심장이 쫄깃해진다. 다행히 시작부터 반응이 격렬하진 않다. 슬며시 연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한다. 냄새가 상당히 매캐하다. 얼른 문을 닫고 차창을 통해 실내를 살폈다. 시간이 지날수록 연기의 양이 늘고 농도도 짙어졌다. 잠시 후엔 차 안이 뿌연 연기로 가득 찼다.

15분 정도 지난 뒤 스타렉스 4WD의 모든 문을 열고 용기를 꺼냈다. 실내엔 아직 빠져나가지 못한 연기와 냄새가 차 있었다. 한참을 기다렸다 다시 차에 타보니 ‘쇠×기름’ 냄새가 거짓말처럼 자취를 감춘 상태. 출장 클리닝의 20분의 1 비용(1만 원)이니 ‘가성비’도 끝내준다. 물론 연막탄 정도로 만족하고 끝낼 생각은 없었다. 아직 두 단계가 남았다.

공기 말끔히 정화하고 향기 듬뿍 더해

훈증캔의 효과를 믿지만, 단기 처방에 그칠 우려가 있었다. 공기질을 지속적으로 제어할 장치가 필요했다. 바로 공기정화기다. 지난 봄, 미세먼지가 극성을 부릴 때 집엔 장만을 했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하루 몇 시간을 보내는 차 안은 무방비 상태. 불스원이 추천한 ‘에어테라피 멀티액션’을 써보기로 했다. 모양과 크기가 딱 보온·보냉병이다. 디자인도 예쁘다.

설레는 마음으로, 제품을 꺼낸 뒤 필터를 끼웠다. 얼개를 보니 진짜 가정용 공기정화기의 축소판. 설명서에 따르면 필터는 미세먼지의 99.95%까지 거를 수 있는 H12 등급. 필터는 99.9% 항균기능이 기본이다. 따라서 곰팡이 필 걱정 없다. 컵홀더에 들어가는 사이즈에 USB로 전원을 공급받는 방식이라 자동차뿐 아니라 가정과 사무실, 캠핑 가서 쓰기도 좋다.

스타렉스의 컵홀더는 센터페시아에서 테두리와 받침이 튀어나오는 팝업식. 그래서 구멍에 퐁당 넣는 컵홀더보다 공기를 원활하게 빨아들일 수 있다. 전원을 켜자 미세한 작동음이 들려온다. 한 번 더 누르면 더 강하게 빨아들이고 뱉는다. 소음도 커진다. 하지만 주행할 땐 다른 소음에 묻혀 존재조차 잊게 된다. 천덕꾸러기에게 큰 선물을 해준 듯해 뿌듯했다.

냄새 원인을 제거했으니 이제 향기를 입힐 차례. 선바이저에 끼우는 방식의 아쿠아향 방향제로 마무리했다. 이날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코가 즐거웠다. 더 이상 창문을 살짝 열어둘 필요가 없었다. 난 평소와 달리 제한속도를 꽉 채워 달렸다. 냄새 쫙 빼고 돌아온 스타렉스 4WD에 대한 가족의 반응이 너무나 궁금했기 때문이다.(다음 회에 계속)

*‘올드카 원기회복 프로젝트’는 불스원의 지원을 받아 진행합니다.

글 김기범 편집장(ceo@roadtest.kr)

사진 스튜디오 굿 최진호 실장(pd@gooood.co.kr)

취재협조 불스원 프라자(http://bullsoneplaz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