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 절반이상 심야전력 이용.. 철강·반도체 업계 '비상'
정상균 2018. 7. 5. 17:35
산업용 전기요금 연내 개편 경부하시간 전력피크 급증
효율적 전력배분 취지 왜곡 한전도 인상 당위성 주장
"비싼 원료로 싸게 팔고있어"
산업용 전기요금이 올 연말까지 개편된다. 지난 2013년 11월 산업용 전기요금이 6.4% 인상된 이후 5년 만이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전력은 심야시간대 경부하 요금을 대폭 인상하고, 다른 시간대 요금을 인하하는 쪽으로 방침을 확정했다. 한전은 구체적인 산업용 전기요금 조정안 수립에 착수했다.
경부하 요금 인상은 상당수 제조 대기업들이 영향권에 든다. 전력사용 중 54%에 달하는 경부하시간 요금이 인상되면 사실상 전체 전기요금이 인상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반면 낮에 공장을 가동하는 제조업들은 전기요금 인하 혜택이 예상된다. 이처럼 산업용 전기요금을 놓고 이해관계가 달라 산업계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철강·석유화학·반도체 등 전력 다소비 제조 대기업들은 설비운영 및 가동시간대 조정 등 대응책을 찾고 있다.
경부하 요금 조정은 전기요금 개편의 예고편이다.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2019~2040년)'에 전기요금 체계 합리화, 발전원 세제개편 등을 담은 로드맵이 오는 9월께 나온다. 조세연구원 등이 진행 중인 세제개편 용역도 마무리 단계다. 이를 토대로 내년에 정부는 국정과제에 명시된 전기요금체제 합리화 작업을 본격화한다. 이 과정에서 정부와 한전이 이해당사자들과 더 많은 소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산업용 심야전기요금 인상
5일 산업부 등에 따르면 한전은 영업처 요금제도실에서 현재 산업용 전기요금 조정작업을 진행 중이다. 경부하 요금을 올리고, 다른 시간대(중부하·최대부하) 요금을 낮추는 게 골자다. 3개 시간대(경·중·최대부하)는 바꾸지 않는다. 평균요금은 현 수준으로 맞춰 산업계 부담을 최소화할 방침이나 어느 정도 인상은 불가피할 수 있다.
이와 관련, 박원주 산업부 에너지자원실장은 "평균 산업용 전기요금이 인상될 수 있으나 그 폭은 알 수 없다. 크지 않을 것이다. 기업 부담을 최소화하겠다"고 말했다.
산업용 경부하 요금은 오후 11시에서 오전 9시까지 심야시간에 적용된다. 1MWhkwh당 53~61원(여름철 기준)이다. 최대부하 요금의 3분의 1, 중간부하 요금의 절반에 불과하다. 한전 입장에선 원가(2012~2016년 ㎾당 구매단가 77.52원)에 못 미치는 판매요금(69.31~64.56원)이다. 철강, 반도체, 석유화학 등 전력 다소비 대규모 업체가 주로 이 시간대 전기를 사용한다. 실제 경부하 시간대 전력피크는 2009년 6373만㎾에서 2016년 7847만㎾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효율적 전력분배 취지와 달리, 2000년대 들어 심야시간 전기사용이 급속하게 늘면서 전력소비의 절반가량 심야에 사용하는 시장왜곡이 심화됐다. 이런 점에서 전문가들도 '경부하 요금 합리화'에 대체로 긍정적이다.
최근 한전이 경부하 요금 인상을 적극 주장하는 근거도 이 점이다. 특히 상당수가 제조 대기업들인 대용량 전력(154㎸ 또는 345㎸ 이상 사용) 사용자의 53.4%가 경부하 시간대에 전기를 쓰고 있다. 사정이 이러니 액화천연가스(LNG) 등 원가가 비싼 발전으로 생산한 전력을 심야에 공급하는 실정이다. 그런데도 석탄·원전 등 기저발전이 심야시간대 원가(SMP 계통한계가격)를 결정하는 비율이 4%에도 못 미친다. 한전 입장에서 원가를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탈원전 후유증 우려
산업용 전기요금 조정은 민감하다. 한전을 비롯한 정부, 산업계 등 여러 당사자의 이해가 얽힌 문제다. 이 때문에 전기요금 인상 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전기요금 개정 주체인 정부와 한전이 명확한 방향과 목적을 갖고 설득해야 한다.
