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주식 손실 8조.. 10월 폭락 반영땐 20조 넘을듯
경제계 "국내 주식 줄이고 해외투자 늘리는 게 국민연금 전략"
국민연금이 올 들어 8월까지 국내 주식 투자에서만 8조원가량 손실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 노후 자금이 매달 1조원씩 날아간 것이다. 증시 대폭락 사태가 발생한 10월 투자 실적까지 반영되면, 국내 주식 투자 손실액이 20조원 이상 될 것이란 추측이 증시 주변에서 흘러나온다. 그러나 이날 더불어민주당 김진표 의원은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투자 규모를 오히려 늘려야 한다"고 주장해 논란이 됐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31일 공개한 '자산군별 포트폴리오 운용 현황 및 수익률(8월)' 자료에서 올해 8월 말 현재 국민연금이 보유한 국내 주식 자산이 123조6020억원으로 작년 말(131조5200억원)보다 7조9180억원 감소했다고 밝혔다. 올해 국내 증시가 하락세를 보이면서 국민연금이 보유한 국내 주식 평가액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1~8월 코스피 지수는 5.86% 하락했다. 국민연금은 국내 주식 운용 비중도 줄였다. 전체 금융자산 중 국내 주식 비중은 작년 말 21.2%에서 8월 말 19.0%로 감소했다.
그런데 여기엔 국내 증시가 10월 들어 폭락한 여파가 반영돼 있지 않다. 코스피 지수는 9월 0.9% 상승했지만, 10월 들어 급락세를 보이면서 13.4% 하락했다. 증권가에선 국민연금의 국내 증시 투자액이 123조원 안팎인 것을 감안한다면 10월 한 달 중 국내 주식에서만 16조원 넘는 평가 손실을 봤을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하지만 국민연금이 급락장에서 손실을 피하기 위해서 투자 종목 구성을 바꿨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정확한 평가 손실 규모를 현재로선 알기 어렵다. 10월까지 운용 현황은 12월 말에나 발표한다.
이런 가운데 여당에서는 오히려 주식 투자를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민주당 국가경제자문회의 의장을 맡고 있고 경제부총리를 지낸 김진표 의원은 이날 "우리 증시의 안정을 위해 국민연금이 좀 더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고 했다. 김 의원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금융 당국이 증시 안정 기금으로 5000억원가량을 긴급 조성하겠다고 발표한 것에 대해 "턱없이 부족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의원은 "기본적으로 증시 안정을 위해선 좀 더 큰 규모의 증시 안정 기금을 조성할 필요가 있고, 특히 국민연금이 문제"라고 했다. 이어 "국민 모두의 자산을 운용하는 국민연금이 지금 (국내) 주식 투자 규모를 줄이고 있다"며 "수익성이 낮아져서 그렇다는 얘기인데, 너무 근시안적"이라고 했다.
그러나 경제계에선 "국내 주식 투자로 이미 8조원 이상 손실을 본 국민연금이 국내 투자 규모를 늘리는 것은 도박이나 마찬가지"라는 우려가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장기적 관점에서 리스크(위험)를 분산시키기 위해 국내 주식 투자를 줄이고 해외 투자를 늘리는 것이 국민연금의 전략"이라며 "당장 국내 증시가 흔들린다고 해서 국민연금이 기금 운용 방향을 바꾸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했다. 여당발(發) '국민연금 추가 투입' 요구가 국민연금 기금 운용의 독립성을 침해한다는 지적도 있다. 국민 노후 자금 운용을 총지휘하는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CIO)은 15개월간 공석이었다가 10월 초에야 임명됐다. 이 과정에서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의 '인사 개입' 의혹이 불거지는 등 잡음도 있었다. 전문가들은 "신임 본부장이 임명된 지 한 달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 여당에서 기금 운용 방향과 관련한 얘기가 나온 것은 일종의 '압박'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했다.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을 지낸 전광우 연세대 석좌교수는 "국민연금 운용은 중·장기적으로 수익성과 안정성을 높이는 것이 목표이지, 시장 안정이 목적이 아니다"며 "의사 결정에 대해 정치권이 외압을 주는 듯한 언급은 자제해야 한다"고 했다.
야당도 이날 현 정부의 경제정책 전반을 비판했다.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은 당 회의에서 "경제가 이렇게 어려운데도 대통령 주재 경제회의를 한다는 게 결국 공정 성장 등 분배 위주의 회의라고 한다"며 "분배도 잘해야 하는데, 거의 '끼리끼리' 분배"라고 했다.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는 "장하성 실장, 김동연 경제부총리를 하루빨리 경질하고 실용주의 시장주의자에게 경제정책을 맡겨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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