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업트럭 시장의 개척자, 쌍용 SUT의 변천사
쌍용자동차가 지난 8월, 최근 출시한 렉스턴의 SUT(Sport Utility Truck) 모델인 렉스턴 스포츠가 출시 6개월 만에 누적 판매량 2만대를 돌파했다고 밝혔다. 또한 쌍용자동차는 “스포츠 브랜드의 누적 판매대수가 45만대를 넘어 서면서 브랜드는 물론, 쌍용자동차의 새로운 역사를 쓰게 되었다”고 덧붙였다.
쌍용자동차가 ‘스포츠’ 브랜드로 뭉뚱그려 표현하고 있는 쌍용자동차의 SUT 라인업은 쌍용자동차에게 있어서 그 의미가 각별한 차들이다. 이들 SUT 차종은 쌍용자동차가 한창 어려운 시절을 겪고 있었던 시절을 견딜 수 있게 해 주는 전력이 되어 주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렉스턴 스포츠의 인기를 통해, 지금도 쌍용 SUT 라인업은 현재 소형 SUV 티볼리 브랜드와 함께 쌍용자동차의 보탬이 되어주고 있다. 국내에서 유일하다시피한 픽업트럭이라고도 할 수 있는 쌍용자동차 SUT 라인업의 변천사를 돌아 본다.
국내 최초의 픽업트럭 - 신진 지프 픽업
쌍용자동차가 만든 최초의 픽업트럭은 1971년 신진 지프 시절, 미국 카이저(Kaiser)社의 민수용 지프(Civilian Jeep, CJ), CJ-5를 바탕으로 개발한 ‘신진 지프’의 파생형 모델인 옛 코란도가 그 시작점이라 할 수 있다. 신진 지프는 1969년부터 생산을 개시했으나 1971년을 기점으로 모델 라인업 확대를 위해 다양한 파생 모델을 내놓기 시작했으며, 그 중의 하나가 바로 이 신진 지프의 픽업트럭 버전이다.
신진 지프의 픽업트럭 버전은 신진 지프가 ‘거화’로 간판을 바꿔 달았던 80년대에도 생산이 이루어졌다. 1982년 거화는 12인승 롱바디 버전을 대폭 개수한 뉴 훼미리 모델의 출시와 함께 픽업트럭 버전도 개수를 진행했다. 1983년에는 코란도의 이름을 사용하기 시작했으며, 1985년에 단종을 맞았다. 거화 코란도 픽업의 단종 이후 쌍용자동차가 SUT에 손을 대게 된 것은 그로부터 17년이나 지난 뒤의 일이었다.
어려웠던 시기에 태어난 쌍용자동차의 구원투수 – 무쏘 스포츠
쌍용자동차에게 있어서 2000년대는 처음부터 끝까지 힘겨웠던 나날이 이어졌던 시기다. 90년대 후반 외환위기 이래, 모회사인 대우그룹이 2000년에 공중분해되면서 쌍용자동차는 타의에 의해 분리독립을 이루었다. 다만 이 분리독립은 쌍용자동차에게 있어 좋기만 한 상황은 아니었다. 대우자동차도 해결하지 못했던 막대한 부채는 그대로 안고 있었고 대우자동차의 판매 네트워크를 활용할 수 없게 되어, 영업 면에서도 타격이 컸다.
21세기 쌍용자동차 수난사의 1막에 해당하는 이 시절을 보내고 있었던 2002년 9월, 쌍용자동차는 당시 국내 자동차 업계에서 혁신적인 시도의 결과물을 내놓았다. 그것은 프로젝트 P-100이라는 이름으로 개발이 시작된 ‘무쏘 스포츠’였다. 자사의 중급 SUV인 무쏘의 바디-온-프레임 구조를 바탕으로 개발한 무쏘 스포츠는 당시 시장에서 상당한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여기에 연 28,500원에 불과한 자동차세 등을 무기로 상당한 인기를 끌었다. 어찌나 인기가 좋았는지, 9~10월 중에 무쏘 스포츠를 계약하고 인도받기 위해서는 몇 달을 기다려야 차를 인도받을 수 있었을 정도였다. 예상 외의 뜨거운 반응과 밀려드는 주문을 처리하기 위해 간만에 쌍용자동차 평택공장이 밤낮없이 돌아가기 시작했다. 무쏘 스포츠는 어려움에 처해 있었던 쌍용자동차에게 큰 힘이 되어주었다.