탈원전에 따른 '전기요금 갈등'으로 확산되는 것은 정부가 가장 경계하는 시나리오다. 특히 현 정부는 "임기(2022년)내 전기요금 인상은 없다"고 못 박으면서, 정부와 한전은 운신의 폭이 더욱 좁아진 상황이다. 실제 지난해부터 원전 가동률(5월 기준 58%)이 낮아지고 LNG 발전 비중이 높아져 전력 생산단가는 올라갔다. 결국 한전은 비싼 원가의 전력을 사와야 하고, 이를 원가가 반영 안된 가격에 팔고 있는 것이다. 이를 탈원전 반대 진영은 '전기요금 인상=탈원전'이라는 프레임으로 보고 있다.
정부의 고민도 여기에 있다. 이번 경부하요금 인상이 탈원전과 연관이 없으며, 한전의 손실을 만회하기 위한 게 아니라는 점을 여러 차례 확인한 것도 이 때문이다.
박 실장은 "한전의 적자는 일시적이다. 올해 하반기에 수익이 회복될 것으로 보고, 올해 연간으로는 소폭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전의 수익에서 (이익과 손해가 되지않는) 중립적으로 하겠다"고 했다. 사실 정부는 가장 최근(2013년) 전기요금 인상때도 불필요한 경상경비 절감 등 한전에 대해 강도 높은 경영합리화를 요구했다. 하지만 '전력 호황기' 한전은 경영합리화 노력이 부족했다.
산업계는 경부하요금 인상이 가뜩이나 위축된 경기에 찬물을 끼얹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 장우석 연구위원은 "국민들의 동의가 없는 전기요금 인상은 에너지전환정책의 동력을 약화시킬 우려가 있다. 한전과 다양한 사용주체들이 인상요인을 어떻게 분배할지 등의 총체적 논의가 더 많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skjung@fnnews.com 정상균 기자
효율적 전력배분 취지 왜곡 한전도 인상 당위성 주장
"비싼 원료로 싸게 팔고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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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용 전기요금이 올 연말까지 개편된다. 지난 2013년 11월 산업용 전기요금이 6.4% 인상된 이후 5년 만이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전력은 심야시간대 경부하 요금을 대폭 인상하고, 다른 시간대 요금을 인하하는 쪽으로 방침을 확정했다. 한전은 구체적인 산업용 전기요금 조정안 수립에 착수했다.
경부하 요금 인상은 상당수 제조 대기업들이 영향권에 든다. 전력사용 중 54%에 달하는 경부하시간 요금이 인상되면 사실상 전체 전기요금이 인상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반면 낮에 공장을 가동하는 제조업들은 전기요금 인하 혜택이 예상된다. 이처럼 산업용 전기요금을 놓고 이해관계가 달라 산업계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철강·석유화학·반도체 등 전력 다소비 제조 대기업들은 설비운영 및 가동시간대 조정 등 대응책을 찾고 있다.
경부하 요금 조정은 전기요금 개편의 예고편이다.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2019~2040년)'에 전기요금 체계 합리화, 발전원 세제개편 등을 담은 로드맵이 오는 9월께 나온다. 조세연구원 등이 진행 중인 세제개편 용역도 마무리 단계다. 이를 토대로 내년에 정부는 국정과제에 명시된 전기요금체제 합리화 작업을 본격화한다. 이 과정에서 정부와 한전이 이해당사자들과 더 많은 소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산업용 심야전기요금 인상
5일 산업부 등에 따르면 한전은 영업처 요금제도실에서 현재 산업용 전기요금 조정작업을 진행 중이다. 경부하 요금을 올리고, 다른 시간대(중부하·최대부하) 요금을 낮추는 게 골자다. 3개 시간대(경·중·최대부하)는 바꾸지 않는다. 평균요금은 현 수준으로 맞춰 산업계 부담을 최소화할 방침이나 어느 정도 인상은 불가피할 수 있다.
