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O CRITIC] 벤투의 훈련법, "전술주기화 지금 못한다"는 이유

[스포티비뉴스=파주, 한준 기자] 포르투갈 출신 파울루 벤투 감독이 한국 대표팀의 지휘봉을 잡으면서 '전술주기화(Tactical Periodization)'가 주목받았다. 주제 무리뉴 감독이 성공시대를 여는 과정에서 공과 함께 체력, 전술, 기술을 통합한 훈련법을 적용했는데, 스페인과 포르투갈을 중심으로 보급되고 통용되고 있다.
김판곤 국가대표감독선임위원장은 지난 달 벤투 감독 선임을 발표하면서 그동안 지휘한 팀의 훈련 자료를 모두 살폈고, 이 자료에서 감명을 받았다고 했다. 포르투갈의 지도기법은 상대에 대한 철저한 분석을 바탕으로 대응 전략을 구축하는 훈련을 다듬었는데, 이 역시 전술주기화의 경향이다.
전술주기화는 벤투 감독을 통해 한국에 처음 들어오는 것은 아니다.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준비 과정에 토니 그란데 수석코치, 하비에르 미냐노 피지컬 코치 등 스페인 대표팀 출신 코치진이 전술주기화 모델로 한국 대표팀의 소집 훈련 계획을 만들었다.
스페인 코치진과 함께 2018년 러시아 월드컵을 준비한 이재홍 전 대표팀 피지컬 코치는 전술주기화에 대해 "항상 상대방을 두고, 공과 함께 하는 훈련이다. 무리뉴가 강조했고, 스페인 코치진이 강조했다. 레이몬드 베르하이옌이 주장한 게임모델 훈련과 큰 차이가 없다. 상황에 따른 '의사결정(decision making)'을 계속하는 것이 전술주기화다. 전술의 기본은 의사결정"이라고 했다. 하비 미냐노 코치는 아예 "수비가 없는 상황에서의 훈련은 축구가 아니"라고 했다.
◆ 포르투갈 출신 벤투 감독, 대표팀 축구에 '전술주기화'는 어렵다
벤투 감독이 전술주기화를 한국 대표팀 훈련에 어떻게 적용할지 관심이 모아진 가운데 벤투호 첫 소집 훈련이 실시된 3일 파주축구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에서 열렸다. 첫 훈련을 앞두고 기자회견을 가진 벤투 감독에게 전술주기화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벤투 감독은 "전술주기화는 포르투갈에서도 상당히 유행을 했고, 이 개념에 대해 잘 알고 있다"면서도 "간략하게 말씀드리면 대표팀에는 적용이 어렵다"고 했다.
구체적인 설명은 이렇다. "전술주기화는 1년 내내 생활하는 클럽에서 적용이 용이한데, 간간히 짧게 소집하는 대표팀에서는 적용이 어려운 측면이 있다."
전술주기화는 전술을 우위에 두고, 체력, 기술 통합 훈련 프로그램을 짜고, 선수들을 단계별로, 체력적으로, 기술적으로 동시에 발전시키는 방법론이다.
벤투 감독의 말대로 치밀한 계획 하에 전술주기화를 적용하는 것이 대표팀 레벨에선, 특히 짧은 A매치 소집 기간에는 불가능한 것이다. 2018년 러시아월드컵을 준비한 스페인 코치진도 2017년 동아시안컵 대비 소집 훈련, 2018년 러시아 월드컵 본선 전 훈련에 이 모델을 적용했는데, 원하는 수준의 체력적, 전술적 성취를 거두지 못했다.

