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팬으로 산다는 것 [해외축구 돋보기]
도화선이 된 건 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팬이 올린 트윗이었다.
그는 두 장의 트윗 캡처 사진을 올렸다. 하나는 지난 5월 챔피언스리그 결승에서 레알 마드리드의 라모스가 리버풀의 살라흐의 팔을 안고 넘어져 살라흐가 부상을 입었을 때 트윗이었다. 리버풀 팬은 당시 이렇게 적었다. “나는 사실 라모스가 살라흐의 팔을 부러뜨리지 않은 것에 놀랐다. 완전한 수치다.” 그는 살라흐를 다치게 한 라모스의 거친 파울을 비난했다.

다른 한 장의 사진은 지난 12일 리버풀과 나폴리의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C조 최종전에서 나온 트윗이었다. 리버풀 수비수 버질 반 다이크의 깊은 태클이 나폴리 공격수 메르텐스의 발목쪽을 향했다. 메르텐스가 고통을 호소하며 그라운드에 나뒹굴었다. 반 다이크는 경고를 받았다. 리버풀 팬은 “축구가 부드러워졌다”는 트윗을 날렸다. 이 정도 태클에 경고를 준 것은 지나치다는 뉘앙스였다. 라모스의 파울을 비난했던 이 팬이 이번엔 반 다이크의 태클을 옹호했다.
맨유 팬은 두 캡처 사진과 함께 이런 문구를 달았다. ‘간단명료하게 본 리버풀 팬들’. 리버풀 팬들이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의 잣대에 머물고 있다고 이중성을 꼬집은 것이다.
맨유 팬의 이 트윗은 입소문처럼 퍼져나갔다. 리버풀 팬들이 발끈한 것도 당연했다. “볼을 먼저 건드리고 발목을 가격했다” “교과서적인 태클” “경고감도 아니다” 등등의 주장이 이어졌다. 반대쪽 팬들도 밀리지 않았다. “만약 라모스가 저런 태클을 했다면 모든 리버풀 팬들이 사형을 요구했을 것” “발목을 부러뜨려 선수 생명을 끝장나게 할 수도 있었다. 볼을 먼저 건드렸다고 해도 퇴장감”이라고 반박했다.
이 논쟁엔 끝이 없다는 걸 여러분은 잘 알 것이다. 경고나 퇴장을 주는 건 주심이다. 팬들에겐 아무 권한도 책임도 없다. 대신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말하고 싶은 것만 말할 수 있는 무한한 권리가 있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한쪽, 또는 양쪽 다리를 사용해서 정면이나 측면, 후방에서 볼을 향해 도전할 때 과도한 힘을 쓰거나 또는 상대방의 안전을 위협하는 경우 심한 파울 행위”라고 태클을 규정하고 있다. 한쪽에선 볼부터 걷어내는 환상적인 예술일지 모르지만 다른 쪽에선 선수 생명을 끊어버릴 수 있는 위험하고 비신사적인 반칙이다. 그러나 팬들의 경우, 내가 어느 쪽을 응원하느냐에 따라 시각이 달라진다. 팬덤의 세계를 지배하는 건 논리나 합리성이 아니라 무조건적인 애정과 충성이다. 그저 로맨스에 빠져 동일성을 느끼고 만족감과 행복감을 만끽하면 된다.
이런 핑퐁 논쟁이 이해되지 않거나 보기 싫다면 김영민 교수가 가르쳐준 대로 보다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게 좋다. “환상적인 태클”이라고 우겨대면 “태클이란 무엇인가”라고 물어라. “비신사적인 반칙”이라고 거품을 물면 “파울이란 무엇인가”란 질문을 던져봐라.
“니가 축구를 알아”라고 말하면 “축구란 무엇인가”라고 묻고, “내로남불 아니냐”고 따지면 이렇게 반문해라. “아, 팬이란 무엇인가.”
류형열 선임기자 rh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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