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버스터 맞먹는 '젖소 부인'.. 에로물 연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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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로비디오'는 본래 '비디오테이프에 담겨 유통됐던 성 표현물'을 지칭한다.
값싼 제작비용으로 열악한 환경에서 만들어졌던 에로비디오는 스크린으로 유통되는 제도권 에로영화와 달랐다.
저자는 1970년대 이전 영화에 등장한 성 표현에서 시작해 권위주의 통치 시절 한국 영화를 대표하는 하위 장르 역할을 했던 호스티스 영화의 흥행, 그리고 에로비디오 장르가 등장해 쇠락의 길을 걷기까지의 과정을 비롯해 에로물이 새로운 미디어에 탑재돼 유통되는 과정 등을 시대순으로 정리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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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에로비디오의 사회사 / 임영호·김은진·홍찬이 지음 / 컬처룩
‘에로비디오’는 본래 ‘비디오테이프에 담겨 유통됐던 성 표현물’을 지칭한다. 값싼 제작비용으로 열악한 환경에서 만들어졌던 에로비디오는 스크린으로 유통되는 제도권 에로영화와 달랐다.
표현이 금기를 넘나들긴 하지만 그래도 심의를 거쳐 유통된다는 점에서 소위 ‘포르노’로 일컬어지는 노골적인 불법 영상물과도 구분됐다. 제도권의 하위 문화와 불법 사이의 경계를 아슬아슬 줄타기했던 이른바 ‘한국산 성인물’이었다.
에로비디오는 1980년대 말 비디오기기 보급과 사회 개방 분위기를 타고 등장했다가 미디어의 발달과 영상 유통 방식의 변화로 2000년대에 사라졌다. 그러나 비디오테이프가 사라진 뒤에도 에로물은 미디어 유통 환경이 디지털로 옮아가고 인터넷TV(IPTV)의 고화질과 가상현실(VR)의 생동감으로 확장되는 과정에서 끈질기게 살아남았다.
비디오테이프의 형태가 아니더라도 에로물을 통칭해 ‘에로비디오’라고 쓰는 건 이 책이 B급 에로물을 하나의 장르로 대접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에로비디오의 연대기다. 저자는 1970년대 이전 영화에 등장한 성 표현에서 시작해 권위주의 통치 시절 한국 영화를 대표하는 하위 장르 역할을 했던 호스티스 영화의 흥행, 그리고 에로비디오 장르가 등장해 쇠락의 길을 걷기까지의 과정을 비롯해 에로물이 새로운 미디어에 탑재돼 유통되는 과정 등을 시대순으로 정리해 놓았다. 이어 에로비디오의 제작과 유통 과정에서 벌어진 수많은 사건과 시시콜콜한 이야기들을 죄다 끌어모아 정리했다.
에로비디오를 한 편 한 편 도마에 올려놓고 제작 과정의 비화와 흥행기록 등을 들여다보는가 하면, 제작자나 에로배우의 행적을 추적하고 당시 인터뷰를 꺼내 다시 읽기도 한다. 에로비디오 성장의 기폭제가 된 ‘젖소 부인 바람났네’가 웬만한 직배 블록버스터 타이틀 실적에 맞먹는 매출을 기록한 뒤 ‘자라 부인 뒤집어졌네’ ‘만두 부인 속터졌네’ 등 수십 편의 아류작이 잇따라 등장했던 시절의 이야기를 풀어놓기도 하고 에로비디오 배우의 첫 팬클럽, 에로비디오 전문 비평가의 등장 등에 얽힌 비화도 소개한다.
책에 등장하는 미군 장갑차 여중생 압사 사건을 계기로 반미시위가 한창일 때 나온 에로비디오물 ‘깃발을 꽂으며’와 ‘푸쉬와 호세인’ 이야기는 가히 포복절도의 수준이다.
‘깃발을 꽂으며’는 놀랄 만한 크기의 성기 하나로 미국 여성들, 심지어 부시 미국 대통령 부인까지 정복해 나간다는 식의 황당한 남성 판타지물. 작품에 등장하는 미국 여성은 백인, 흑인 등 다양한 인종으로 설정됐음에도 외국인 배우는 한 명도 나오지 않는다. 대신 한국 에로배우가 금빛 가발을 쓰고 백인 역할을 하거나 흑인 가발을 쓰고 온몸에 검은 칠을 한 채 흑인으로 등장한다.
‘푸쉬와 호세인’은 미국의 이라크전쟁 참전을 풍자한 패러디물. 이국(미국) 푸쉬(부시) 대통령이 후라이국(이라크)의 호세인(후세인) 대통령에게 미인을 보내달라고 했다가 거절당하자 전쟁을 일으킨다는 어처구니없는 내용이다.
책은 여성을 타자화하며 허무맹랑한 남성 판타지를 자극하는 에로비디오물의 장르적 문제점에 대해서는 다루지 않는다. 에로물 옹호론과 비판론을 객관적으로 건조하게 소개할 뿐이다. 대신 책은 에로비디오의 변천과 제작, 유통 과정에서 벌어진 사건들을 들춰내며 누구도 정리하지 않았던 하위 문화의 역사를 기록하는 연대기의 역할에 충실하다. 에로비디오 이전에 등장한 에로영화부터 불법 포르노, 몰카 등 음성적인 에로물까지 다룸으로써 에로 콘텐츠를 좀 더 사회 구조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해준다. 359쪽, 2만2000원.
박경일 기자 parki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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