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 "당신의 생리대는 안전합니까" 생리대 파동, 그후

김경은 기자 2018. 10. 26. 06:46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25일부터 생리대 포장지에 모든 성분을 표시해야 하는 전 성분 표시제가 도입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생리대 안전성 강화 대책으로 내놓은 제도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생리대 포비아’는 여전하다. 지난해 유해 생리대에 이어 최근 라돈 생리대까지, 안전성 논란이 끊이지 않는 탓이다. 관련 논란을 둘러싼 업계와 소비자의 반응을 짚어봤다. <편집자주>

[생리대 파동] ① 국산 생리대 안전성 논란, 그 후  
/사진=뉴스1 DB

지난해 이어 올해 또다시 ‘유해 생리대’ 논란이 불거지면서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유해성의 진위 여부와 관계없이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어서다. 이미 지난해 생리대 파동 이후 소비자들은 외국산 생리대와 면 생리대, 생리컵 등으로 눈을 돌렸다. 국내 생리대업계는 소비자들의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반복되는 생리대 안전성 논란

지난 16일 한 매체는 ‘오늘습관’ 생리대에서 기준치 148Bq의 10배가 넘는 라돈이 검출됐다고 보도했다. 라돈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정한 1군 발암물질로, 호흡기를 통해 체내에 축적돼 폐암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늘습관을 판매해온 일레븐모먼트는 해당 보도에 즉각 반발하며 법적 대응 방침을 밝혔다. 회사 측은 “국가기관 시험결과 대한민국 방사능 안전기준 수치보다 훨씬 안전한 수치로 확인됐다”며 “언론이 보도한 라돈수치는 저가 라돈 측정기 ‘라돈아이’로 측정한 수치”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회사 측이 제시한 측정 결과서를 만든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의 입장은 달랐다. 연구원 측은 “우리 쪽에서 만든 자료는 제품에 내재돼 있는 방사능 양에 대한 정보”라며 “실제 피폭은 착용시간이나 착용부위 별로 별도의 실험을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우리 자료만으로 종합적인 안전성을 판단하기 힘들다”고 선을 그었다.

생리대 안전성 논란은 지난해부터 제기됐다. 지난해 3월 여성환경연대와 김만구 강원대 교수 연구팀은 시중 생리대 10종에서 휘발성유기화합물(VOCs) 등 유해물질 22종이 검출됐다고 발표했다. 이 중 이름이 밝혀진 깨끗한나라의 생리대 ‘릴리안’은 환불절차를 밟고 제품 생산·판매를 중단하기도 했다. 

이후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해 9월과 12월 두차례에 걸쳐 시중 유통 중인 생리대와 팬티라이너에 존재하는 VOCs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했다. 식약처는 당시 모든 제품에 대해 “검출량이 인체에 유해한 수준이 아니다”라고 결론지었으나 소비자의 불안감은 잦아들지 않았다. 

깨끗한나라 '릴리안'이 매대에서 철수되는 모습. /사진=뉴스1

◆외국산 찾아 떠나는 소비자

불안은 불신으로 이어졌다. 국산 생리대를 신뢰하지 못한 소비자들은 외국산 생리대로 눈을 돌렸다. 국내에 판매되고 있는 영국산 유기농 생리대 ‘나트라케어’는 국산에 비해 2~3배 비싼 가격에도 수요가 급증했다. 생리대 파동 직후에는 평소 6~7개월 재고물량이 나흘 만에 동나기도 했다. 

반면 국내 생리대업계는 매출과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식약처에서 받은 ‘최근 3년간 생리대 생산실적’에 따르면 지난해 생리대 생산실적은 2497억3647만원으로 전년 대비 12.3% 감소했다.

