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가족상봉 마지막 날.. "오빠 울지 마 울면 안 돼"
“오빠 울지마. 울면 안 돼.”
김병오(88) 할아버지를 기다리던 북측 가족들이 김 할아버지를 보자마자 흐느꼈다. 김 할아버지의 눈시울이 불거지며 입술이 떨렸다. 동행한 남, 북의 자녀들은 각자의 부모를 쓰다듬으며 안절부절했다.
제21차 이산가족상봉자들은 2박3일간의 상봉행사를 마치고 22일 고성 출입사무소를 거쳐 강원도 속초로 귀환했다. 이날 진행된 마지막 단체상봉과 단체 점심식사에서 가족들은 마지막까지 밝은 모습을 보이려 애쓰면서도 이내 울음을 참지 못하는 분위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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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1회차 마지막날인 22일 오후 고성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작별상봉에서 김병오(88)할아버지가 북측에서 온 동생 김순옥(81)할머니가 헤어짐을 아쉬워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금강산=사진공동취재단 |
형제와 상봉한 이수남(77) 할아버지는 “이제 또 만날 수 있을지. 안타깝다 . 우리가 젊었더라면 모를까. 안부라도 묻고살면 좋으련만”이라고 말했다. 이어 “남측에 돌아가면 부모님 산소에 가서 ‘아버지 어머니 우리 종성이, 형님 잘 살아계신 것을 확인했습니다. 부모님 기도덕분입니다’라고 하겠다”고 말했다. 배순희(82) 할머니는 북측 언니 배순복87), 북측 여동생 배순영(75)씨에게 “100세시대니까 오래 살고 다시 만나자”고 했다. 아들을 만나면 술을 좋아하는지 묻고 싶다던 이기순(91)할아버지는 이날 남측에서 가져온 소주를 물컵에 나눠 마셨다. 아들과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지 모를 소주였다. 한신자(99) 할머니는 마지막날임을 의식한 듯 작정하고 당부를 끊임없이 쏟아냈다. 북측 두 딸은 어머니 옆에 바짝 다가앉아 귀를 기울였다. 한 할머니는 “너희들이 행복하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그걸 꼭 알아야 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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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1회차 마지막날인 22일 오후 고성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작별상봉에서 김봉어(82) 할아버지가 북측에서 온 동생 김팔녀(82) 할머니와의 헤어짐을 아쉬워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금강산=사진공동취재단 |
가계도를 그려보는 가족들도 많았다. 이상윤(88) 씨는 자신의 남측 아들, 북측 조카들과 남북으로 흩어진 5형제의 이름과 그 아래 아들1, 아들2, 딸1, 딸2 식으로 순번을 적어가며 가계도를 그렸다. 독고란(91)하아버지는 남측 조카, 조카손자, 북측의 조카와 가계도를 그리며 이름과 나이를 확인했다. 현장에서 진행요원들이 찍어준 즉석사진에 주소를 적어 “꼭 갖고계시라”며 서로에게 쥐어주는 가족들도 많았다.
대한적십자사 전정희 팀장은 “지난번 상봉까진 응급차 1대가 따라 왔는데 가족들의 연세가 전반적으로 고령화되면서 의료문제가 정말 심각하다. 이번에는 응급차 5대가 왔고 처음으로 119구조대도 와있다”고 말했다. 전 팀장은 “서울, 인천, 경기지역에 실향민들이 많이 사니까 상봉장소를 합의 하에 좀 조정한다든지 정말 고민해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김예진 기자 yejin@segye.com, 금강산=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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