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주연 영화의 박스오피스 성적이 더 좋다
[허스토리]로 시작된 여성영화에 대한 관객의 응원과 지지는 [미쓰백]과 [국가부도의 날]의 흥행으로 정점을 찍었다. 대규모 예산을 투여한 남성 중심 영화가 손익분기점을 달성하지도 못한 채 극장에서 퇴장할 때, 두 작품은 여성 중심 영화가 한국 박스오피스에서 흥행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 보였다. 이런 흐름은 단순히 한국 극장가에만 그치지 않는다. 지역, 장르 구분 없이 전 세계적으로 여성 중심 영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관객과 창작자 모두 필요성을 꾸준히 주장하지만 변화는 생각보다 더디다. 영화 한 편을 만드는 데 적지 않은 예산이 들어가는 만큼 제작사와 투자자들은 형체가 없고 편향적인 여론이 아닌 '숫자'에 기대려 한다. 객관적이고 명확한 증거가 있어야만 변화를 고려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기존의 입장을 고수한다. 그런 가운데 최근 여성 중심 영화의 흥행력에 대한 흥미로운 연구가 진행되어 눈길을 끈다.
미국 3대 탤런트 에이전시 CAA과 연구 기관 시프트7(Shift7)는 타임스 업(TIME'S UP)의 의뢰로 여성 중심 영화와 박스오피스 흥행과의 관계를 분석했다. 영화 예산이 많든 적든 여성 주연 영화는 모두 그렇지 않은 영화보다 글로벌 박스오피스 흥행 성적이 더 좋은 것으로 드러났다.
2014년 1월부터 2017년 12월까지 전 세계에서 개봉한 미국 영화 중 박스오피스 상위 350편의 제작비를 조사했다. 영화 제작비 자료는 할리우드에서 가장 공신력 있는 데이터베이스로 꼽히는 그레이스노트의 스튜디오 시스템에서 얻었다. 영화는 제작비 규모에 따라 다섯 구간(1천만 달러 이하, 1천~3천만 달러, 3천~5천만 달러, 5천만~1억 달러, 1억 달러 이상)으로 나누어 분류하고, 다시 여성 주연 영화와 아닌 것으로 구분했다. 여성 주연 영화란 출연진 리스트나 보도 자료, 배급사가 발행하는 최종 크레디트에서 여성 배우가 1번으로 기록된 영화다. 분류를 완료한 영화는 글로벌 박스 오피스 성적 평균을 구해 비교했다.
350편 중 여성 주연 영화는 총 105편, 그렇지 않은 영화는 245편이다. 박스오피스 성적은 제작비 규모로 분류한 구간 5개 모두에서 여성 주연 영화가 남성 주연 영화보다 더 좋았다. 5천만 달러 이하 중소규모 영화에서는 크지 않으나, 제작비 5천만~1억 달러 영화에서는 약 7,500만 달러, 1억 달러 이상 영화에서는 약 7,400만 달러의 차이를 보였다. 제작비 1천만 달러 이하의 저예산 영화는 여성 주연 작품이 많은 반면, 5천만 달러 이상 중대규모 영화로 갈수록 여성 주연 제작 영화가 줄어든다. 제작비가 커질수록 여성 주연 영화가 줄어드는 것을 고려하면 결과는 큰 의미를 지닌다.
연구는 영화를 주연의 성별이 아닌 '벡델 테스트' 통과 여부로 분류해 박스오피스 성적을 비교하기도 했다. 벡델 테스트는 세 가지 조건을 충족하면 통과한다. 첫째) 이름을 가진 여성 캐릭터를 최소 2명 포함할 것, 둘째) 서로 이야기를 나눌 것, 셋째) 남성에 대한 것 이외에 다른 대화를 나눌 것이다. 테스트를 통과한 영화는 전체의 60% 정도였으며, 박스오피스 흥행 성적을 비교하면 통과한 작품이 그렇지 않은 작품보다 성적이 좋았다. 특히 제작비 1억 달러 이상 영화만 비교하면 벡델 테스트 통과 영화의 성적 평균이 6억 1,800만 달러인 반면, 통과 못한 영화의 성적 평균은 4억 1,300만 달러다. 제작비가 많아질수록 벡델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한 영화가 점점 많아지는 걸 고려하면 다양성과 차이가 흥행 성적을 결정한다는 주장은 더욱 힘을 얻는다. 2012년 [호빗: 뜻밖의 여정] 이후 전 세계 박스오피스에서 10억 달러 이상 벌어들인 영화는 모두 벡델 테스트를 통과했다는 사실 또한 다양성과 흥행의 상관관계를 뒷받침한다.
이번 연구는 영화 스크린 위에서 '포용' 추구는 단순이 사회, 문화, 정치적 함의뿐 아니라 경제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증명한다. 시프트7 대표 매기 스미스는 "우리가 스크린에서 보는 것이 우리가 자신과 서로를 바라보는 시각을 좌우하며, 자신감을 키우기도 하고 꺾기도 한다. 지금까지 스크린에 잘 등장하지 않았던 이들의 캐릭터가 정형화되거나 아예 제외하는 것은 사람들의 자존감을 꺾고 롤모델을 빼앗는다. 결과적으로 사람들이 펼칠 수 있는 사회적, 경제적 잠재력을 앗아간다."라고 연구의 함의를 설명했다.
타임스 업 CEO 리사 보더는 이번 연구를 통해 '다양성'이 경제적으로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지적하며, "스튜디오는 투자자에게 언제나 최선의 결과를 보여줘야 하는 책임이 있고, 이번 연구가 이들에게 명확한 접근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CAA의 크리스티 하우베거는 "영화 관객의 절반이 여성인데, 영화 업계에선 여성 주연 영화가 덜 성공한다는 믿음이 있다. 이번 연구는 그 가정이 틀렸음을 보여준다."라고 분석하며, 영화 제작을 결정하는 의사결정권자가 다양성과 포용을 적극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감독
- 이지원
- 출연
- 한지민, 김시아, 이희준, 권소현, 백수장, 장영남, 김선영, 이주영, 이정은
- 장르
- 드라마
- 개봉
- 2018.10.11
- 감독
- 최국희
- 출연
- 김혜수, 유아인, 허준호, 조우진, 뱅상 카셀, 김홍파, 엄효섭, 송영창, 권해효
- 장르
- 드라마
- 개봉
- 2018.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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