무쏘 스포츠는 당시 조금씩 늘고 있었던 귀농인 인구와 함께 자영업자, 그리고 당시 레저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었던 소비층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뜨거운 관심에 대한 반대급부였는지, 무쏘 스포츠를 논란의 대상이 되었다. 일반 화물차에 비해 작은 적재함을 갖고도 화물차의 세제혜택을 그대로 받고 있었기 때문에 이 차가 ‘승용차인가, 화물차인가’에 대한 논란이 불거진 것이다.
이는 당시 허술한 국내 법규의 틈을 파고 들었기에 가능했던 것이었고, 이후 ‘화물차량의 화물칸 면적은 최소 2제곱미터 이상’이라는 규제가 신설되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국토부(당시 건교부)에서는 쌍용차에 무쏘 스포츠를 무쏘 SUT로 개명할 것을 요구했고, 2004년부터 무쏘 스포츠는 무쏘 SUT라는 이름으로 팔리게 되었다. 무쏘 스포츠는 무쏘가 단종된 지 1년이 지난 2006년, 후속 차종이라 할 수 있는 액티언 스포츠에게 자리를 물려주고 단종되었다. 무쏘 스포츠는 초도 생산이 시작된 2002년부터 단종때인 2006년까지 총 88,572대가 판매되었다.
10여년을 한결같이 버텨 온 소년가장 – 액티언 스포츠 & 코란도 스포츠
쌍용자동차는 무쏘 스포츠의 성공적인 시장 안착을 목도하며 앞으로도 이와 같은 형태의 차종이 꾸준히 필요하다는 것을 절감했다. 그리고 상하이자동차(上海汽车, SAIC)에 인수된 이래 완전 신형 차종들이 개발하기 시작하면서 이를 바탕으로 한 SUT 모델의 개발 역시 함께 진행했다.
이렇게 해서 태어난 무쏘 스포츠의 후속 차종이 바로 액티언 스포츠였다. 2006년 등장한 액티언 스포츠는 액티언의 바디-온-프레임 구조를 바탕으로 개발했다. 또한 무쏘 스포츠 시절 논란이 되었던 적재함의 크기를 2제곱미터 이상으로 확대했다. 액티언 스포츠는 기존 무쏘 스포츠의 수요층을 성공적으로 흡수하는 한 편, 레저 시장의 활성화와 함께 꾸준히 성장을 이어나갔다.
한편 이 시기는 쌍용자동차 수난사의 2막에 해당하는 국면에 접어 든 시기였다. 2008년, 상하이자동차가 쌍용자동차에 대해 법정 관리를 신청하고 경영권을 포기했으며, 인수할 때 약속했던 재투자 등은 전혀 지키지 않았다. 게다가 이명박 정부는 쌍용차의 자력 회생보다는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가하여 다른 곳에 팔아 넘기기 쉬운 상태로 만들려 했다. 이렇게 일방적으로 이루어진 구조조정은 노동자들의 대대적인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이는 오늘날 ‘쌍용차 사태’로 불리는 사건으로 이어졌다.
