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hat >개인소지 총기 13만정.. '맘만 먹으면' 범죄 가능

손우성 기자 2018. 8. 29.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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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총기 난동 사건이 발생한 경북 봉화군 소천면사무소에서 경찰이 출동해 있다. 공기총을 맞은 공무원 2명이 숨졌다. 연합뉴스
(화천=연합뉴스) 강원 화천경찰서는 불법 총기류를 유통·소지한 일당 7명을 붙잡아 총포·도검·화약류 등의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1명을 구속하고 6명을 불구속했다고 27일 밝혔다. 경찰은 엽총 1정, 불법개조 총기 1정, 무허가 공기총 11정과 실탄 50발을 압수했다. 사진은 압수한 총기와 실탄.2017.9.27 [화천경찰서 제공=연합뉴스]

- 70代 엽총난사 계기로 본 국내 총기관리 실태

출고되면 관리방안 없어…소유 취소됐지만 ‘미수거 총기’ 149정

허가받아야만 구매·소지 가능

평소 파출소 보관하다 ‘출고’

최근 봉화서 2명 사망해 충격

7년간 89명 死傷에 증가 추세

소지신청 반려는 해마다 줄어

“경찰이 구매·보유자 정보수집

채무·정신 문제 등 체크해야”

경북 봉화군에서 지난 21일 발생한 70대 귀농인의 총기 난동은 대표적인 ‘총기 청정국’으로 꼽히는 한국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겼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29일 현재에도 “총기 구매와 소지, 불출(拂出)에 대한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줄을 잇고 있다. 총기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가 구멍을 드러낸 데 대해 경찰 관계자도 “결과적으로 아쉬운 부분”이라며 고개를 숙였다. 마음만 먹는다면 총기 난동이 가능한 현실, 시민들의 불안감은 더해가지만, 총포 소지 불허판정은 감소하는 추세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이재정(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범죄 경력, 정신 병력 등으로 인해 총포 소지 신청이 반려된 건수는 2016년 175건에서 2017년 93건으로 줄었고, 올해는 6월까지 36건에 그쳤다. 또 올해 6월 기준으로 소지 허가가 취소된 총기 가운데 미수거 총기는 149정에 달했다. 이중 도난, 분실된 총기는 128정으로 집계됐지만, 그 행방을 알 방법이 없다. 이 의원은 “총포에 대한 관리방안은 물론 총기 출고방식, 미수거 총기 회수방안 등을 하루빨리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사건 당일 무슨 일이 있었나? = 경기 일대에서 원예 사업으로 큰돈을 벌었던 김모(77) 씨는 2014년 봉화군 소천면으로 이주해 아로니아를 재배하며 한적한 노년의 삶을 꿈꿨다. 비극은 2년 전부터 인근 사찰 승려인 임모(48) 씨와 수도 문제로 갈등을 빚으면서 시작됐다. 직선거리로 50m 떨어진 곳에 살았던 두 사람은 수도를 공동으로 사용하는 공사를 한 이후 요금 문제로 부닥쳤고, 올해 기록적인 더위로 가뭄이 심해지자 감정의 골은 더욱 깊어졌다. 여기에 쓰레기 소각 문제 등이 더해지면서 김 씨는 “임 씨를 쏴 죽이겠다”고 마음먹기에 이른다. 김 씨는 사건 당일 오전 7시 50분 봉화군 소천파출소에 보관된 유해조수(有害鳥獸) 구제용 엽총을 출고해 임 씨가 있는 사찰로 향했다. 유해조수 구제용이란 농작물에 피해를 줄 수 있는 야생동물을 잡기 위한 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 총기를 의미한다.

김 씨는 9시 15분 사찰에 머물고 있던 임 씨를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어깨를 맞은 임 씨는 있는 힘껏 달아났다. 김 씨는 임 씨에게 2발을 더 쏘았는데 다행히 빗나가 목숨을 건졌다.

화를 삭이지 못한 김 씨는 9시 31분 소천면사무소에 들어가 6급 공무원 손모(47) 씨와 8급 이모(37) 씨에게 총을 쐈다. 가슴과 배를 심하게 다친 두 공무원은 안동병원으로 급히 후송됐지만, 끝내 숨을 거뒀다. 경찰 조사 결과 김 씨는 민원처리를 제대로 해주지 않은 데 대해 불만을 품고 면사무소까지 찾아가 2차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김 씨는 면사무소로 향하기 전 소천파출소로 차를 몰고 간 사실도 드러났다. 자칫 더 많은 희생자가 생길뻔했던 아찔한 순간이었다. 김 씨는 이틀 후인 23일 살인 및 살인미수 혐의로 구속됐다.

