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 국가대표·베트남 귀화 새내기 경찰..국민 곁으로

김민성 기자,권혁준 기자 2018. 8. 3.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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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들에게 신뢰주고파"..베트남 출신 홍민희 순경
한지붕에서만 6번째..'경찰 가족' 막내 백승욱 순경
중앙경찰학교 293기 신임 순경들이 3일 충북 충주 중앙경찰학교에서 열린 졸업식에서 민갑룡 경찰청장과 사진을 찍고 있다. © News1

(서울=뉴스1) 김민성 기자,권혁준 기자 = 3일 중앙경찰학교 293기로 첫발을 뗀 신임 순경들은 전국 각지로 흩어져 치안현장에서 활약하게 된다. 이들은 8개월간의 혹독한 교육 끝에 '제복입은 시민'으로서 국민의 치안을 책임지게 된다. 시민들 가까이서 안전을 지켜줄 팔색조의 경력과 이력을 지닌 신임 순경들의 면면을 들여다봤다.

◇"여경이라고 뒤로 빠지지 않겠다" 태권도 국가대표 출신 박효지 순경

© News1

해매다 경찰은 태권도, 유도 등에서 무도특채를 선발한다. 어릴 때부터 철저한 자기관리로 다져진 운동선수를 특별채용해 일선 치안현장에 투입한다. 무도특채 경찰은 약 1년간 지구대 등에서 근무한 뒤 조직폭력·강력사범 검거 등이 필요한 수사부서에 활약한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태권도 금메달을 딴 임수정 선수,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 유도 금메달을 딴 황희태 선수가 대표적인 케이스이기도 하다.

이번엔 임수정 선수의 태권도 후배 박효지 선수가 무도특채로 경찰에 입문해 경기남부경찰청으로 첫 발령을 받았다. 박효지 순경(30·여)은 2007년부터 2009년까지 태권도 국가대표를 지냈고 46kg 등 여자 핀급에서 활약했다.

박 순경은 2009년 세르비아 베오그라드에서 열린 제25회 하계유니버시아드 태권도 여자 핀급 경기에서 금메달을 땄고, 같은해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여자 46kg급에서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비록 올림픽과는 인연은 없었지만 우리나라 태권도 역사에서 박 순경은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박 순경은 전화인터뷰에서 "현장에서 여성 주취자나 여성 피의자가 연관돼 있으면 아무래도 남자 경찰은 적극적인 행동을 취하지 못하는 것을 보면서 여경의 필요성을 다시 느꼈다"며 "경찰도 사회적 약자를 보호할 의무가 있지만, 여성들도 운동, 호신술 등을 통해 자신을 1차적으로 보호할 수 있다면 더욱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형사계에 당분간 몸담게 되지만 여자라서, 여경이라는 이유로 현장업무 등 일선에서 뒤로 물러서지 않고 매번 적극 임하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외국인들에게 신뢰주고 싶어"…베트남 출신 홍민희 순경

© News1

홍민희 순경(33·여·전남청 장성경찰서)은 베트남 출신의 '귀화 경찰관'이다. 지난 2005년 한국으로 유학을 온 홍 순경은 3년간의 열애 끝에 한국인 남편과 백년가약을 맺었다. 2009년에는 조선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했고, 2010년에는 귀화 절차를 밟아 완전한 한국인이 됐지만, 동남아시아인에 대한 '차별'의 시선을 피할 수 없었다.

홍 순경은 "한국은 교통과 치안이 정말 좋고, 사람들도 대부분 친절해 인상적이었다"면서도 "다만 베트남 사람이라 차별도 없지 않았다. '국제결혼'으로 한국에 왔다는 인식이 강하고, 동남아 사람을 낮잡아 보는 일도 허다했다"며 아쉬워했다.

차별은 자녀에게까지 이어졌다. 초등학교에 입학한 첫째 딸은 엄마가 베트남 사람이라는 이유로 놀림받는 일이 허다했다.

이는 홍 순경에게 새로운 동기부여가 됐다. 그는 "엄마가 경찰이 되면 아이가 자신감과 자부심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경찰이 되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었다. 세 아이를 출산하면서 100㎏까지 불어버린 몸이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 하지만 홍 순경은 이를 악물었고, 육아를 병행하면서도 홈트레이닝과 식단조절을 통해 10개월만에 무려 40㎏을 감량하는 데 성공했다.

필기시험 역시 베트남 출신의 홍 순경에게는 남들보다 어려운 일이었다. 법 조항의 경우 생소한 단어가 많아 일일히 사전을 뒤적여야 했고, 때로는 교수들을 찾아 문의하기도 했다. 결국 홍 순경은 '당당한 엄마'가 되기 위한 스스로와의 약속을 지켰다.

홍 순경은 "이제 대한민국 경찰로 살아가게 된다는 것이 가슴 벅차다. 경찰학교에서 '누구엄마'가 아닌 내 이름이 불린 것 또한 감동이었다"면서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의 고충을 누구보다 잘 아는 만큼, 외국인들에게 친절하고 신뢰를 줄 수 있는 경찰이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한지붕에서만 6번째…'경찰 가족' 막내 백승욱 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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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욱 순경(30·경남청 김해서부경찰서)은 어렸을 때부터 '경찰'이라는 직업이 친숙했다.

아버지(백구흠 경감·부산 해운대서 중동지구대장)부터 작은아버지(백구현 경위·경남 고성서, 백상현 경위·부산 과학수사대), 5촌 종숙(백철현 경사·경남 고성서), 외삼촌(이형규 경위·부산 해운대서)까지 무려 5명이 경찰 제복을 입었기 때문이다.

자연히 백 순경에게도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었다. 그는 "아무래도 아버지도 경찰이고 친척들 중에도 경찰이 많다 보니 자연스럽게 경찰을 꿈꾸게 됐다. 특히 어린 시절 집에 든 도둑을 쫓아가던 아버지의 모습을 본 것이 경찰을 동경하게 된 계기였다"고 설명했다.

결국 서른의 적지 않은 나이에 백 순경은 오랜 꿈을 이루게 됐다. 그는 "기분좋고 감격스러운 순간이 아닐 수 없다. 공부를 시작하고 이곳에 처음 왔을 때 '경찰'이라는 소속감이 들었는데, 졸업을 하게 되니 다시 시작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웃었다.

가족들 중 까마득한 경찰 선배들이 많다는 점은 '신참' 백 순경에게는 또 다른 동기부여가 된다. 그는 "아버지나 친척들 귀에 제 이름이 들어가게 된다면 좋은 이야기만 나와야 하지 않겠나. 좋은 사람이고, 일을 잘한다는 말을 들을 수 있게끔 열심히 해야겠다"고 말했다.

가족들의 든든한 응원과 격려도 등에 업고 있다. 백 순경은 "아버지가 무척 기뻐하셨다. 일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경찰도 사람 됨됨이가 우선이니까 인성에 많은 신경을 써야 한다고 말씀해주셨다"고 말했다.

백 순경은 일찌감치 자신의 '좌우명'을 머릿속에 새겨놓았다. 그는 "범죄 앞에 당당하고 용감한 경찰이 되는 것이 가장 큰 목표"라면서 "이를 반드시 지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m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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