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계의 억만장자, 아들을 위해서 F1 팀을 사다

F1 드라이버인 아들의 성적이 부진한 가운데, 억만장자인 그의 아버지는 경영 부진으로 파산 위기에 빠진 다른 F1 팀을 인수한다. 누가 봐도 아버지가 아들을 위해 팀을 샀다고 생각하겠지만, 본인은 투자라고 극구 부인하고 있다. 아들을 F1 챔피언으로 만들고 싶어하는 캐나다 억만장자 로렌스 스트롤과 그의 아들 랜스 스트롤, 두 부자의 이야기이다.

 

천문학적인 운영비가 필요한 스포츠, 포뮬러 원

포뮬러 원(Formula 1)은 모든 드라이버들이 꿈꾸는 모터스포츠의 최고봉이다. 20개의 시트가 지구상에서 가장 빠른 드라이버들을 기다리고 있다. 각 팀은 스폰서, 드라이버, 차량 섀시, 엔진 조달, 레이스 메카닉과 피트 크루 등을 관리해서 한 해 동안 전 세계에서 펼쳐지는 F1 월드 그랑프리를 참가하게 된다. 높은 수준의 경기인 만큼, 돈도 천문학적으로 많이 들어간다.

팀 운영비 뿐만 아니라, 드라이버가 되는데도 개인의 힘으로는 도달하기 어렵다. F1 드라이버가 되기 위해서는 카트 - F4 - F3 - F2를 차근차근 거치며, 두각을 나타내야 한다. 기업의 튼튼한 스폰서 없이는 이런 긴 기간 동안 들어가는 어마어마한 돈을 감당할 수가 없다. F1에 참가하는 것은 승마 이상으로 돈이 많이 드는 부자들의 스포츠임이 분명하다. 그래서 월등한 실력으로 어느 누구보다 빠르다고 자부해도, 참가할 돈이 없다면 꿈도 꿀 수 없다. F1은 드라이버의 실력 뒤에 자본력이 뒷받침 되어야 하는, 잔인하고도 냉정한 머니게임이다.

이런 큰 자본이 필요한 F1 팀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들은 누구일까? 보통 웬만한 기업가 자산으로는 어렵고, 내놓으라 하는 억만장자조차도 여럿이서 컨소시엄을 구성해 F1 팀을 인수하고 운영한다. 하지만 즉각적으로 투자금이 회수되지 않는 스포츠 장르 특성상, 길게 보면 10년을 넘긴 소유주가 거의 없는 것 같다. 자동차 산업과는 크게 관계없는 기업가들이 많고, 나머지는 자신들의 기술력을 자랑하기 위한 차량 제조사들과 함께 협업하여 운영된다. 아무래도 차량 제조사와 함께 하면 차량 제작은 물론, 기술적으로도 지원받기 때문에 장점이 많다. 이 팀들은 워크스(Works)또는 팩토리 팀이라고 한다. 스쿠데리아 페라리, 메르세데스-AMG등은 오랜 기간 참가한 덕분에 기술력이 높고, 자사의 엔진을 쓸 수 있어 유리한 면이 많다. 페라리는 차량 제조가 주목적이 아니라, 레이스 운영비를 위해서 차를 만들어 판다고 알려져 있다.

 

경영 위기의 사하라 포스 인디아 F1, 이들을 살려준 캐나다 자본

자본력이 무척 중요한 만큼, F1 팀들도 부자(富者) 팀과 빈곤(貧困)한 팀이 있다. 매년 새로운 부품과 차량을 개발하는 것만으로도 억 소리나는 연구개발비가 필요하지만, 그마저도 어려워 작년 차량과 부품을 그대로 쓰는 가난한 F1 팀(알파 로메오-자우버)도 있다. 스포츠는 정정당당해야 한다고 하지만, 레이스 조건이 모두 같을 수 없다. 돈도 실력이랄까? 그것을 온몸으로 증명하는 부자(父子)가 있다.

경영난에 허덕이던, 중위권의 사하라 포스 인디아란 F1 팀이 있었다. 이 팀은 오너들이 본인들의 사업상 문제로, 사기혐의를 받고 모두 감옥에 갇히고 말았다. 사하라 포스 인디아는 차량에 쓰이는 엔진, 섀시, 인건비, 부품대금 미지급 등 부실 경영으로 빚더미에 쌓여, 업계에서는 매번 팀 매각설이 돌았다. 그러던 중 운영대금을 처리해주어야 할 오너들이 모두 감옥에 갇히는 위기가 닥쳤다. 결국 밀린 돈을 처리해 주지 못한 회사는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수백 명의 관계자들이 직장을 잃고 거리에 나앉게 될 찰라, 이들에게 캐나다의 컨소시엄이 팀을 인수하겠다는 러브콜을 보내왔다. 기존 오너들은 무척 나쁜 상황인지라 매각을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 캐나다의 컨소시엄은 팀의 모든 채무를 처리하는 것은 물론, 앞으로의 차량 개발이나 미래에 대해서도 예산을 보장했다. 이제 가난했던 이 F1 팀은 더 이상 경영난에 시달리지 않아도 된다. 사하라 포스 인디아는 컨소시엄으로 경영권을 넘기면서 포스 인디아로 이름이 바뀌었다.

