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상품화' 논란 軍 위문공연의 역사..여순사건 위로한 '선무공작단'을 아시나요

지금 청와대 게시판에는 "성상품화로 가득찬 군대위문공연을 폐지해주세요"라는 국민청원이 많은 지지를 얻고 있다.
청원은 지난 14일 수도방위사령부 위문공연서 피트니스 모델이 대회 출전 때처럼 비키니차림으로 포즈를 취한 것을 가르켜 "여성을 사람으로는 보는건지 그저 진열대의 상품으로 보는건지 기괴할 따름이다"며 "군인을 위한 여성의 헐벗은 위문공연이 왜 필요한건지 이해할 수 없다"고 폐지를 요구했다.
군 부대 위문공연은 그야말로 사지(死地)에 내몰린 장병들을 위로하고 마음에 휴식을 주기 위해 시작됐다.
한국전쟁과 1960년대~1970년대 초반 월남전쟁에서 큰 효과를 발휘했다. 시대마다 조금씩 모습을 달리했으며 21세기 들어 그 의미와 연예인을 볼 수 있다는 희소가치가 많이 퇴색 돼 존폐위기에 내 몰린 실정이다.
▲ 1948년 10월 국방부 선무공작단이 시초, 군예대, 위문공연, 홍보단,문선대 등 다양

장병들을 위한 공연의 시초는 1948년 10월 국방부 정훈국이 만든 '선무공작단'이다.
당시 여수 순천에서 군상부 명령에 반발한 군부대 진압을 위해 출동한 장병을 위로하고 지역 주민들에게 반공의식을 불어넣기 위해 서둘러 만들어졌다.
선무공작단은 정훈공작단(군예대), 홍보단, 문선대(문화선전대) 등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한국전쟁 시절 군예대는 군인 신분인 연예인이 중심이 돼 움직였다. 다만 다른 군인처럼 전투에 참여하는지 않았다. 전쟁 후에는 현역병이 군예대나 홍보단 소속으로 공연을 다녔다.
위문공연의 경우 현역이 아닌 연예인, 일반인 들이 군장병을 위로하는 행사로 정기적 혹은 비 정기적으로 진행돼 왔다.
대표적 위문공연은 1961년 10월 23일 첫 방송을 시작한 국군방송 '위문열차'로 매주 군부대를 찾아 공연했다.
▲ 한국전쟁 당시 '군예대'로 전장을 누빈 연예인들
한국전쟁 초기이던 1950년 여름 코메디언 배삼룡이 중심이 돼 6사단에서 정훈공작단, 즉 군예대가 조직돼 최전선을 찾아 다니면 위문공연했다.
이후 사단급마다 군예대가 창설되다시피 했다.
당대 최고의 남자가수였던 남인수, 현인을 비롯해 신카나리아, 금사향, 백설희, 코미디언 구봉서, 배우 허장강, 김진규, 이예춘 등이 군예대에서 맹활약했다.
현인 '전우야 잘 가라', 금사향의 '임 계신 전선'등이 군예대 공연을 위해 만들어졌고 군가처럼 불렸다.
▲ 위문공연의 백미 월남공연, 이미자 '동백아가씨' 떼창하며 눈물바다

군장병 위문공연의 절정은 월남 위문공연. 부모 형제와 떨어져 이역만리 월남으로 파병간 장병들을 위해 정부는 당대 최고의 가수와 배우, 코메디언들을 묶어 자주 위문공연을 펼쳤다.
이미자, 박재란, 현미, 요즘말로 당시 아이돌이었던 윤복희, 코미디언 서영춘, 구봉서, 배삼룡, 박시명, 영화배우 최은희는 물론이고 해병대에 지원입대해 베트남으로 간 가수 남진, 진송남 등이 자주 총대신 마이크를 들었다.
월남위문공연 섭외 1순위는 '국민가수' 이미자. 한국가요사상 최고 히트곡이라는 '동백아가씨'로 온 국민을 울렸던 이미자의 인기는 대단했다.
1965년 첫 파월부대인 주월한국군 건설지원단 '비둘기 부대' 위문공연 때 모든 장병들이 이미자와 함께 "헤일 수 없이 수많은 밤을 내 가슴 도려내는 아픔에 겨워~"라며 '동백아가씨'를 떼창하면서 눈물을 흘리던 장면은 군부대 위문공연의 백미로 꼽힌다.

▲ 각 군별로 있던 홍보단, 문선대 통합 1996년 연예병사 제도 탄생→2013년 폐지
군에서 위문공연을 위해 만든 조직은 홍보단, 문선대 등의 이름으로 불리며 사단 혹은 각 군별로 존재해 왔다.
그러다가 국방부가 1996년 병사들의 사기진작과 군 이미지를 높이기 위해 공연단을 통합 관리하겠다며 홍보지원단을 출범시켰다.
그러면서 이른바 연예병사라는 보직이 등장했다. 국방부 근무지원단 지원대대 홍보지원중대 소속인 연예병사 정원은 20명에 불과해 내로라 하는 연예인들이 피튀는 경쟁끝에 겨우 들어갈 수 있었다.
연예병사는 부대 공연을 위해 연습하고 무대에 서고하면서 현역생활을 했다.
하지만 잦은 외출외박, 군인인지 연예인인지 알 수 없다는 비판, 공연뒤 안마시술소 출입 사건 등으로 여론의 몰매를 맞아 2013년 7월 폐지됐다 .

▲ 연예병사 폐지후 군악대, 해군· 경찰 홍보단
국방부 연예병사 폐지 뒤 군 위문공연을 위한 현역조직은 군악대, 해군· 경찰 홍보단이 주로 맡았다.
공연이 주임무인 연예병사와 비교할 순 없지만 상대적으로 공연준비를 많이 하는 까닭에 일반병사와는 다른 근무조건을 가졌다.
▲ 일과시간 외 휴대폰 사용하려는 마당에 위문공연 실효성 의문
예전 연예인 등의 군부대 위문공연은 외부와 차단된 채 생활하던 장병들에게 '바깥 공기'를 마실 수 있는 몇 안되는 기회 중 하나였다. 말로만 듣던 연예인을 눈앞에서 보는 즐거움, 평소라면 꿈도 못꿀 현란한 댄스타임 등 등 군 생활에 활력소로 작용했다.

하지만 지금은 최전방 장병들도 TV 등을 통해 최신 노래 등을 쉽게 접하고 있다. 현역생활도 짧아 사회와의 단절 시간도 훨씬 줄었다.
여기에 국방부가 장병들에게 일과시간 이후인 오후 6시부터 10시까지 허용하겠다고 나서는 등 지금은 위문공연 실효성이 거의 사라졌다.
이 상황에서 지난 14일 민간단체가 주선한 수방사 위문공연 때 여성 피트니스 모델 들이 등장, 선정성 논란까지 일으켰다.
수방사와 해당 단체는 '건강한 생활을 장려하기 위한 차원이었다'며 보디빌딩 대회처럼 생각하면 된다고 했지만 시대 흐름을 읽지 못했다는 지적을 피할 순 없었다.
박태훈 기자 buckba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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