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이날']7월23일 '부천서 성고문 사건' 문귀동 징역 5년 선고
[경향신문] [오래전 ‘이날’] 1958년부터 2008년까지 10년마다 경향신문의 같은 날 보도를 살펴보는 코너입니다. 매일 업데이트합니다.

■1988년 7월23일 부천서 성고문 가해자 문귀동 징역 5년 선고

올초 서지현 검사의 성추행 폭로 이후, 법무부는 ‘법무부 성희롱·성범죄 대책위원회’를 발족해 조직내 성범죄를 발본색원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습니다. 이때 세간의 화제를 모은 인물이 있습니다. 바로 대책위원회의 위원장으로 임명된 권인숙 한국여성정책연구원장입니다. 언론은 “‘성고문 피해자’가 ‘성범죄 단죄자’로 돌아왔다”는 등의 제목으로 그의 임명 소식을 뜨겁게 전했습니다. 권인숙 위원장은 바로 86년 ‘부천경찰서 성고문 사건’의 피해자이자 고발자로서, 87년 민주화 항쟁의 도화선 역할을 한 주인공이기 때문입니다.
30년 전 이날 경향신문은 ‘부천경찰서 성고문 사건’의 가해자인 형사 문귀동이 1심에서 징역 5년, 자격정지 3년형을 선고받았다는 기사를 보도했습니다. 이날 경향신문은 이 선고에 대해 “자칫 역사의 미궁으로 은폐될 뻔했던 반인륜적인 성고문이 피해자와 변호인단 및 여론의 끈질긴 추적으로 마침내 법정에서 그 ‘진실’이 밝혀졌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찾을 수 있고 다시는 이같은 성고문이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는 경각심을 새삼 환기시켜주었다”고 평했습니다.
잘 알려진 ‘부천경찰서 성고문 사건’의 전말은 이렇습니다. 1985년 봄 서울대 의류학과 제적생 권인숙은 부천의 가스배출기 제조회사에 위장 취업을 했다는 이유로 1986년 6월 부천경찰서에 연행됐습니다. 조사과정에서 권인숙의 위장 취업 사실은 곧 밝혀졌지만 경찰은 인천 5·3항쟁 관련 수배자들에 대한 정보를 집요하게 추궁하기 시작했습니다. 급기야 부천경찰서 경장 문귀동은 권인숙을 수사계 수사실로 데려가 이틀에 걸쳐 추악한 성고문과 공갈, 협박을 가하며 수배자 소재에 대한 진술을 강요했습니다.
며칠 뒤 교도소로 옮겨진 권인숙이 식음을 전폐하며 고통을 호소하자, 그의 성고문 피해 사실이 교도소 내의 재소자들에게 알려졌습니다. 곧바로 소내 70여 명의 양심수가 문귀동의 구속을 요구하며 무기한 단식투쟁에 들어갔고, 권인숙은 결국 면회를 통해 성고문 사실을 외부에 알리고 문귀동을 강제추행혐의로 인천지검에 고소하게 됩니다.

그러나 검찰과 공안당국은 공식발표를 통해 성고문 사실을 부정하며 문귀동에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을 뿐만 아니라 “운동권이 마침내 성까지 혁명도구화하고 있다”며 날조에 앞장섰습니다. 결국 검찰 발표 3일 만에 민주통일민중운동연합과 신민당, 여성단체들이 ‘성고문·용공조작 폭로 규탄대회’를 개최했고 개신교와 천주교에서는 ‘성고문규탄대회’,‘고문폭로 특별미사’를 개최하는 등 진상규명과 공정수사를 촉구하는 여론이 빗발쳤습니다. 이에 권인숙의 변호인단 166명은 검찰의 결정에 불복, 인천지검에 재정신청을 냈으나 인천지검과 서울지검에서 잇따라 기각당한 데 이어 혐의 사실을 대부분 인정한 서울고법에서도 끝내 재정신청을 기각당했습니다.
이처럼 ‘부천서 성고문 사건’은 당시 공권력의 횡포와 부도덕성, 인권탄압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폭로하며 제5공화국에 대한 국민의 분노를 한층 돋우었고, 재야·정치권·종교계 등이 연합하여 공동대처하는 과정에서 민주세력의 연대를 강화시키는 계기가 됐습니다.
그렇게 1987년 6월 항쟁으로 세상이 뒤집어진 다음해인 1988년 1월에서야 대법원은 이 사건의 재정신청을 받아들였습니다. 결국 그해 7월23일 인천지법 형사2부 이근웅 부장판사는 선고 공판에서 문귀동에게 독직 및 가혹행위, 준강제추행죄 등을 적용해 징역 5년, 자격정지 3년을 선고했습니다. 최종심에서도 이 형은 확정돼 문귀동은 1993년까지 복역했습니다.
권인숙은 6월 항쟁 이후 가석방돼 1994년 뒤늦게 대학을 졸업한 뒤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 럿거스대에서 여성학 석사를, 클라크대에서 여성학 박사를 각각 받았습니다. 사우스플로리다주립대에서 여성학 교수로 재직하다 귀국해 2003년부터 명지대 교수로 재직하던 중 지난해부터는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원장을 맡고 있습니다. 지난 2월부터는 법무부 성희롱·성범죄 대책위원장을 맡은 그는 최근 소속기관 내 알려지지 않은 성희롱·성범죄 피해 여성 검사가 최대 수천명에 이를 수 있다는 충격적인 법무부 전수조사 결과를 내놓은 바 있습니다.
<김지혜 기자 kimg@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단독]대통령이 ‘전수조사’ 지시한 청소업체, 환경미화원에 줄 ‘연 3억원’ 관리직 줬다
- 동탄의 한 아파트 현관문에 음식물쓰레기 뿌려져 경찰 수사 착수
- “말다툼 중 홧김에 던져”···사패산 터널 ‘1억 금팔찌’ 두 달 만에 주인 품으로
- 민희진 “255억 포기할 테니 모든 소송 끝내자”···하이브에 ‘5인 뉴진스’ 약속 요청
- 시청 7급 공무원이 ‘마약 운반책’···CCTV 사각지대까지 꿰고 있었다
- 일본 교토시, 숙박세 인상 이어 “관광객은 버스요금 2배”
- [속보]공군 F-16 전투기 영주서 야간 훈련 중 추락…비상탈출한 조종사 구조
- 중학교 운동부 코치, 제자 나체 사진 카톡 단체방 유포 의혹···경찰 수사
- 주가조작·회계부정 신고하면 ‘상한선 없는 포상금’···부당이득 규모 비례 지급
- 국힘 김재섭 “정원오, 농지투기 조사해야”···민주 “악의적 정치공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