이와 관련, 박원주 산업부 에너지자원실장은 "평균 산업용 전기요금이 인상될 수 있으나 그 폭은 알 수 없다. 크지 않을 것이다. 기업 부담을 최소화하겠다"고 말했다.
산업용 경부하 요금은 오후 11시에서 오전 9시까지 심야시간에 적용된다. 1MWhkwh당 53~61원(여름철 기준)이다. 최대부하 요금의 3분의 1, 중간부하 요금의 절반에 불과하다. 한전 입장에선 원가(2012~2016년 ㎾당 구매단가 77.52원)에 못 미치는 판매요금(69.31~64.56원)이다. 철강, 반도체, 석유화학 등 전력 다소비 대규모 업체가 주로 이 시간대 전기를 사용한다. 실제 경부하 시간대 전력피크는 2009년 6373만㎾에서 2016년 7847만㎾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효율적 전력분배 취지와 달리, 2000년대 들어 심야시간 전기사용이 급속하게 늘면서 전력소비의 절반가량 심야에 사용하는 시장왜곡이 심화됐다. 이런 점에서 전문가들도 '경부하 요금 합리화'에 대체로 긍정적이다.
최근 한전이 경부하 요금 인상을 적극 주장하는 근거도 이 점이다. 특히 상당수가 제조 대기업들인 대용량 전력(154㎸ 또는 345㎸ 이상 사용) 사용자의 53.4%가 경부하 시간대에 전기를 쓰고 있다. 사정이 이러니 액화천연가스(LNG) 등 원가가 비싼 발전으로 생산한 전력을 심야에 공급하는 실정이다. 그런데도 석탄·원전 등 기저발전이 심야시간대 원가(SMP 계통한계가격)를 결정하는 비율이 4%에도 못 미친다. 한전 입장에서 원가를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탈원전 후유증 우려
산업용 전기요금 조정은 민감하다. 한전을 비롯한 정부, 산업계 등 여러 당사자의 이해가 얽힌 문제다. 이 때문에 전기요금 인상 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전기요금 개정 주체인 정부와 한전이 명확한 방향과 목적을 갖고 설득해야 한다.
탈원전에 따른 '전기요금 갈등'으로 확산되는 것은 정부가 가장 경계하는 시나리오다. 특히 현 정부는 "임기(2022년)내 전기요금 인상은 없다"고 못 박으면서, 정부와 한전은 운신의 폭이 더욱 좁아진 상황이다. 실제 지난해부터 원전 가동률(5월 기준 58%)이 낮아지고 LNG 발전 비중이 높아져 전력 생산단가는 올라갔다. 결국 한전은 비싼 원가의 전력을 사와야 하고, 이를 원가가 반영 안된 가격에 팔고 있는 것이다. 이를 탈원전 반대 진영은 '전기요금 인상=탈원전'이라는 프레임으로 보고 있다.
정부의 고민도 여기에 있다. 이번 경부하요금 인상이 탈원전과 연관이 없으며, 한전의 손실을 만회하기 위한 게 아니라는 점을 여러 차례 확인한 것도 이 때문이다.
박 실장은 "한전의 적자는 일시적이다. 올해 하반기에 수익이 회복될 것으로 보고, 올해 연간으로는 소폭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전의 수익에서 (이익과 손해가 되지않는) 중립적으로 하겠다"고 했다. 사실 정부는 가장 최근(2013년) 전기요금 인상때도 불필요한 경상경비 절감 등 한전에 대해 강도 높은 경영합리화를 요구했다. 하지만 '전력 호황기' 한전은 경영합리화 노력이 부족했다.
산업계는 경부하요금 인상이 가뜩이나 위축된 경기에 찬물을 끼얹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경부하요금 할인폭이 최소 10% 축소될 경우, 전기요금이 3.2% 인상되는 효과로 기업들은 연간 4962억원을 추가 부담해야 한다(2017년 국정감사)는 분석도 있다.
현대경제연구원 장우석 연구위원은 "국민들의 동의가 없는 전기요금 인상은 에너지전환정책의 동력을 약화시킬 우려가 있다. 한전과 다양한 사용주체들이 인상요인을 어떻게 분배할지 등의 총체적 논의가 더 많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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