이 당시 쌍용자동차의 다른 모델들은 공급 상의 문제 등이 겹치며 나날이 부진한 실적을 기록하고 있었다. 반면, 그러한 가운데서도 액티언 스포츠는 꾸준히 실적을 올려가면서 쌍용자동차의 버팀목이 되어주었다. 그리고 결국 마힌드라에 인수가 확정되고 2010년경에는 부품공급 등도 안정화되기 시작하면서 실적을 조금씩 회복하기 시작했다. 2006년 처음 출시된 액티언 스포츠는 단종되는 2012년까지 11만 8,851대가 생산되었다.
액티언 스포츠의 뒤를 이어 등장한 차는 코란도 스포츠였다. 2012년 등장한 코란도 스포츠는 기본적으로는 액티언 스포츠의 대대적인 페이스리프트 모델에 가까웠다. 하지만 이 당시 쌍용자동차는 위와 같은 고난의 세월을 거치는 과정에 있었기에, 근본부터 다른, 완전 신형 모델을 개발하기에는 재정적인 여력이 부족한 상태였다. 코란도 스포츠는 새로운 디자인을 대대적으로 적용하며 호불호가 극심하게 갈렸던 액티언 스포츠의 이미지를 상당부분 지워냈다. 인테리어 디자인 역시 좋지 못한 평을 받았던 액티언의 인테리어를 걷어 내고 상위 모델이었던 카이런의 인테리어 구성을 도입하는 것을 비롯하여 대대적인 개량을 실행했다. 엔진은 초기에는 2.0리터 디젤엔진을 사용하였으나 유로6 규제의 도입을 전후하여 2.2리터 LET 엔진으로 교체했다.
코란도 스포츠는 액티언 스포츠와 비슷한 기간 동안 판매되었지만, 총 누적 판매량은 그 2배에 가까운 22만 2,696대의 판매고를 올렸다. 코란도 스포츠는 개선된 디자인과 상품구성, 그리고 레저 시장의 지속적인 성장과 함께 더욱 높은 판매고를 올릴 수 있었다. 이 덕분에 코란도 스포츠는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티볼리와 함께, 쌍용자동차의 든든한 전력으로 맹활약을 펼쳤다.
쌍용자동차 SUT 라인업의 최신작 - 렉스턴 스포츠
2018년 국내 자동차 업계에서 처음으로 발표된 신차로 등장한 렉스턴 스포츠는 쌍용자동차가 야심 차게 내놓은 대형 SUV 모델, G4 렉스턴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오픈형 렉스턴’을 캐치프레이즈로 내세운 신형의 렉스턴 스포츠는 G4 렉스턴이 가진 새롭고 독창적인 스타일과 쿼드프레임 차체구조 및 사륜구동 시스템, 편의장비 등을 고스란히 이어받은 채 공간 활용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후방의 오픈형 데크를 장착하여 태어났다.
렉스턴 스포츠는 무쏘 스포츠로부터 시작되어 액티언 스포츠, 코란도 스포츠로 이어지는 쌍용자동차의 SUT 계보와 같이, G4 렉스턴의 뒤쪽을 들어내고 적재함을 얹은 형상으로 완성되었다. 그리고 그동안 시리즈를 통틀어 꾸준히 지적되어 왔었던 뒷좌석 공간 문제를 크게 개선했다. 물론, 여전히 동형의 SUV 모델에 비해서는 여전히 공간이 부족하기는 하지만 기본 바탕이 대형 차종이었던 만큼, 코란도 스포츠에 비해 상당한 수준의 공간 증대를 이뤄냈다.
렉스턴 스포츠의 후방 데크는 기존 SUV들과 비교를 거부하는, 1,011리터(VDA 기준)의 압도적인 용량을 자랑한다. 또한 데크에 12V 전원 소켓과 회전식 데크후크를 적용해 다양한 도구 및 용품과의 접목 및 활용성도 높였다. 렉스턴 스포츠는 현재 2,320~3,058만원의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으며, 연 28,500원의 자동차세를 비롯하여 개인 사업자의 경우는 부가세 환급(차량가격의 10%)을 받을 수 있어, 높은 가격 경쟁력을 갖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