특히 릴리안 사태를 겪은 깨끗한나라의 매출은 전년 대비 6.5% 감소한 6605억원을 기록했다. 생리대 시장점유율도 2016년 9.1%에서 지난해 7.2%로 떨어졌다. 깨끗한나라는 환불과 생산중단 등으로 인한 직접적인 피해액이 50억원에 이르고 이미지 실추 등으로 인한 매출 하락은 수백억원대에 달한 것으로 보고 있다. 

생리대 시장점유율 1위인 유한킴벌리도 유해물질 논란에 휩싸여 실적이 나빠졌다. 유한킴벌리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9.6% 감소한 1조3567억원을 기록했다. 

깨끗한 나라 '메이앤준'(왼쪽)과 유한킴벌리 '라네이처'. /사진=각사 제공

◆국산 생리대, 어떻게 바뀌었나

유해성 논란 이후 업계 트렌드는 친환경으로 넘어왔다. 관련시장은 지난해 60% 이상 성장했다. 국내 주요 생리대업체들도 천연소재를 활용한 친환경 생리대를 잇달아 출시했다. 기능성보다 안전성에 충실한 제품들이다. 기존 생리대가 흡수력, 촉감, 냄새 등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들 제품들은 친환경, 유기농, 안전성 등을 강조한다.

깨끗한나라는 지난 8월 생리대 ‘메이앤준’을 출시했다. 1만2000명의 소비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가 반영된 생리대다. 소비자들은 ‘안전하고 피부에 자극이 없는 생리대’를 요구했다. 이에 메이앤준은 100% 자연 순면커버를 사용했고 무염소표백·무형광·무색소·무포름알데히드·무화학향료 등 유해성분을 첨가하지 않았다. 유한킴벌리도 지난 1월과 8월 친자연 생리대 ‘라네이처’와 ‘화이트 에코프레시’를 선보였다. 

앞서 유한킴벌리·깨끗한나라·한국피엔지·엘지유니참·웰크론헬스케어 등 5개 업체는 지난해 12월 안전성 관련 정례협의체를 만들고 식약처, 한국소비자원과 함께 대책 마련에 나선 바 있다. 이 협의체에서는 VOCs를 줄이기 위해 생리대 포장지를 비닐에서 종이로 바꾸고 VOCs가 발생할 수 있는 여러제품 및 원료 등에 대해 연구하는 등 개선 노력을 보인다. 

이밖에 국내 업체들은 자체적으로 유해물질 검사를 의뢰하거나 소비자와 소통하는 등 신뢰 회복에도 힘쓰고 있다. 깨끗한나라는 해외 기관을 통한 제품 안전성 테스트를 진행했다. 국내 기관에서 진행된 조사를 불신하는 여론이 있다는 점을 반영한 조처다. 메이앤준은 독일 더마 테스트에서 ‘엑설런트(Excellent)’ 등급을 받기도 했다. 

또 유한킴벌리는 전문의 등과 협력해 ‘우리는 생리하는 중입니다’라는 생리 건강정보 전문 블로그를 개설했다. 이를 통해 생리대를 이용하는 소비자들의 건강과 당당한 월경 문화에 기여하겠다는 방침이다. 

유한킴벌리 관계자는 “아직까지 친환경 제품이 매출에 큰 영향을 미치진 않았다”면서도 “지속적인 품질 혁신과 소통 등으로 신뢰를 회복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국산 생리대에 대한 우려의 시선도 여전히 존재한다. 오늘습관 생리대처럼 ‘이름만 친환경’ 제품일 가능성이 있어서다. 

이안소영 여성환경연대 사무처장은 “다수의 친환경제품이 유기농 면커버 사용, 관련 인증마크 획득 등을 근거로 제시하지만 이것만으로 안전성이 확보되지는 않는다”며 “식약처는 커버 외에 생리대를 구성하는 다른 부분에 대한 성분 유해성은 확인하지 않으며 사전 인증마크관리 체계도 없다”고 지적했다.

김경은 기자
<저작권자 ⓒ '성공을 꿈꾸는 사람들의 경제 뉴스' 머니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동행미디어 시대 & sidae.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