 

캐나다 폐션계의 거물, 로렌스 스트롤

포스 인디아를 인수한 것은 캐나다 억만장자 로렌스 스트롤(Lawrence Stroll)이 이끄는 컨소시엄이다. 팀을 인수한 억만장자 로렌스는 소위 ‘금수저 F1 레이서’로 논란이 되고 있는 윌리엄스 F1 페이 드라이버 ― 랜스 스트롤(Lance Stroll)의 아버지다. 페이 드라이버는 돈으로 시트를 사서 참가하는 F1 드라이버를 말한다. 로렌스는 유대인 집안에서 자랐으며, 피에르 가르뎅(Pierre Cardin), 랄프 라우렌(Ralph Lauren)등 유명 패션 업계에 투자한 거물이다. 포브스가 매년 발표하는 억만장자 리스트에서 올해에는 887위에 자리했다. 그가 가진 자산은 27억 달러, 우리 돈으로 약 3조 이상 평가받는 어마어마한 부자다.

로렌스가 가지고 있는 자산 중에서는 자동차 관련 자산이 많다. F1 경기를 개최했던 캐나다 퀘백 주의 몽-트렘블랑(Mont-Tremblant) 서킷을 소유하고 있으며, 퀘백 주의 페라리 딜러망도 가지고 있다. 특히 로렌스가 보유한 클래식 페라리는 상상을 초월한다. 페라리 250 테스타 로사 스카글리에티 스파이더(1957), 512 M 수노코, 512 BB LM, 288 GTO, 412 P, 250 GTO, F40 GTE, 360 GT 등 페라리 250부터 최신 라 페라리까지 한 대도 빼놓지 않고 모두 가지고 있다. 클래식카는 매년 그 가치가 오르는 만큼, 그림 못지않은 자산으로 평가받는다. 그야말로 박물관과 비견 될 만한,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페라리 수집가다.

 

아들의 성공을 위해 8천만 달러 쯤이야

억만장자인 로렌스가 포스 인디아 F1 팀을 인수한 것만 따진다면 그다지 문제될 것이 없다. 로렌스 본인도 분명 투자행위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로렌스가 아들 랜스를 위해 지금까지 어떤 일을 해왔는지 살펴본다면, 왜 사람들이 입을 모아 ‘아들을 위해 포스 인디아를 샀다’고 말하는 지 그 이유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자동차 마니아 억만장자 로렌스에게는 아들 랜스 스트롤과 딸 클로에 스트롤이 있다. 아들 랜스는 2008년, 9살의 나이로 카트 레이스인 캐나다 로탁스 미니 맥스 클래스에서 2승, 몬트리올과 퀘벡선수권에서 각각 1승씩 우승한 전력이 있다. 아들을 최고의 무대에 올려주고 싶은 것은 모든 부모 마음이 같겠지만, 자동차를 좋아하는 로렌스는 그 누구보다 강렬했나보다.

카트 레이스에서 랜스가 두각을 보이자, 로렌스는 아들을 페라리 드라이버 아카데미에 입학시킨다. 11세 최연소로 페라리 드라이버 아카데미에 입학한 랜스는 어느 정도 실력도 있지만, 엄청난 클래식 페라리 콜렉터이자, 캐나다 퀘백주의 페라리 딜러망을 가지고 있는 부모덕을 본 셈이다. 그러나 이는 단지 시작에 불과했다. 아들을 F1 드라이버로 만들겠다고 맘먹은 이상, 로렌스의 아낌없는 챔피언 농사가 시작되었다.

랜스 스트롤은 2014년 프레마 파워팀에 소속되어 이탈리아 F4를 우승한다. 로렌스는 아들의 F3 진출을 위해 1천 5백만 달러를 들여 ‘프레마 파워팀’을 아예 인수해버렸다. 또한 마이클 슈마허를 키운 페라리 F1 팀 최고의 레이스 엔지니어, 루카 발리서리(Luca Baldisserri)를 프레마 파워팀으로 보내 아들을 돕게 했다. 프레마 파워팀 소속으로 2015년 토요타 레이싱 뉴질랜드 시리즈에 출전한 랜스는 종합 우승을 차지했다.

로렌스는 2천만 달러를 들여 윌리엄스 F1 팀에 고성능 시뮬레이터를 설치해준다. 루머에 따르면 이 시뮬레이터에는 초기에 F3 프로그램이 들어가 있었다. 2016년에는 하반기에는 다음 해 윌리엄스 F1의 차량인 FW40 프로그램으로 바뀌었다. 루머가 사실이라면, 이 시뮬레이터는 단순히 랜스의 훈련을 위해 설치한 것이었다고 밖에 보이지 않는다. 이때까지 페라리 드라이버 아카데미 소속이었던 랜스는 윌리엄스의 테스트 드라이버로 적을 옮긴다.

