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견에게 '입마개' 채운다?.. 전형적인 '땜질식' 처방"
“이제 태어난 지 6개월 된 애기가 어제 무지개다리를 건너 하늘의 별이 되었습니다.”
‘맹견’으로 분류되는 로트와일러 품종의 개가 지난 5일 마취총에 맞아 숨졌다. 이름이 ‘맥스’인 이 개는 주인이 집을 비운 새 홀로 문밖을 나섰다가 변을 당했다. 주민의 신고로 출동한 119안전요원은 복도 끝에 웅크리고 있던 맥스에게 수의사 동행 없이 마취총을 쏜 것으로 알려졌다.
견주는 7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개) 잃어버릴 때마다 소방관들 오면 구조가 아니라 살인”이라며 “구조라는 뜻을 잘 모르고 마취총을 쏴재끼는데 제발 구조를 해주세요. 죽이지 말고”라고 분노했다.
덩치 큰 맥스가 맹견으로 분류된 품종이라 구급대원이 섣불리 마취총을 쏜 거란 비난이 거센 가운데 동물권단체 케어의 박소연 대표는 15일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맹견을 품종만으로 분류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며 “교육, 반려견 공원 확충 등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맥스는 엉덩이가 아닌 어깨 쪽에 마취총을 맞았고, 이송 중 근육경련으로 숨졌다고 전해진다. 견주는 “소방관이 (개 체중) 20kg 중량의 마취약을 썼다고 하는데 어떻게 31kg였던 맥스가 죽었을까요. 수의사라도 동행했으면 이송 중에 근육경련이 일어나서 죽을 일은 없었을 것입니다”라며 “(응급대원이) 수의사랑 동행조차 하지 않고 응급처치도 안 했으며 시도조차 안 했겠죠. 견주의 주의도 물론 필요합니다. 근데 죽이진 맙시다”고 비판했다.
박소연 대표는 이에 대해 “(맹견 품종인) 개에 대한 무조건적인 공포심이나 선입견 때문에 이번 사고가 유발된 게 아닌가 싶다”며 “(동물원을 탈출했다가 마취총을 맞아 목숨을 잃은) 퓨마 뽀롱이도 그렇고 충분히 구조 당시에 사전 훈련, 매뉴얼 등에 따라 구조할 수 있었다. 마지막 수단으로 생각해야 할 게 마취총”이라 말했다.
그는 이어 “소방서 측에 물어보니 어디에서도 이런 (구조) 훈련을 받거나 동물 구조 매뉴얼이 정해져 있는 곳이 없다더라”며 “이런 게 우리나라 동물 구조 현장에서 벌어지는 현실”이라 꼬집었다.

박 대표는 개의 품종만으로 맹견이라 규정짓는 건 무의미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개들마다 성격이 다 다르다. 개의 종류로 개를 특정 짓는 것, 성격을 구분 짓는 건 효과적이지 않다”며 “미국 백악관에서 발표를 한 적이 있다. 맹견에 대한 규제가 오히려 예산만 낭비하고 실효성이 없었다는 내용이다. 미국의 여러 주도 맹견 관련 규제를 아예 없애는 상황”이라 소개했다. 또 “선진국에서도 맹견 규정을 없애나가는 추세인데 우리나라만 맹견을 이렇게 규정하는 게 문제”라고 덧붙였다. 국내 동물보호법 시행규칙(제1조의2)은 맹견을 도사견, 아메리칸 핏불테리어, 아메리칸 스태퍼드셔 테리어, 스태퍼드셔 불테리어, 로트와일러 등 5종과 그 잡종으로 규정하고 있다.
박 대표는 또 “개물림 사고를 조사해보면 대부분 집에서 기르는 개들이 주인을 무는 경우가 가장 많다”며 “특히 큰 개보다 작은 개들이 교육되지 않은 상태에서 주인을 무는 경우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개들이 사람을 무는 이유에 대해 “너무 통제된 상태에서 키우는 개들. 짧은 줄에 묶어놓거나 철창에 가둬둔 개들... 이런 개들은 자유로워졌을 때 치명적인 사고를 일으킬 가능성이 크다”며 “개농장에서 키우는 개들이 탈출해 농장주를 무는 일이 많은 게 이런 이유”라고 전했다.

박 대표는 케어가 정부의 반려견 입마개 규제를 철폐시킨 일을 설명하며 “입마개는 개에게 또 하나의 통제방식이다. 개가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며 “사람과 친화적이야 사고가 없다. 입마개는 전형적인 ‘땜질식 처방’이다. 무니까 재갈만 물리면 된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목줄 길이를 2m로 제한하는 것도 문제”라며 “제한할 방법이 불명확하다. 단속요원이 줄자를 들고 다닐 수도 없는 거고... 반려인과 비반려인 사이에 갈등만 조장할 수 있다”고 했다. 박 대표는 목줄 길이 규제는 의무가 아닌 권고 수준으로 둬야한다고 제안했다.
박 대표는 또 “우리는 지금 맹견을 기르는 반려인과 반려견만 통제하려 한다”며 “정말 맹견의 문제라고 생각한다면 투견, 사냥을 목적으로 맹견을 기르는 사람들을 규제해야 한다. 정부가 맹견의 수입과 번식을 철저히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반려견 정규교육, 반려견 공원 등 필요”
박 대표는 성숙한 반려문화 및 환경적 뒷받침이 중요하다고 보았다. 그는 “엄격한 반려동물 등록제와 교육이 있어야 한다. 정규 교육에 반려동물 관련 시청각 교육을 넣어야 한다”며 “또한 반려동물 운동장을 지역에 많이 만들어줘서 개들을 풀어놓고 운동시킬 수 있는 곳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이를 통해 개들이 성격적으로 순화되고 사회성도 길러질 수 있고 활동량도 충분해진다. 에너지가 충분히 발산되지 못하면 공격성이 커질 수 있다”며 “특히 큰 개는 교육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사람을 물면 큰 사고가 되므로 정규교육이 필수적”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이러한 반려 정책을 위해) 반려견주들에게 세금을 부과하는 방법도 있다. 차라리 세금을 내서 반려견주들이 당당하게 권리를 주장한다면 비반려인과의 마찰도 피할 수 있다”며 “의외로 이런 세금 정책에 찬성하는 반려인이 많다”고 소개했다.
나진희 기자 na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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