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ience] 태양·지구·달·화성이 나란히..오늘 새벽 무슨일이

2014년 12월 14일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트위터에 이 같은 글을 올렸다는 소문이 확 돌았다. 한 온라인 매체는 이 트윗을 인용하며 "영국 천문학자 패트릭 무어에 따르면 명왕성, 목성, 지구가 일렬로 놓이면 일시적으로 지구의 중력이 상쇄된다. 이를 '목성·명왕성 중력 효과'라고 부른다. 이때 점프하면 다시 발을 땅에 디딜 때까지 걸리는 시간은 0.2초가 아닌 3초가 될 것"이라는 그럴듯한 설명까지 달았다. 물론 가짜뉴스였다. NASA는 "트윗에 그런 글을 남긴 적이 없다"며 "행성이 일렬로 정렬한다고 해서 중력이 사라지는 일 또한 일어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제는 고인이 됐지만 실제로 천문학자이자 작가였던 무어는 이 같은 말을 남긴 적이 있다. 1976년 4월 1일 아침, 무어는 자신이 진행하는 라디오 방송에서 "오전 9시 47분 목성과 명왕성이 일렬이 되면서 중력이 상쇄돼 무중력을 경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만우절 거짓말이었지만 많은 청취자가 방송국으로 전화를 걸어 "무중력을 체험했다"는 경험담을 남겼다고 한다.
그리고 7월 28일 토요일 새벽, 태양으로부터 지구, 달, 화성이 일렬로 늘어서는 현상이 발생한다. 태양계 행성이 일렬로 늘어서는 '행성 정렬'은 예부터 불길한 징조를 나타내는 상징적인 현상으로 꼽혔다.
노스트라다무스는 1999년 행성이 일렬로 위치하는 날 지구가 멸망한다고 예언했다. 고대 마야인이 만든 달력 역시 2012년 행성 정렬로 지구에 홍수, 지진 등 재앙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여기에는 그럴듯한 과학적 근거가 있다. 질량을 갖고 있는 천체 사이에서는 서로 잡아당기는 '인력'이 발생한다. 지구에서 조석 간만의 차가 발생하는 이유 역시 달이 지구를 잡아당기는 인력 때문이다. 이처럼 조석 간만을 일으키는 힘을 '기조력'이라고 한다. 지구종말론자들은 행성이 일렬로 놓이면 행성들의 합쳐진 중력이 지구의 축을 바꾸고 환경이 급변한다고 주장한다. 기조력이 커지면서 지진으로 바다가 갈라지고 해일이 발생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NASA는 이미 수차례 "행성 간 거리는 서로의 중력·인력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만큼 거리가 멀다"며 "모든 행성의 결합된 중력은 지구에 태양이나 달이 미치는 중력보다 작다"고 밝힌 바 있다. 태양계 다른 행성들이 지구에 미치는 모든 기조력을 합하더라도 달의 수천 분의 1에 불과하다. 지구가 만들어지고 난 뒤 수십억 년 동안 이 같은 일이 반복됐어도 지구가 멀쩡한 이유다.
오히려 천문학자들은 행성이 일렬로 늘어섰을 때를 기다리기도 한다. 최영준 한국천문연구원 우주과학본부장은 "우주에서 벌어지는 행성 직렬 현상은 그저 흔치 않게 발생하는 '우주쇼'인 만큼 즐기면 된다"고 말했다.

행성 직렬 현상을 통해 먼 행성의 대기 등 외계 행성에 대한 다양한 정보도 얻을 수 있다. 1977년 8월 20일과 9월 5일, NASA는 태양계 무인 탐사선 '보이저2호'와 '보이저1호'를 각각 발사했다. 보이저호 목표는 목성과 토성을 비롯해 지금은 행성의 지위를 박탈당한 명왕성 등 태양계 먼 행성을 탐사하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NASA 연구진은 1977년이 탐사선을 발사하기 가장 좋은 시기라는 결론을 내렸다. 1970년대 중반에서 1980년대 사이에 목성·토성·천왕성·해왕성·명왕성이 거의 일직선상에 위치할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5개 행성이 이처럼 일직선상에 놓이는 일은 175년마다 한 번씩 일어난다.
