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일본 술의 충격적 뒷맛..위스키 산토리 히비키의 맛

취화선 2018. 11. 3.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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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비키는 맛 뿐만 아니라 병의 디자인으로도 유명하다. 유리병을 24각형으로 깎았다. 이것은 일본의 24절기를 반영한 것이라고 한다./사진=홈페이지 캡처
[술이 술술 인생이 술술-83] 일본 블렌디드 위스키 산토리 히비키는 내게는 전설 속의 동물 '용'과 같은 술이었다. 존재한다고는 하는데 도무지 만날 수가 없는, 구하려야 구할 수 없는 술이었기 때문이다. 왜 구할 수가 없느냐면 중국인들 때문이라고 한다. 중국인들이 히비키를 너무 좋아해서 사들인 통에 물량이 동나버렸다는 것이다. 확인된 사실은 아니다.

진짜 이유가 무엇이든 간에 히비키를 구하기 어려워진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그 술을 일본에 갔다가 구했다. 그것도 아주 우연히. 기념품이나 사려고 들어간 돈키호테에 '히비키 재패니즈 하모니'가 딱 한 병 남아 있었다. 나는 주저하지 않고 계산했다. 700㎖에 9900엔이었다.

내가 산 히비키 재패니즈 하모니는 무연산위스키(NAS·No Age Statement)다. 사실 히비키 중에서는 17년이 좋기로 유명하다. 하지만 히비키 17년은 구하기도 어렵고, 겨우 구한다고 해도 가격이 상당하다. 나는 히비키 재패니즈 하모니나마 구할 수 있음에 만족하기로 했다.

그리고 과연 그 맛 또한 만족스러웠다. 히비키는 밝은 금빛을 띤다. 바닐라향과 같은 달짝지근한 냄새가 지배적이다. 묵직하지는 않다. 오히려 마일드한 편이다. 잔을 계속 돌려 술을 공기와 섞어 향을 깨웠다. 중간중간 잔에 코를 박고 히비키의 향을 즐겼다. 좋았다.

맛도 과연 향과 닮았다. 히비키는 부드럽게 혀에 닿는다. 보디감이 가볍다고 생각하면서 술을 넘긴다. 연쇄적으로 벌꿀의 달콤함, 화이트 초콜릿의 크리미한 단맛이 느껴진다. 전반적으로 달다. 스파이시함은 거의 없다. 술이 목젖을 통과한다. 무난하고 준수하다.

피니시는 충격적이다. 기가 막히게 좋다. 하모니라는 이름에 걸맞다. 내가 지금까지 마셔본 위스키 중 손에 꼽을 정도로 훌륭하다. 오크통, 바닐라, 꿀, 초콜릿의 풍미가 교차하면서 은은하게 지속한다. 강렬하지는 않다. 완만하지만, 힘이 있다. 잔향이 오래도록 뻗어나간다. 길고 뛰어나다. 재패니즈 하모니라는 그 이름처럼 조화가 매우 뛰어나다.

온더록스에서는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얼음을 넣은 잔에 따른 히비키는 완전히 다른 향을 낸다. 스트레이트에서는 달달했는데 온더록스에서는 서늘하고 화려하다. 꽃향이 도드라진다. 단내는 희미하다.

맛도 다르다. 한결 자극적이고 강렬하다. 처음부터 쓴맛이 강하다. 조화와는 조금 거리가 있는 맛이다. 매력적인 피니시의 풍미마저 반감되고 만다. 오크통, 바닐라 등의 풍미는 옅다. 초콜릿의 여운만 남는다. 전반적으로 아쉽다. 온더록스로 먹기에는 술이 아깝다.

혹자는 히비키에 대한 평가가 과장됐다고 말한다. 하지만 내가 먹어본 바 히비키 재패니즈 하모니는 아주 맛있는 위스키다. 다시 사 마실 의향이 있다. 재패니즈 하모니가 이 정도인데 히비키 17년은 얼마나 맛있을까. 언젠가 꼭 한 번 구해 먹어보고 말겠다. 히비키 21년, 30년도 있다. 언감생심. 감히 꿈도 안 꾼다.

[취화선/drunkenhwase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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