◇소지 허가 총기만 13만 정 = 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7월까지 개인이 소지한 총기는 13만3390정에 이른다. 종별로는 공기총이 8만233정으로 가장 많고, 엽총이 3만7092정, 권총이 1765정, 소총이 611정이다. 건설용 타정총, 마취총 등 기타로 분류된 총기는 1만3689정이다. 용도별로는 유해조수 구제용이 6만3438정이며 수렵용(4만4410정), 사격용(1만1853정)이 뒤를 이었다.

최근 7년 동안 총기 사건·사고로 인한 사상자는 89명으로 집계됐다. 이재정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2년부터 올해 6월까지 총포에 의한 사건·사고는 88건에 달했다. 이로 인한 사망자는 32명, 부상자는 57명으로 조사됐다.

문제는 총기 사건이 증가세에 있다는 점이다. 연도별 총기 사건·사고를 보면 2012년 11건, 2013년 13건에서 2014년 9건으로 줄었다가 2015년 10건, 2016년 18건으로 다시 증가했다. 2017년엔 15건이었고, 올해는 상반기에만 9건이 발생했다. 봉화 총기 사건이 터지면서 4년 연속 두 자릿수 총기 사건 발생 기록을 이어가게 됐다. 종별로는 김 씨의 사례와 같은 엽총이 53건으로 가장 많았고, 공기총 28건, 기타 7건이었다. 원인별로는 오발 사고가 52건으로 1위였지만, 고의도 32건이나 됐다. 자살은 4건으로 집계됐다.

◇구멍 뚫린 현행 규정 = 모든 총기는 경찰의 허가를 받아야만 구매와 소지가 가능하다. 평소에는 일선 경찰서에 보관해야 한다. 총기를 사용하기 위해선 ‘보관해제’ 신청서를 내고 심사를 받아야 한다. 보관해제 된 총기는 바로 사용할 수는 없고 다시 지구대나 파출소에 보관된다. 이후 허가된 시간에만 사용할 수 있도록 지구대나 파출소에서 ‘출고’한다. 알코올 중독자나 정신 질환자는 제한된다.

문제는 총기가 출고된 이후부터다. 체계적인 관리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김 씨의 경우 7월 20일 원 주소지인 수원 중부경찰서에서 엽총 소지 허가를 받았고, 봉화군에서 유해조수 포획허가증을 취득했다. 이후 7월 25일 소천파출소에 구매한 엽총을 보관하면서 최근까지 13차례 총기를 출고했다.

범행 당일에도 “까마귀를 쫓는 데 쓰겠다”며 총기를 받았다. 피해자 임 씨가 위협을 인지하고 신고한 뒤 이뤄진 경찰의 부실 관리는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임 씨가 지난달 30일 “김 씨가 나를 총으로 쏴서 죽이겠다고 위협했다는 말을 주민에게 했고, 이 주민이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한 것을 전해 들었다”며 경찰에 신고한 뒤 경찰은 이미 엽총을 출고했던 김 씨를 찾아가 총을 회수했지만, 내부 검토를 거쳐 지난 8일 엽총 출고를 다시 허용했다. 김 씨는 9일부터 19일 사이에 7차례나 총을 출고했고, 21일 8번째로 엽총을 챙겨 범행을 저질렀다. 경찰 관계자는 “임 씨가 낸 진정서를 바탕으로 조사를 벌였지만, 실제 내용과 다른 부분이 있어 총기 출고를 허락했다”며 “김 씨가 각종 허가를 받은 상황에서 총기를 내주지 않을 방법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대책은 있나? = 민갑룡 경찰청장은 지난 27일 기자간담회에서 “전국 지구대나 파출소의 총기관리에 소홀함이 없는지 조사를 진행 중”이라며 “총기의 보관해제와 불출 심사절차를 엄격하게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현재 등록된 13만3390정 중 유해조수 처리 등을 이유로 보관해제 된 총기는 6371정이다.

민 청장은 “지금까지 각 경찰서 생활질서계가 전담하던 심사체계를 관련 부서로 확대해 총기 보관해제 심사를 엄격하게 할 것”이라며 “수사과나 정보과 등 관련 부서가 합동으로 보관해제 여부를 심사하고 면밀한 조사가 필요할 경우 인근 마을 대표나 이장 등으로 민간 심사위원회를 따로 꾸려서 심사를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총기 사고가 날 때마다 관리 소홀 등의 문제는 끊임없이 제기됐지만, 뾰족한 대안을 마련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라며 “총기 구매자, 보유자에 대해서는 경찰이 정보를 수집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개인 프라이버시 등을 이유로 정보 수집이 부당하다는 문제가 발생할 수는 있지만, 총기 보유자 만큼은 확실하게 관리해야 한다”며 “채권·채무 관계는 없는지, 정신적인 문제는 없는지 등에 대해 세세한 체크리스트를 운영해야 반복되는 총기 사고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손우성 기자 applepi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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