NASA의 보이저호는 탐사선을 빠르게 가속하는 '스윙바이(플라이 바이)' 기술을 활용해 1979년 3월에는 목성, 1980년 11월에는 토성을 지났고 1986년 1월 천왕성, 1989년 8월 해왕성을 지나쳤다. 스윙바이란 행성의 중력에 이끌려 궤도를 돌면서 추진력을 얻어 속력을 내는 기술이다. 보이저호는 행성이 일렬로 늘어서는 시점에 발사되면서 목성 대기의 대적반(大赤斑, Great Red Spot, 목성 표면 적갈색 소용돌이)을 촬영하고 목성의 위성 '이오'에서 발생하는 화산활동도 포착해냈다. 또 토성의 고리가 얼음 알갱이로 이뤄져 있다는 점 등을 밝혀내면서 천문학계에 많은 업적을 남겼다. 최 본부장은 "외행성이 일렬로 늘어선 순간을 놓치지 않으면서 보이저호는 망원경으로만 바라봤던 행성들을 지나치며 직접 관찰하는 데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국립과천과학관은 "28일 새벽 4시 30분부터 6시 13분까지 달이 지구 그림자에 완전히 가리는 개기월식이 발생한다"며 "우리나라에서는 달이 지평선 아래로 떨어지는 오전 5시 37분까지 개기월식을 관찰할 수 있다"고 밝혔다.
행성이 일렬로 늘어설 때 발생하는 특이한 현상은 월식·일식과 같은 '식(Transit)'이다. 식은 태양과 같이 밝은 별 앞을 행성이 지날 때 나타난다. 28일 오전에는 태양, 지구, 달이 일렬로 늘어서면서 태양빛으로 발생한 지구의 그림자가 달을 가리는 월식이 일어난다. 식 현상으로 과학자들은 행성의 대기 성분 등을 알아낼 수 있다. 태양, 금성, 지구가 일렬로 놓이면 태양 앞에 금성이 지나가는 모습을 눈으로 볼 수 있다. 이때 태양에서 나오는 빛이 금성의 대기를 지나면서 일부 흡수된다. 문홍규 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이때 태양 빛의 스펙트럼(빛을 파장에 따라 분해)을 분석하면 금성 대기가 어떤 성분으로 구성됐는지 알아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구로부터 멀리 떨어진 행성 역시 마찬가지다. 태양, 지구, 목성이 일렬로 배열되면 목성에 지구의 그림자가 비친다. 이때 목성의 스펙트럼 변화를 분석하면 목성 대기 성분을 파악할 수 있다. 이 연구가 중요한 이유는 태양계 밖에 있는 외계 행성의 환경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먼 우주에 있는 행성은 지구와 외계 행성, 항성(별)이 일렬로 놓였을 때 존재 여부를 알아낼 수 있다. 별 앞에 행성이 위치하면 별의 밝기가 미세하게 줄어든다. 외계 행성이 눈에 보이지 않는 만큼 별의 밝기 변화를 관측해 외계 행성의 유무를 알아낼 수 있다.
최 본부장은 "외계 행성은 워낙 멀리 떨어져 있는 만큼 환경이나 특징을 간접적으로 분석할 수밖에 없다"며 "태양계 내에서 발생하는 식 현상 때 행성 대기 스펙트럼을 파악하고 이를 토대로 외계 행성에서 발생하는 식 현상을 분석해 행성 대기 성분을 알아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태양계에서 행성이 일렬로 위치하는 일은 드문 현상이다. 태양, 금성, 지구가 일직선에 놓이는 현상은 105.5년, 121.5년마다 한 번씩 일어난다. 보이저호가 택했던 외행성의 일렬 현상 주기는 175년. 모든 행성이 30도 이내로 일렬로 놓였던 현상은 기원전 561년에 있었고 다음 시기는 2854년이다.
