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8cm' 단신 MF를 쓰는 용기, 울산 U-14 결승행이 더 의미 있는 이유

정다워 2018. 7. 31. 0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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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현대중 미드필더 이한새가 30일 포항양덕구장에서 열린 K리그 유스 챔피언십 준결승 전남과의 경기에서 드리블을 하고 있다. 제공 | 프로축구연맹
[포항=스포츠서울 정다워기자]“저 작은 22번은 누구야?”

30일 포항양덕구장에서 열린 울산 현대 14세 이하(U-14) 유스팀과 전남 드래곤즈의 K리그 유스 챔피언십 준결승에서 유독 키가 작은 한 선수가 취재진의 관심을 받았다. 울산의 22번 이한새(14)였다. 울산 현대중 2학년 이한새는 신장 148㎝, 몸무게가 39㎏의 왜소한 선수다. 또래는 물론이고 1학년 후배들과 비교해도 눈에 띄게 작다. 피지컬만 보면 한없이 약해 보이지만, 부드러운 볼터치와 기술, 정확한 패스만큼은 단연 눈에 띈다. 흔히 말하는 공을 잘 차는 선수다. 선발로 출전한 이날 경기에서도 전반 30분 내내 날카로운 패스로 공격에 활기를 더했다. 중앙에서 공을 잡으면 상대 수비 뒷공간으로 침투하는 윙어들에게 수차례 절묘한 패스를 연결했다. 공을 한 번 잡으면 웬만해선 빼앗기지 않는 키핑력도 뛰어났다.

한국 유소년 축구 문화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가 체격조건을 중시한다는 점이다. 과정보다는 결과를 중시하는 환경에서 강력한 피지컬은 승리를 보장하는 일종의 ‘수표’다. 높이와 힘으로 밀어부치는 축구가 웬만하면 통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기술이 뛰어나고 잠재력이 있어도 신체조건이 부족해 기회를 얻지 못하는 선수가 허다하다. 성적을 내기 급급한 지도자는 당장 경기에 나가 성과를 낼 수 있는 선수를 중용하기 마련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유스 챔피언십 준결승 같은 큰 무대에서 이한새를 선발카드로 쓴 김백관 울산 현대중 감독의 선택은 용기 있는 도전이었다. 장신 선수들 사이에서 머리 하나가 없는 이한새 같은 단신, 수비력이 약한 선수를 투입하면 자칫 위험한 상황에 노출될 수 있다. 기본적으로 수비적인 측면에서 부족한 만큼 위험도가 있다. 중앙에서의 제공권도 일정 부분 포기해야 한다.
울산 현대중 김백관 감독이 30일 포항양덕구장에서 열린 K리그 유스 챔피언십 준결승 전남과의 경기에서 경기장을 응시하고 있다.제공 | 프로축구연맹
김 감독 생각은 달랐다. 그는 스포츠서울과의 인터뷰에서 “한새는 키만 작지 기술, 운영, 시야, 패싱력 등 모든 면에서 다른 선수들에 비해 우수하다. 초등학생 때부터 본 선수라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제 몫을 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이어 “피지컬 때문에 쓰지 않을 이유가 없다. 팀에서도 그런 부분을 요구한다. 아직 어린 선수를 체격 하나만으로 판단하는 것은 옳지 않다. 오늘 경기에서도 수비력이 좋은 조현준과 조합하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확신했다”라고 덧붙였다. 선수의 약점을 보기보다는 장점을 살리는 유소년 지도자의 사명에 충실한 선택이었다. 김 감독은 “한새가 오늘도 잘했다. 기대했던 대로 수차례 창의적인 패스로 공격의 실마리를 제공했다. 전반 직후 교체한 것은 체력적으로 힘들어 보였기 때문이다. 결승전 출전 준비해야 했다”라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울산은 전남에 3-2 승리를 거두며 결승에 진출했으니 김 감독의 판단은 옳았던 셈이다.

경기 후 만난 이한새는 한없이 수줍은 소년이었다. 피치에서 과감한 패스를 연결하고 수비 상황에서 상대를 끈길기게 따라붙는 패기는 온데간데없었다. 처음 겪는 취재진의 질문 공세에 당황한 듯 짧은 대답을 이어갔다. 이한새는 “키 크는 약을 먹고 있다”라며 웃은 후 “키는 작지만 기술에는 자신이 있다. 공을 빼앗기지 않을 자신도 있다”라며 수줍게 자신의 장점을 어필했다. “계속 축구를 하고 싶다. 캉테 같은 선수가 되고 싶다. 작지만 다부지게 뛰는 모습이 좋다”라며 자신의 롤모델로 프랑스의 응골로 캉테를 꼽았다.

울산은 31일 포항 스틸야드에서 부산과 결승전을 갖는다. 김 감독의 이한새를 결승전 선발 라인업에 포함시키겠다는 뜻을 밝혔다. 울산 공격은 이한새의 발 끝에서 공격이 시작한다. 그가 중요한 역할을 소화해야 한다. 이한새의 결승전 각오는 다부졌다. U-15 대회에서 부산에 패한 형들을 대신해 승리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웠다. 이한새는 “형들의 패배를 꼭 갚아주고 싶다. 복수하겠다”는 짧지만 굵은 출사표를 던졌다.
we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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