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비어스는 왜 '인공 다이아몬드' 판매에 나섰나?

이재은 기자 2018. 10. 13. 06:0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세계 최대 다이아몬드 생산 기업인 드비어스(De Beers) 그룹이 인공 합성 다이아몬드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드비어스는 자사 연구소에서 만든 다이아몬드를 사용한 보석 브랜드 ‘라이트박스’를 출시, 9월부터 판매를 시작했다. 합성 다이아몬드를 공업용이 아닌 보석용으로 대량 생산하는 것은 처음이다.

드비어스는 1888년에 설립된 영국 다이아몬드 브랜드로 다이아몬드 원석, 산업용 다이아몬드, 다이아몬드 주얼리 등을 생산·판매한다. 이제는 널리 알려진 ‘다이아몬드는 영원하다(A diamond is forever)’라는 문구를 1947년 광고에 처음 사용해 유명해졌다.

얼마 전까지 드비어스는 다이아몬드 생산자 협회(DPA)와 손잡고 인공 다이아몬드의 확산을 막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 2016년에는 광산에서 채굴한 다이아몬드만 진정한 가치를 지닌다는 내용의 ‘진짜는 귀하다(real is rare)’ 광고 캠페인을 전개하기도 했다. 인공 다이아몬드는 거들떠보지도 않던 드비어스가 돌연 계획을 바꿔 관련 시장에 진출한 이유는 무엇일까.

드비어스의 인공 다이아몬드 브랜드 라이트박스에서 선보인 다이아몬드 제품. 다이아몬드 귀걸이, 목걸이 등의 가격대는 180~900달러선이다. / 드비어스 제공

다이아몬드의 핵심 구매층으로 떠오른 20~30대 젊은층의 소비 행태가 바뀐 영향이 크다. 인공 다이아몬드는 가격이 저렴하고 다이아몬드 채굴 과정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다는 장점이 부각되면서 천연 다이아몬드의 대안으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미국 투자은행 씨티그룹은 "인공 합성 다이아몬드가 전체 다이아몬드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현재 2%에 불과하지만, 2030년이면 10%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20~30대는 이전 세대에 비해 지속 가능성이나 환경 보호 등에 높은 가치를 두는 경향이 있어 인공 다이아몬드에 대한 거부감이 없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크리스탈 전문 기업 스와로브스키(Swarovski)의 재단 이사장인 나디아 스와로브스키는 "우리 자녀 세대는 실험실에서 만든 다이아몬드만 사고 싶어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이아몬드는 순수 탄소 결정체이자 지구상에서 가장 경도 높은 광물이다. 영롱한 광채 덕분에 ‘영원한 사랑’을 상징하기도 한다. 사진은 드비어스의 ‘다이아몬드는 영원하다’ 광고. / 드비어스 제공

브루스 클리버 드비어스 최고경영자(CEO)는 "다이아몬드 브랜드들도 윤리적 소비를 추구하고 고정된 성 역할을 거부하는 젊은 세대와 가치관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여기에 기술 발달로 인공 합성 다이아몬드의 품질이 좋아지자 드비어스도 직접 생산에 나서기로 한 것이다. 미국에서는 다이아몬드 파운드리(Diamond Foundry) 등의 스타트업이 첨단 기술을 동원해 고품질 다이아몬드를 실험실에서 만들어내고 있다. 육안으로는 광산에서 캐낸 다이아몬드와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정교하다.

광산에서 채굴한 천연 다이아몬드로 만든 드비어스 귀걸이 제품 / 드비어스 제공

드비어스는 고온·고압에서 탄소 기체를 이용하는 기술로 합성 다이아몬드를 만들어낼 예정이다. 이 기술을 활용한 영국 카디프대 연구팀은 올해 5월 실험실에서 메탄과 수소가스를 이용해 일주일 만에 1캐럿짜리 다이아몬드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인공 다이아몬드로의 사업 확장은 천연 다이아몬드의 희소성을 높이려는 드비어스의 시도로도 풀이된다. 드비어스는 의도적으로 인공 다이아몬드의 가격대를 업계 최저 수준으로 낮춰 천연 다이아몬드와 차별화를 두고 있다. 드비어스의 라이트박스 브랜드가 선보인 인공 다이아몬드의 가격은 1캐럿에 800달러(약 90만원)로 광산에서 캐낸 천연 다이아몬드(1캐럿에 6500달러)의 8분의 1 수준이다.

라이트박스 다이아몬드 제품에 대해 드비어스 측은 "생일, 여름 휴가 등 일상에서 가볍게 착용할 다이아몬드"라고 정의했다. 결혼식을 포함한 주요 기념일을 위한 주얼리로는 여전히 천연 다이아몬드를 전면에 내세운다.

드비어스는 천연 다이아몬드와 인공 다이아몬드를 함께 판매해 고가와 중저가 보석 시장, 중장년층과 젊은층을 동시에 포섭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드비어스는 "지난해 다이아몬드 판매의 3분의 2를 미국과 중국 젊은층이 주도했다"면서 인공 다이아몬드로 젊은층을 공략하겠다고 밝혔다.

드비어스는 향후 2~3년간 세계 최대 다이아몬드 시장인 미국 시장(연 430억달러 규모)을 중심으로 라이트박스 사업을 키워나갈 예정이다. 이를 위해 미 오리건주 포틀랜드에 9400만달러(약 1604억원)를 투자해 인공 합성 다이아몬드 생산 시설을 구축한다. 2020년까지 인공 다이아몬드 생산량을 연 50만캐럿 수준으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드비어스(De Beers) 설립: 1888년 창립자: 세실 로즈 본사: 영국 런던 업종: 다이아몬드 채굴·생산·판매 CEO: 브루스 클리버 직원수: 2만여명 매출: 32억달러(약 3조6000억원·2017년)

- Copyrights ⓒ 조선비즈 & ChosunBiz.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