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hat >산업人力의 산실 '전국 기능경기대회'..'산업용 로봇' '모바일로보틱스' 등 추가 50개 직종서 겨뤄

정우천 기자 2018. 10. 17.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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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회 전국기능경기대회 산업용로봇 직종(위쪽)과 제과 직종에 출전한 숙련기술인들이 지난 10일 전남 여수시 덕충동 여수엑스포에 마련된 경기장에서 주어진 과제를 수행하고 있다. 한국산업인력공단 제공

- 1966년 이후 숙련기술인 28만명 배출, 경제도약 초석으로

올 53회째…기능인 도전의 場

양복·제화 등 26개 직종 시작

金·銀따면 국제대회 선발자격

국제올림픽 19회 우승한 한국

최근 무섭게 올라온 中에 밀려

지방예선전 거친 1845명 경합

‘4차산업 혁명’ 맞춰 종목 진화

올 경북 우승… 내년 부산 개최

삼성 등 30여 기업서 취업지원

‘예비숙련기술인’ 위해 길 터줘

지난 12일 전남 여수엑스포 엑스포홀에서 열린 ‘제53회 전국기능경기대회’ 폐막식에서 스포트라이트를 가장 많이 받은 수상자는 경남공고 3학년 강익훈(18) 선수다. 부산 대표로 산업용로봇 직종에 출전한 강 선수는 대회 최고 득점자에게 주어지는 대통령상을 수상했다. 그는 지난 8~10일 사흘간 주어진 3개의 과제를 풀어 94점을 받았다. 강 선수는 “로봇이 보물 4개를 모두 찾아서 들어왔던 출입구로 다시 나가도록 하는 과제였다”며 “알고리즘(문제 해결 절차·방법을 제시한 명령어 집합)을 짜고 로봇을 원하는 코스로 이동시키느라 고심했는데 좋은 점수를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강 선수는 대회 준비 과정의 고충에 대해 “밤늦게까지 이어지는 연습에 체력적인 부담이 컸다”며 “그럴 때마다 ‘미래의 나를 위해 지금의 나에게 투자하는 것’ 이라고 마음을 다잡았다”고 했다.

지난 1966년 첫 대회 이후 한국 산업인력의 산실 역할을 했던 전국기능경기대회가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도 그 역할을 다하고 있다. 첫 대회 때 26개 직종에서 경기를 치렀던 것이 현재는 50개 직종으로 늘었다. 2009년 대회 때에는 모바일로보틱스(컴퓨터 등을 이용해 로봇을 원격조종) 직종이 신설됐다. 2015년에는 산업용로봇이 시범직종으로 도입됐다. 2017년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에서 열린 제44회 국제기능올림픽에서는 우리나라가 제안한 ‘3D 디지털게임 아트’ 직종이 시범직종으로 채택되기도 했다.

첫 대회 때 9명의 선수가 선발돼 이듬해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제16회 국제기능올림픽대회에 출전했다. 처음 출전한 국제대회에서 금메달을 딴 선수들은 양복 부문 홍근삼 군과 제화부 배진효 군이었다. 이들의 사연은 한국이 폐허에서 한강의 기적을 이룬 것처럼 감동적이었다. 6·25전쟁 때 부모를 잃은 천애의 고아인 홍 군은 양복점을 전전하며 봉제 기술을 익혔다.

이번 대회에서 자동차 차체 수리 직종 경북 대표로 출전한 신라공고 3학년 최자헌(19) 선수는 인문계 고교에 입학했다가 1학년 때 자퇴하고 직업계 고교로 진로를 바꿔 정진한 결과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러나 어머니가 태국인인 다문화가정 출신의 형제로 기대를 모았던 이종명(18·충북 영동산업과학고·CNC밀링 직종)·이종현(17·대전 계룡디지텍고·공업전자기기 직종) 선수는 아쉽게도 입상하지 못했다.

대회 금·은·동메달 수상자에게는 각각 1200만 원, 800만 원, 400만 원의 상금이 주어진다. 우수상(4∼6위) 수상자도 50만∼100만 원의 상금을 받는다. 이들 중 직종별 금·은메달리스트는 지난해 대회 금·은메달리스트와 함께 국가대표 선발전에 나갈 자격이 주어진다. 선발된 국가대표 1명은 내년 러시아 카잔에서 열리는 제45회 국제기능올림픽에 출전한다.

