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뮤지컬 '마틸다', 아이와 어른이 함께 보는 동화

아이와 함께 볼 수 있는 쓰디쓴 블랙코미디. 화제 속에 관객과 만나고 있는 뮤지컬 '마틸다'를 보는 건 독특한 경험이다.
주인공은 천재소녀 마틸다. 다섯 살 나이에 읽지 못할 책이 없는 소녀지만 아버지란 작자는 아들이 아니라며 멀쩡한 딸을 '머스마'라 부르며 구박하고, 어머니란 사람 역시 똑 부러진 딸에게 넌더리를 낸다. 학대와 차별 속에서도 "옳지 않아"를 외칠 줄 아는 마틸다지만 사랑받는 아이인 척, 거짓말로 자기를 포장하며 지낸다. 소녀의 유일한 위안은 도서관에서 빌려 온 책을 읽는 것. 그러던 중 학교에 간 마틸다는 두 사람의 선생님을 만난다. 시답지 않은 이유로 아이들에게 말도 안되는 벌을 주는 교장 미스 트런치불. 마틸다의 천재성, 그리고 그 속의 상처를 알아봐 준 미스 허니. 서로를 알아본 마틸다와 미스 허니는 나이를 넘어선 우정을 나누며 서로의 상처를 보듬는다.
뮤지컬 '마틸다'는 '찰리와 초콜릿 공장'으로 친숙한 아동문학가 로알드 달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139년 전통의 영국 명문극단 로열 셰익스피어 컴퍼니(RSC)가 뮤지컬로 첫 선을 보인 이래 런던 웨스트엔드와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대성공을 거두며 현재도 상영 중이다. 이번 라이선스 초연은 비영어권 국가 최초. 한국 공연계를 선도해 온 신시컴퍼니가 창단 30주년을 기념해 선보였다. 이미 어린이를 주인공으로 삼은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를 성공시키며 노하우를 얻은 신시컴퍼니의 자신감, 뮤지컬 관객의 저변을 확대시키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과연 뮤지컬 '마틸다'는 탄탄한 원작과 완성도 높은 프로덕션이 만난 웰메이드 뮤지컬로 눈과 귀를 사로잡는다. 마틸다를 중심에 둔 성장의 드라마는 물론 개성만점 캐릭터들은 흥미진진하고, 아름다운 넘버들, 그와 착착 붙는 재기발랄한 안무 또한 한 시도 눈을 뗄 수 없다.
황예영·안소명·이지나·설가은, 네 명의 소녀가 돌아가며 선보이는 마틸다는 압도적인 비중으로 극을 이끄는 주인공. 전체의 절반이 훌쩍 넘는 대사며 노래를 소화하며 극을 이끈다. 마틸다는 물론 반 친구로 등장하는 어린 배우들이 주인공이나 다름없다. 장르를 불문하고 또랑또랑하게 울리는 노래, 에너지 넘치는 칼군무에 입이 떡 벌어지는데 그 재능과 연습량을 짐작할 만하다. 물론 성인 배우들도 만화적이기까지 한 캐릭터들을 맛깔나게 그려내며 안정적으로 이야기를 떠받친다.
가끔 마음이 불편하긴 하다. 일반의 상식에서 멀리 벗어난 '나쁜 어른' 캐릭터들이 하는 짓이며 내뱉는 말들이 객석에 앉아 아동학대를 목격하는 게 아닌가 싶을 만큼 아슬아슬하게 느껴지는 탓이다. 오히려 어린이 관객들은 '뮤지컬은 뮤지컬로' 즐기며 그 다음 이야기가 어떻게 될까 궁금해하는 듯했다. 어쩌면 어떤 순간에도 "옳지 않아"를 외칠 수 있는 씩씩한 마틸다가 아니라 마틸다를 돕고 싶지만 그러지 못하는 미스 허니에게 감정이입할 나이이기 때문일지 모르겠다. '마틸다'엔 이밖에도 세대에 따라 달리 다가갈 요소가 다분한데, 2부의 첫 곡 '어른이 되면'의 아름다운 멜로디와 가슴을 치는 가사, 그네에 몸을 실은 아이들이 나비처럼 사뿐히 공중을 날아오르는 순간의 희열도 마찬가지다.
뮤지컬 '마틸다'는 어른들을 위한 아름다운 동화이면서 아이들을 위한 환상적인 동화이기도 하다. TV는 바보상자란 굳건한 믿음을 지닌 로알드 달 표 반어법으로 가득한 시니컬한 코미디가 수많은 네모들로 꾸며진 무대 속에서 환상적으로 펼쳐진다. 다만 번안의 탓인지, 공연장의 탓인지 한국어 공연인데도 대사·가사가 잘 들리지 않는 부분이 있다.
뮤지컬 '마틸다'는 이미 아이와 함께 볼 수 있는 뮤지컬로 입소문이 난 탓에 공연장에 어린이 관객들이 상당하다. 객석이 다소 소란스러운 건 사실인데, 그것이 극장에 묘한 생동감을 더한다. 공연 막바지 각성한 마틸다가 미스 트런치불을 향해 시원한 한 방을 날리는 순간, 곁에서 보던 초등학생 고학년쯤으로 보이는 어린 관객이 "그렇지!"를 외쳤는데 작품이 완성된 듯한 기분이었다.
내년 2월 10일까지 서울 강남구 LG아트센터에서 공연한다. 160분. 8세 이상.
김현록 기자 roky@mtstarnews.com<저작권자 ⓒ ‘리얼타임 연예스포츠 속보,스타의 모든 것’ 스타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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