프레마 파워팀 소속으로 F3에 진출하게 된 로렌스는 2016년 유럽 레이싱 시리즈 F3 종합우승을 따낸다. F2(GP2)는 형식적인 드라이버 풀이니 가볍게 건너뛰었다. F1 팀들을 돌아다니며 테스트를 받던 랜스는 윌리엄스 F1 팀 드라이버로 발탁된다. 이미 F1 팀과 이야기가 끝난 이상 F2는 무의미 했다. 윌리엄스 F1의 경우 자금이 많이 필요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페이 드라이버로 로렌스를 받아들였다. 로렌스는 아들 랜스 스트롤을 윌리엄스 F1 팀에 넣기 위해, 지금까지 무려 8천만 달러(우리 돈 907억)를 쓰고 F1 시트를 샀다고 알려졌다.

대부분 F1 선수들은 집안이 부유한 곳의 아들인게 사실이다. 하지만 랜스는 그 중에서도 확실히, 집안에 돈이 더 많은 선수다. 부잣집 아들답게, 랜스는 돈으로 F1 시트를 샀지만, 전혀 창피해 하지 않는다. 돈으로 해결함으로써 시간을 절약할 수 있는 것은, 아낌없이 돈을 써서 지나왔다. 덕분에 만 18세의 나이로 두 번째 최연소 F1 드라이버이자, 현재 F1 선수 중에서는 가장 어린 드라이버가 되었다. 이 초보 F1 드라이버, 자신감만큼은 철철 넘쳐나서 '반드시 챔피언십에서 승리할 것'이라고 의기양양하게 말한다. 그를 보고있자면, 사이버 포뮬러에서 매번 크래쉬를 일으키며 사고뭉치로 전락한 미싱링크 소속 레이서, 레온 안하트(Leon Earnhardt)가 떠오른다.

 

아버지가 팀을 사면, 아들이 드라이버로 옮기고

로렌스가 포스 인디아를 인수한 이상, 내년도 시즌에는 아들 랜스가 포스 인디아로 이적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현재 윌리엄스 F1의 차량이 레이스에서 최고의 성능이 아닐뿐더러, 리어섀시의 그립이 불안정해 초보자인 랜스가 몰기에는 너무 어렵다는 평이 많다. 게다가 재정적인 투자를 많이 하고 있지만, 페이 드라이버인 이상 윌리엄스 F1 의 오너와, 감독이 버티고 있는 만큼, 로렌스가 원하는 대로 팀을 운영하도록 입김을 넣기에는 분명 한계가 있다.

만일 이번에 구입한 포스 인디아 F1으로 아들 랜스가 소속을 옮긴다면, 직접 팀의 모든 역량을 총 동원해서 챔피언 만들기에 매달릴 것이다. 물론 시트는 두 개 뿐이니 현재 포스 인디아에 속한 두 드라이버 세르지오 페레스(Sergio Perez)와 에스테반 오콘(Esteban Ocon)중 한 명은 나가야 한다. 아무래도 세르지오가 실적이나 실력이 좋다보니, 아들의 서포터로 남겨서 써먹지 않을까 싶다. 그러면 ㅤ쫓겨난 에스테반은 랜스가 떠나면서 시트가 빈 윌리엄스로 옮기는 것을 고려해 볼 수 있다.

 

금수저 레이서, 앞으로가 문제

랜스 스트롤은 무엇보다도 실력이나 경험이 턱없이 부족해서, 금수저 F1 레이서라는 오명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동료 레이서들의 비난도 거세다. 2017년 기록을 보면 대부분의 경기를 제대로 완주하지 못하고 리타이어 하는가 하면, 하위권에서만 맴도는 등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그랑프리라 부르기도 민망한 소위 '막장 경기'로 평가받는 작년 아제르바이잔 그랑프리에서 3위로 피니쉬하며 첫 F1 포디움에 섰을 뿐이다.

가장 빠른 차를 줘서 우승 시키고 싶은 아버지와, 돈도 실력이라고 자신있게 주행하는 아들. 그것이 단순히 아버지의 꿈이라고 해도, 자식 가진 부모라면 누구나 좋은것, 최고의 것을 해주고 싶은 마음은 같을 것이다. 랜스는 2018년 시즌 역시 현재 노 포인트, 완주도 적고, 계속 리타이어를 반복하고 있다. 새로운 팀으로 가면 우리 도련님 실력이 좀 나아질까? 오는 26일 열리는 벨기에 그랑프리에서는 좀 더 나아진 모습을 보여줬으면 한다. 한편 이번 인수로 가장 행복한 사람은 아마 아버지도, 아들도 아닌 실업자가 될 뻔 했던 포스 인디아 F1 소속 405명의 근로자들 아닐까싶다. 그들 마음은 이렇게 얘기하고 싶을 것이다. “랜스 스트롤 아버지,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