국제기능올림픽은 만 22세 이하 기술인들이 참여한 가운데 2년마다 개최된다. 우리나라에서도 1978년(부산)과 2001년(서울) 두 차례 열렸다. 한국은 1967년 제16회 국제기능올림픽을 시작으로 모두 29차례 참가했다. 종합우승 19차례, 준우승 6차례의 위업을 달성하는 과정에서 배출된 숙련기술인(지방기능경기대회 출전자 포함 28만 명)들이 한국 경제 도약의 초석이 됐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하지만 국제기능올림픽에서 ‘1국 천하’ 위상을 뽐내왔던 한국의 새로운 경쟁자로 중국이 떠오르고 있다. 중국은 2017년 국제기능올림픽에서 51개 전 직종에 대표선수를 출전시켜 처음으로 종합우승을 차지했다. 그해 42개 직종에 출전한 우리나라는 준우승을 했다.

시·도의 입상 순위는 금메달 80점, 은메달 50점, 동메달 20점, 우수상 3∼8점, 장려상 2점 등을 합산해 매겨진다. 이에 따라 대회 종합우승은 금메달 6개, 은메달 16개, 동메달 10개 등으로 종합점수 1712점을 획득한 경북이 차지했다. 준우승은 경기, 3위는 대구다. 다수 입상자를 배출한 기관에 수여하는 금탑은 금메달 2개, 은·동메달 각 3개를 획득한 경북기계공고에 2년 연속 돌아갔다.

대회 기술위원장인 강병하 국민대 기계시스템공학부 교수는 총평을 통해 “대회가 원만하게 치러졌다”고 평가한 뒤 “4차 산업혁명에 걸맞은 인력 양성을 위해 직종들이 진화할 필요가 있다. 내년 카잔에서 열리는 국제기능올림픽에서는 클라우드 컴퓨팅(자신의 컴퓨터가 아닌 인터넷으로 연결된 다른 컴퓨터로 정보를 처리하는 기술) 같은 새로운 직종들이 채택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전국기능경기대회만 하더라도 유망 산업의 변화상을 반영해 새로운 직종이 추가되거나 분화·교체되고 있다.

올해 대회는 고용노동부·전남도·전남도교육청이 주최하고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주관해 전남 여수·순천·목포·광양·나주 등 5개 지역 6개 경기장에서 치러졌다. 예선 격인 지방기능경기대회를 거쳐 선발된 17개 시·도 대표선수 1845명이 50개 직종에서 열띤 경합을 벌였다. 전체 참가자는 대회 관계자·교사·학부모 등을 포함하면 1만3000여 명, 경기를 참관한 시민·학생들까지 합치면 2만여 명에 달한다. 특히 대회 기간 중 진행된 청년직업진로체험 프로그램에 20여 개 학교 4400여 명이 참가했다. 해마다 월요일에 개막해 다음 월요일에 폐막했던 대회 일정이 올해는 금요일 개막, 금요일 폐막으로 바뀐 것도 지역민과 학생들의 참여도를 높이는 데 일조했다.

충남 태안여고에서 정보기술을 가르쳐 전국기능경기대회에서 지난해 동메달리스트, 올해 은메달리스트를 잇달아 길러낸 이향주(여·49) 지도교사는 “전국대회에서 입상해도 취업과 연계되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대기업과 중견기업 관계자들이 대회를 직접 참관해 우리 아이들이 얼마나 우수하며 열심히 사는지를 확인하고 데려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국산업인력공단 관계자는 “그동안 삼성전자, 삼성전기 등 30여 개 기업과 예비숙련기술인 취업지원협약을 체결한 데 이어 올 들어서만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경제 5단체를 비롯해 롯데그룹, 한화에어로스페이스, CJ푸드빌 등 대기업들과 같은 협약을 맺었다”며 “지속적으로 기업들의 협조를 구하면서 예비숙련기술인들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는 활동도 펼쳐 나가겠다”고 말했다. 내년 제54회 전국기능경기대회는 부산에서 열린다.

여수=정우천 기자 sunshin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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