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턴제 롤플레잉 게임, '트러블슈터'에 거는 기대

이경혁 2018. 10. 10. 06:03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게임의 법칙-105] ◆스팀 기반의 턴제 롤플레잉 게임, 트러블슈터

이제는 PC게임 유통에서 대세로 자리한 글로벌 플랫폼 스팀 서비스는 모바일 쪽으로 크게 중심을 옮겨가면서 상당 부분 획일화된 양상을 보이는 국내 게임제작 환경에서 일종의 대안으로도 거론되는 추세다. 모두가 달려드는 한국형 모바일 롤플레잉 게임 외의 다른 무언가를 만들고자 할 때 국내 시장의 편향을 넘어 보다 넓은 시장에 만들고 싶은 게임을 걸어볼 수 있기 때문이다.

가끔 스팀에서 만나게 되는 여러 국산 게임들을 보면 그래서 반가운 마음도 드는 것이 사실이다. 어느 정도 수익에 이르는 공식이 확정된, 안정된 개발 방향이 아닌 쪽의 시도들은 게임 제작 환경에 다양성을 부여하고 결과적으로 보다 다채로운 게임이 나올 수 있는 토대를 한 층 한 층 쌓아나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2017년 말 스팀에 얼리억세스로 릴리즈를 시작한 게임 '트러블슈터'는 한국 게임제작사인 댄디라이언이 제작하고 있는 턴 베이스의 전략 롤플레잉 게임이다. 고전적인 SRPG의 스타일이 묻어나는 이 게임에 대한 얼리억세스 이용자들의 평가는 얼리억세스 시작 이래 상당히 긍정적인 편이다. 정식 출시가 아닌 얼리억세스 게임의 최종 출시는 간혹 얼리억세스 기간의 평가와 사뭇 다른 결과물을 내기도 하지만, 아직까지는 기대를 거는 것이 큰 리스크를 질 만한 게임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단순화 경향 속에서 찾아낸 '복잡한 데이터' 의 재미

게임사 스스로가 '파이널 판타지 택틱스' 와 '엑스컴' 시리즈를 참고했다고 밝힐 정도로 SRPG의 고전적 양식에 충실하고자 하는 '트러블슈터'는 턴 베이스 게임들의 묘미가 제대로 구현된 레퍼런스 게임들을 최대한 참고하고자 한 티가 역력하게 드러난다. 게임 속에 등장하는 주요 플레이어 유닛들의 클래스가 뚜렷하게 구분되고 성장과 캐릭터 분기를 통해 차이점을 부각시키며, 전술 맵에서의 지형과 캐릭터 포지셔닝에 따른 전술적 차이가 전투 결과로 명확하게 드러날 수 있는 구성을 갖췄다. 전술 모드 안에서 완전히 창의적인 신개념이 작동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미 완성된 개념들이 적절하게 제자리를 찾아 앉아 있다는 점에서 '트러블슈터' 중심을 차지하는 전술 파트는 충분히 흥미롭다.

`엑스컴` 시리즈를 떠올리게 하는 것은 비단 화면 인터페이스만이 아니다.

'트러블슈터' 의 게임성을 뒷받침하는 가장 중요한 지향점은 최근 게임에서 간소화 경향을 보이는 데이터셋의 구성 부분이다. '트러블슈터'는 게임 안에서 작동하는 데이터들을 단순화하는 대신 외려 두껍게 가져가려는 경향을 드러낸다. 단적으로 비교되는 '엑스컴' 과도 큰 차이를 보이는데, 회피율, 명중률, 방어력, 공격력 정도로 구성되던 게임들에 비해 '트러블슈터' 는 마법속성별 명중률과 회피율, 지형과 상태 이상에 따른 수치변경 등을 포함해 게임의 전투 결과를 보다 복잡한 변수들로 그려낸다.

