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 쥐는 맛'에 더워도 일 해야죠" 새벽 여는 인력사무소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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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오전 5시쯤 전북 전주 한 인력사무소 앞.
지난 17일 오후 2시쯤 전주 효천지구 한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일하다 숨진 목수 박모(66)씨의 이야기였다.
6년째 새벽 인력시장을 찾는 조모(59)씨는 "더워서 힘들지만 현금을 쥐는 맛에 일을 안 나올 수가 없다"며 "만근(滿勤)은 어려워도 매달 20일 정도는 꾸준히 일하려고 노력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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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도. 이른 시간임을 고려하면 다소 후텁지근한 날씨다. 그러나 이들은 긴 팔과 긴 바지, 토시, 안전화 등으로 중무장한 채 오가는 차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무언가 기다리는 눈치였다.
쪼그리고 앉아 연신 담배를 태우던 이들은 갑자기 나타난 누군가의 손짓에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선택받은 사람들만 그렇게 하나둘 사라져갔다.
떠오르는 해에 그늘이 조금씩 좁아질 무렵, 담배 한 모금과 함께 어느 죽음에 대한 말들이 피어올랐다.
지난 17일 오후 2시쯤 전주 효천지구 한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일하다 숨진 목수 박모(66)씨의 이야기였다. 박씨는 수은주가 35도 가까이 치솟던 오후 2시쯤 5m 높이에서 일하다 떨어져 참변을 당했다.
얼굴 모를 동료이자 경쟁자의 죽음. 그러나 폭염은 호구지책(糊口之策)을 거를 핑계가 될 수 없다.
6년째 새벽 인력시장을 찾는 조모(59)씨는 "더워서 힘들지만 현금을 쥐는 맛에 일을 안 나올 수가 없다"며 "만근(滿勤)은 어려워도 매달 20일 정도는 꾸준히 일하려고 노력한다"고 했다. '만근'은 한 달 기준 25일 정도를 말한다.
조씨와 기자의 대화 모습을 지켜보던 이모(60)씨도 이번 더위에 혀를 내둘렀다. 이씨는 "매일 새벽 4시 눈을 딱 떴을 때 밀려오는 피로감으로 내가 오늘 일을 나갈 수 있을지 없을지 느낌으로 안다"며 "더워서 그런지 부쩍 체력이 달리고 피곤하다"고 토로했다.
손모(38)씨는 요즘 부지런히 현장 책임자의 눈치를 보고 있다. 그는 "실외작업에 걸리기라도 하면 정말이지 장난이 아니다'"며 "분위기를 잘 보고 있다가 불쌍한 눈빛을 보내면 가끔 운 좋게 실내작업을 배당받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정오부터 오후 5시 사이 실외활동을 자제하라'는 관계 당국의 지침도 먼 나라 이야기다.
손씨는 '폭염 경보가 내려지면 오후 작업을 쉬게 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쉰다고요? 그런 거 지키는 사장님들이 얼마나 있을 것 같아요?"라고 되물으며 헛웃음을 터뜨렸다.
서모(32)씨도 "요 며칠 건물 외벽에 석재를 붙이는 작업을 하면서 제때 쉬지도 못했다"며 "다 같이 일할 때는 머리가 아프고 어지러워도 할 수 없다. 그냥 가는(버티는) 거다"고 푸념했다.

일주일 치 소금 알약이 든 통을 만지작대던 그는 "새벽밥 먹고 자전거로 10리(4㎞)를 달려왔는데 오늘도 아무도 불러주는 사람이 없는 것 같다. 떡심이 풀린다"며 이내 돌아섰다.
긴 한숨을 끝으로 인력사무소가 텅 비었다. 오전 7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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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CBS 김민성 기자] whaleshark@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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