■ 소행성 태양흑점 화산폭발…지구를 위협하는 3가지

10만년에 한 번꼴로 지구에는 지름이 50㎞에 달하는 '칼데라'가 생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칼데라는 화산 폭발 이후 땅속 마그마가 분출된 뒤 비어버린 마그마방이 무너지면서 생기는 지형이다. 칼데라가 생길 정도의 화산 폭발이 발생하면 1000㎦ 이상에 달하는 마그마와 화산재가 지표와 공기로 분출된다. 7만4000년 전 인도네시아 토바 화산이 폭발했다. 2800㎦에 달하는 마그마와 화산재가 대기권을 덮어버렸다. 이 때문에 태양빛이 지표면에 도달하지 못하면서 기온이 급격히 떨어졌고 화산에서 흘러나온 유독가스로 생물들은 천천히 죽어갔다. 인류가 기록을 남기기 시작한 이래 이 정도 규모의 화산 폭발은 아직 발생하지 않았다. 과학자들의 조사에 따르면 토바 화산 폭발로 지구에는 1000년간 겨울이 이어졌고 전 생물종의 60%가 멸종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정도 화산 폭발 가능성이 있는 '슈퍼화산'은 미국 옐로스톤과 발레스·롱밸리, 아르헨티나의 세로갈란, 인도네시아 토바, 일본의 아이라, 뉴질랜드의 타우포 등 지구에 7개나 존재한다.
태양흑점 폭발은 지금도 수시로 발생한다. 흑점이 폭발하면 태양 표면에서 '코로나 물질 방출(CME)' 현상이 발생한다. CME는 자기장을 갖고 있다. 만약 지구로 향한 CME 자기장이 지구 자기장 방향과 반대라면 '지구자기장 폭발'이라는 현상이 일어난다. 지구상에 있는 모든 전자기기는 지구 자기장 방향에 맞춰 설계됐는데 이것이 뒤틀리면서 오작동이 일어날 수 있다. 실제로 1989년 3월 13일 캐나다 퀘벡주는 태양흑점 폭발에 따른 CME 현상으로 정전이 발생해 600만명의 주민이 암흑 속에서 두려움에 떨어야 했다. 기록에 따르면 자동차 전자기기도 영향을 받아 운행 중 멈춰섰다.
역사상 가장 큰 태양흑점 폭발은 1859년 8월 28일~9월 2일 발생했다. 불과 17시간 만에 지구에 다다른 CME는 유럽과 미국 전력 공급을 마비시켰다. 영국 '캐링턴 사건'으로 불리는 이 CME로 전신 철탑에서 불꽃이 튀었다는 기록도 남아 있다. 전력 의존도가 점점 높아지는 현대사회에서 CME로 인한 지구 자기장 폭발 현상이 발생하면 대규모 혼란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6500만년 전 지구로 떨어진 지름 10㎞ 소행성으로 공룡을 비롯해 당시 살던 생물 종의 75%가 사라졌다. 1㎞ 크기 소행성이 지구로 떨어져도 재앙과 같은 일이 발생할 수 있다. 충돌 순간 만들어진 엄청난 열기로 주변 환경이 뜨거워지면서 인근에 있던 생물들은 그 자리에서 증발된다. 화산 폭발 상황과 비슷하게 먼지 입자들이 하늘로 치솟으면서 햇빛을 막아 '충돌 겨울'이라는 현상이 발생한다. 소행성 충돌이 실질적인 위험이라는 점에서 2000년대 들어 미국 항공우주국(NASA)을 비롯해 많은 기관이 지구로 향하는 소행성을 막기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소행성 궤도를 옮기거나 영화 '아마겟돈'처럼 소행성에 인류가 착륙한 뒤 땅을 파고 폭발물을 매설해 내부부터 폭파시키는 것, 핵무기를 발사해 우주 공간에서 폭파시키는 것 등이다.
[원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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