이는 '트러블슈터' 전체적으로 나타나는 흐름이다. 각 캐릭터에게 부여할 수 있는 속성은 일반·보조·공격·방어·능력 등 다섯 가지 카테고리로 구성되며 카테고리마다 수십 개의 속성 선택이 가능한 구조로 이루어진다. 캐릭터들은 무기와 몇 종의 방어구라는 추가적인 변수를 부여받으며, 개별 무기들은 랜덤 속성과 함께 스탯 강화라는 시스템을 통해 더 많은 변수로 거듭난다. 튜토리얼의 상세한 설명에도 불구하고 쉽게 한번에 이해가 어려울 정도로 데이터셋은 다채롭게 구성되는데, 최근 대세를 이루는 게임들이 주로 간단하고 직관적인 캐릭터 데이터를 구현하려는 추세와 사뭇 다른 지향점이다.

`트러블슈터` 는 상당히 많은 데이터를 사용해 캐릭터와 환경을 그려낸다. 특성, 어빌리티, 전문기술, 기본능력치와 장비들이 다채로운 영향력을 게임 안에 행사한다.

물론 캐릭터를 구성하는 데이터의 가짓수가 많다는 것이 자동으로 게임을 풍성하게 만드는 것은 아니며, 게임을 구현하는 모든 데이터가 반드시 유의미하게 작용하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단순화라는 대세의 흐름 속에 나타난 '트러블슈터'의 이 경향은 조금은 단순하고 지루해 보이는 최근의 경향성과 대비되며 조금은 고전적인 의미에서의 재미를 이끌어낸다. 조금만 더 난도가 올라가도 해볼 수 있는 스탯 변경과 최적화에 좀 더 고민과 노력을 투자해볼 수 있다는 것은 간단한 데이터셋으로 구성되는 게임에 비해 더 플레이해볼 구석을 더 만들어내는 측면이 있다. 보다 세밀하고 다채로운 국면을 제시하고 더 미세한 지점들을 컨트롤하면서 극복해낼 수 있는 구조의 턴제 게임은 '재기드 얼라이언스' 시리즈만큼의 부담감 안쪽 영역에서 나름의 위치를 확보한다.

◆더딘 게임 템포, 시나리오/레벨 밸런싱의 문제들

'트러블슈터'는 상세한 데이터셋 위에 캐릭터와 서사를 얹어 얼리억세스임에도 불구하고 솔깃한 이야기를 진행시키려는 욕심을 드러내며, 일정 부분 유의미한 성과를 끌어낸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소규모 개발사의 얼리억세스라는 한계도 언뜻언뜻 드러나는 아쉬움도 있다.

의도적으로 가려진 채 시작되는 서사는 생각보다 더딘 템포의 게임 진행 덕분에 피로감을 만들어낸다. SRPG류에서 간혹 나타나는 더딘 템포의 게임 진행은 느린 서사와 일종의 시너지를 내면서 게임 초반의 진행에서 더 치고나가고자 하는 플레이어의 발목을 잡곤 한다.

특히 캐릭터의 성장과 보조를 맞추지 않는 시나리오 모드의 진행은 플레이어로 하여금 일종의 레벨업, 파밍을 위한 '노가다'성 플레이를 강요하게 만드는데, 파밍을 위한 플레이가 간단하게 끝나기보다는 지루하게 길어진다는 점은 상당히 완성돼가는 게임의 구성을 매우 흐트려놓는 요소로 작용한다. 파밍 모드를 좀 더 간편하게 조정하거나, 아니면 시나리오 진행과 성장 간 밸런싱이 좀 더 조절되어야 할 여지를 남겨놓는다.

◆얼리억세스지만 이미 무엇을 만들고자 하는지는 완성되었다

얼리억세스 10개월이 지나가는 기간에 '트러블슈터'는 경험자들로부터 꽤나 긍정적인 평가를 받으면서 아직까지는 상당한 순항을 보여주고 있는 상황이다. 아트웍에 비해 다소 떨어지는 인 게임 그래픽디자인이나 진행에서의 밸런싱, 게임 전반적 템포 문제 등은 얼리억세스 기간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충분히 개선의 기대로 갈음할 수 있는 이슈들이다. 아직 정식 출시일이 발표되지는 않았지만, 테스트 기간임에도 불구하고 구현된 범위 안에서 이미 상당히 흥미로운 플레이의 요건은 확보된 듯한 '트러블슈터' 에 개인적으로 좀 더 큰 기대를 걸어보고 싶다.

[이경혁 게임칼럼니스트]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