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의 베스코 레이싱이 지난 10월 1일, 미국 보네빌 소금사막에서 사상 처음으로 바퀴에 동력을 전달하는 차량을 이용해 시속 500마일의 벽을 넘었다. 보네빌 소금사막은 과거 호수였던 장소가 말라서 형성된 거대한 평지로, 매년 자동차의 속도를 겨루는 다양한 이벤트들이 열리는 장소이기도 하다. 베스코 레이싱은 이곳에서 열린 월드 파이널스 스피드에 참가했고, 속도기록 경쟁을 위해 개발한 ‘터비네이터 II’라는 경주차로 시속 503.332마일, 약 810km/h의 최고속도 기록을 세웠다.

베스코 레이싱 외 여러 팀이 지상에서 최고 속도를 내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했거나 진행 중이다. 예를 들어 영국에서 진행 중인 블러드하운드 프로젝트는 블러드하운드 SSC라는 제트엔진을 탑재한 차량으로 2020년까지 시속 1000마일(약 1,600km/h)을 내는 것을 목표로 하며, 이미 지상에서 시속 1000km/h의 속도를 넘을 수 있다고 한다.

이런 차량과 비교해 베스코 레이싱 터비네이터 II의 시속 503마일 기록은 크게 대단하지 않아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블러드하운드는 바퀴달린 동체에 전투기 엔진을 탑재해 제트 추진력으로 달리는 차지만, 터비네이터 II는 제트추진이 아닌 바퀴에 동력을 전달하는 차량이다. 바퀴를 굴려서 달리는 차량으로 시속 500마일의 벽을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베스코 터비네이터 II의 심장은 5,000마력의 출력을 내는 가스터빈 엔진이다. 어드밴스 터빈 서비스사와의 기술협력으로 헬리콥터에 탑재되는 라이코밍 T55-L-712 F 터보샤프트 엔진을 장착했다. 이 엔진에는 마치 제트엔진을 닮은 팬이 장착되지만, 연료를 태운 가스를 뒤로 뿜어내 달리는 것이 아니라 추진력으로 동력전달 샤프트를 돌리고, 이 샤프트는 네 바퀴에 동력을 전달한다. 타이어는 미키 톰슨이 개발한 보네빌 특별사양의 24.5×7.50-16 사이즈를 장착했다.

베스코 터비네이터 II는 첫 번째 공식주행에서 순간 최고속도 503마일에 도달하는데 성공했다. 평균기록을 내자면 그에 못 미치지만, 바퀴 굴림으로 달리는 탈것으로 500마일 벽을 돌파하는데 처음으로 성공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단, 이 기록은 아쉽지만 공식적인 신기록으로 인정받지는 못한다.

신기록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두 번의 주행을 해야 한다. 코스를 두 번에 걸쳐 왕복하며 속도를 기록해야 하는데, 안타깝게도 두 번째 주행을 하기 전 비가 내리기 시작해 주행을 할 수 없었다고 한다.
아직 공식 기록으로 인정받지는 못했지만, 이들이 도전과 그 성과는 대단한 것이다. 한 번 해냈으니 그 다음 도전에서는 더욱 훌륭한 기록을 낼 수 있을 것이 분명하다. 비록 두 번을 기록해야 한다는 규칙을 충족하지는 못했지만 어쨌거나 이들은 시속 500마일의 벽을 처음으로 깼다. 그리고 아직까지 세상에 이보다 더 빠른 바퀴 굴림 차량은 존재하지 않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