훈련 과정에 전술주기화에서 적용하는 일부 세션을 반영할 수는 있지만, 대표팀 운영 전반이 전술주기화 방식이 되기는 어렵다. 벤투 감독은 자신이 한국 대표팀을 맡아 바꾸고 싶은 것, 만들고 싶은 것은 세부 전술과 축구 철학이라고 했다.
"선수들과 처음 만나서 하려고 한 것은, 선수들과 만나서 얘기도 하겠지만 어떤 방향을 설정하고 어떤 전술적 틀을 갖출지다. 한국 축구라면 이런 플레이를 하는 구나, 전술적으로나 감성적으로 한국 대표팀이라면 이런 좋은 축구를 하는구나라는 것을 더 보여주고, 정체성과 개념을 찾아가려고 한다. 전술 주기화는 짧은 소집에 적용하기 어렵다."
◆ 벤투가 바꾸려는 것: 한국 축구의 특징은 유지, 세부 전술과 선수 선발에 변화
벤투 감독은 감독이 새로 오면 철학에 변화가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한국 축구의 특징과 지난 유산을 무시하고 아예 원점에서 만드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 대표팀이 원래 가진 장점을 유지할 수 있는 틀을 만드는 기회로 삼고 싶다"고 했다.
"전술적으로는 기존에 했던 것에 대해 크게 변화를 줄 생각은 없다. 당장 큰 전술적 변화를 가져갈 계획은 당장은 없지만, 훈련을 시작하면 세부전술, 부분전술에 대해선 변화를 줄 것이다. 큰 틀에서 전술 변화는 가져가지 않을 것이다."
벤투 감독은 취임 회견 당시와 마찬가지로 자신이 선호하는 축구는 공격적이고, 적극적이며, 치열한 축구라고 했다. 공을 소유하고 지배하는 축구. 공격 기회를 최대한 많이 창출하는 축구다. 소유를 위한 소유가 아니라 치명적 공격을 원하는 벤투 감독은 1기 명단에 자신의 색깔을 반영했다.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참가 선수,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참가 선수와 월드컵 아시아 예선 참가 선수가 뒤섞인 명단에 남고, 빠진 선수의 유형을 살피면 신체조건보다는 기술력과 적극성, 투쟁적인 움직임을 보인 선수로 압축된다.
"황인범과 김문환의 신체조건은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체력이 작고 왜소한것보다 중요한 것이 기술적인 능력을 가진 선수다. 기술력이 있는 선수, 특히 황인범은 기술이 상당히 좋고 패스 수준이 아주 좋았고 순간순간 판단력 좋았다. 나이에 비해 장점을 가진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공격적 측면에서는 특히 체구가 작아도 다른 면이 뛰어나다면 호전적이고 치열함, 과감하게 플레이하는 게 우리이게 중요하고 필요하다. 그런 면을 보이는 선수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될 것이다."
◆ 벤투가 원하는 선수: #기술적 #호전적 #멀티플레이어
벤투 감독은 장신 공격수 김신욱을 빼고 황의조와 지동원을 원톱 옵션으로 택했고, 선택한 젊은 선수들도 이승우, 황인범, 김문환 등 체구는 작지만 기술이 좋고 전투적으로 뛰는 선수였다. 벤투 감독은 더불어 수비수 장현수를 미드필더로 선발하며 "멀티플레이어 능력을 가진 선수가 앞으로 대표팀에 긍정적인 효과를 낼 것"이라고 했다.
장현수에 대해 "중앙 수비수와 미드필더가 되는 선수"라면서 공격수 포지션도 "중앙공격수와 윙포워드를 겸할 수 있는 능력"을 구체적으로 짚으며 전술적으로 다양한 역할을 할 수 있는 선수를 원한다고 했다. 활발한 전환과 경기 중 유연하고 역동적인 축구를 원하는 자신의 기호를 분명히 말했다.

변화는 작은 것에서 시작한다. 벤투 감독은 큰 틀을 유지하지만, 선수들의 태도와 자세, 강점에 대한 시선을 다르게 두고 새로우 한국 대표팀, 자신의 한국 대표팀을 만들 계획이다. 강한 이미지의 벤투 감독은 '너무 강하면 부러진다'는 것도
겨우 5명의 필드 플레이어와 두 명의 골키퍼만으로 진행한 3일 첫날 공격 패턴 훈련에서 벤투 감독은 기술적 자신감과 과감한 슈팅을 강조했다. 복잡한 이론을 떠나 빠른 전환, 과감한 침투, 적극적인 슈팅이라는 기본 원칙을 바탕으로 공격적인 한국 만들기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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