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평이 추천하는 이 작품] 혀로 핥는 사랑, '미쓰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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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테인먼트 전문 미디어 텐아시아가 '영평(영화평론가협회)이 추천하는 이 작품'이라는 코너를 통해 영화를 소개합니다.
그러니 어쩌면 영화 속 상아와 지은이 바란 것은 혀로 쓱 핥아주는 위안이었을지도 모른다.
을씨년스러울 정도로 색감이 없는 화면 속에서 격앙된 감정의 흐름을 정점에서 계속 이어가야하기에 숨 가쁜 영화 '미쓰백'은 배우들을 통해 제대로 숨을 쉬는 영화다.
예측 가능한 결말이 에두른 봉합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점에서 '미쓰백'은 끝내 응원해주고 싶은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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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테인먼트 전문 미디어 텐아시아가 ‘영평(영화평론가협회)이 추천하는 이 작품’이라는 코너를 통해 영화를 소개합니다. 현재 상영 중인 영화나 곧 개봉할 영화를 영화평론가의 날카로운 시선을 담아 선보입니다. [편집자주]

눅눅하고 축축하다. 습기 찬 바닥을 기어가며 사는 이들에게 찾아온 감정은 그렇게 젖어있다. 부드러워 본 적이 없는 그 감정은 직선이고, 사는 게 지긋지긋한 그 마음은 잔뜩 휘어 꿈틀거린다. 그래서 닿을 듯 말 듯 애태우는 감정은 소멸되기도 전에 눅진거리는 바닥에 가라앉는다. 그래서 우리가 보는 것이 두 사람 사이의 애틋한 교감인지, 두 사람이 나눈 것이 사랑인지 의심하게 된다. 야생동물처럼 날이 선 감정과 신경병적인 경계심은 상처 받은 짐승에 가깝다. 그러니 어쩌면 영화 속 상아와 지은이 바란 것은 혀로 쓱 핥아주는 위안이었을지도 모른다.
자신을 지키려다 어린 나이에 전과자가 된 백상아(한지민)는 이를 통해 알게 된 형사 장섭(이희준)으로부터 자신을 학대했던 어머니의 사망 소식을 듣는다. 그런 그녀의 주위에 학대 받는 아이 지은(김시아)이 나타난다. 춥고 어두운 골목에서 만난 상아와 지은은 상처 받은 짐승처럼 서로를 알아본다. 지은은 상아의 과거였고, 방치해두면 지은은 상아의 미래가 될 것이다.
실제로 사회적인 파장을 낳았던 6개의 아동 학대 사건을 녹여냈다고 하니, 학대의 묘사와 방법에서 느껴지는 기시감이 관객들에게는 잔인한 고통을 준다. 그래도 외면하지 말고, 눈 돌리지도 말고 끝끝내 들여다보라고 들이민다. 자극적인 폭력의 수위에도 불구하고 숙연한 슬픔에 빠지게 만든다. 그리고 끝내 보고 만 불편한 장면들이 못내 불편한 뒤끝으로 남는 이유는 지금, 현재, 여기, 우리들 곁에서 버젓이 벌어지는 일이라는 자각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가 자주 접했고, 분노했고, 손을 모았지만 공권력과 사회는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씁쓸하게 보여준다.

‘미쓰백’을 통해 관객들이 만나는 것은 지금 우리가 약자들을 대하고 바라보는 시선과 편견, 그 자체다. 아동 학대 피해자를 품어야 하는 것은 사회적 보호망인데, 자꾸 가정이라는 가시덤불로 되돌려 보내어지는 아이, 끔찍한 상처을 입었지만 혈육이라는 보호자가 없으면 병원 치료도 받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지원 감독은 아동 폭력과 성폭행의 상흔에서 벗어나지 못한 그녀가 백상아라는 고유명사 대신, 스스로를 미쓰백이라 보통명사화하면서 살아가게 하는데, 미쓰백은 사회의 안전망에서 벗어난 약자들을 대변하는 이름이 된다.
‘미쓰백’은 결코 노력하지 않아서도 비겁해서도 아니지만, 변두리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여성의 거친 손과 학대받는 소녀의 손을 맞잡아 연대의 고리를 만들어 가는 영화다. 피해자와 가해자, 대상과 주체를 여성, 엄마, 계모로 특정화하여 한정지은 것은 조금 아쉽지만, 지금 우리가 듣고 보아야 하는 이야기가 여성에 관한 것이라는 점에서 이 영화는 커다란 동그라미가 된다.
을씨년스러울 정도로 색감이 없는 화면 속에서 격앙된 감정의 흐름을 정점에서 계속 이어가야하기에 숨 가쁜 영화 ‘미쓰백’은 배우들을 통해 제대로 숨을 쉬는 영화다. 이 영화에는 우리가 늘 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한 번도 몰랐던 한지민이 담겼다. 묵직한 화두가 씩씩하지만, 가끔 서사가 비포장도로처럼 털털거릴 때도 있다. 그때 권소현, 이희준, 김시아, 장영남 등 배우들은 스스로 서사가 된다. 그래서 끝내 뿌옇게 드러내지 않은 이야기의 뒷면을 한 번 더 상상하게 만든다. 예측 가능한 결말이 에두른 봉합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점에서 ‘미쓰백’은 끝내 응원해주고 싶은 영화다.
최재훈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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