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수능 수험생 울리는 오픈카톡방 문제집 사기 '주의보'
학원 문제집 거래하고 '먹튀'하는 사례 발생
피해자 경찰서에 진정 내.."금전거래 신중해야"
[한겨레]

다음 달 15일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보는 반수생(대학을 휴학하거나 다니면서 재수를 하는 학생) 김아무개(20)씨는 최근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오카방)에서 유명 인터넷 강의를 들어야만 구할 수 있는 문제집을 거래하려다가 현금과 상품권을 떼이는 피해를 보았다. 김씨는 지난 16일 ‘교재 pdf 삽니다’는 제목으로 오카방을 만들었다. 오카방은 카카오톡이 2015년 출시한 서비스로 지인들의 전화번호나 아이디를 알아야 연결할 수 있는 기존 채팅방과 달리 누구나 채팅방을 개설하고 참여할 수 있는 대화방이다. 관심사와 관련한 주제나 이슈별로 만들어진 채팅방의 주소와 코드만 알면 누구나 방에 들어가 대화를 나눌 수 있다.

김씨가 오카방을 만든 지 5분 만에 이 방에 들어온 ㅇ씨는 김씨가 구하는 문제집 파일의 캡처 사진을 보내 해당 문제집을 가지고 있음을 ‘인증’했다. 이어서 문제집 파일을 넘기는 대가로 올리브영 상품권 2만5000원과 현금 5만원을 요구했다. 김씨가 사려고 했던 문제집은 실제 15만원이 넘기 때문에 김씨로선 상품권과 현금 7만5000원 상당을 건네도 반값이어서 이득이었다.
하지만 김씨가 ㅇ씨에게 상품권과 현금을 건네고 난 뒤 사흘이 지나도록 ㅇ씨는 파일을 건네주지 않았다. 김씨는 “수능을 코앞에 두고 벌써 세 번째 ‘오카방 사기’를 당했다”고 분통을 터뜨리며 지난 24일 서울 강남경찰서에 진정서를 접수했다.

수능을 앞두고 수험생들끼리 오카방을 통해 문제집과 교재 등을 거래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데, 익명 거래인 점을 틈타 돈만 받고 ‘먹튀’하는 사기 피해도 함께 발생하고 있다.
25일 현재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에서 ‘문제집’이라는 키워드로 검색하면 모두 292개의 오카방이 검색된다. 수능 특강 문제집부터 ‘수학 가형 문제집’ 등 수능 관련 PDF 파일을 ‘리스트’로 구한다는 오카방 이름들이 줄줄이 뜬다.
‘오카방 문제집 거래 사기’는 일회용 닉네임만으로 참여할 수 있는 오카방의 특성을 이용한 신종 사기다. 대화 상대를 식별할 수 있는 카카오톡 아이디나 실명이 아닌 닉네임만으로도 방을 만들거나 대화에 참여할 수 있기 때문에 대화 상대가 나가버리면 상대방을 다시 찾기 위해 검색할 수 있는 정보가 사실상 없다. 게다가 오카방은 카카오톡의 일반 채팅방과 달리 방을 만든 사람이 방을 없애거나(방폭) 상대방을 퇴장(강퇴)시킬 수도 있다. 이 때문에 김씨와 달리 문제집을 팔겠다고 방을 만든 뒤 돈만 받고 ‘방폭’이나 ‘강퇴’를 하는 사례가 가능한 것이다. 김씨는 “이런 식으로도 피해를 입어왔다”며 “계좌 추적이 불가능하도록 상품권을 달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털어놨다.
이렇게 사기가 발생하기 쉬운 상황임에도 ‘위험한 거래’를 하는 까닭은 결국 가격이다. 이번에 김씨가 사려고 했던 문제집은 유명 인터넷 강의를 들어야만 살 수 있는 교재들로 실제로는 15만원이 넘는다. 하지만 오카방에서는 ‘반값’에 문제집을 구할 수 있어 수능을 앞두고 마음은 급한 데 용돈은 부족한 학생들이 이러한 거래의 유혹에 빠지기 쉬운 것이다. 실제로 일부 학원 모의고사 문제집의 경우, 원래대로라면 3만~5만원 선이지만 1000원에 판다고 올린 오카방도 있었다. 김씨는 “오카방에서는 문제집이 반값도 안 된다. 가격 때문에 지금까지 20여 차례 오카방 거래를 한 바 있다”며 “이렇게 유통되는 문제집 중에는 서울 대치동 등 유명 학원가에서 자체 제작해 값이 비싸지만 적중률이 높다고 알려진 ‘시크릿 문제집’도 있다. 이러한 장점 때문에 두 차례 이미 사기를 당한 이후에도 오카방 거래를 계속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저작권 문제’도 오카방 거래의 중요한 이유 중 하나다. 오카방에서는 학원 강사들이 자체 제작한 문제집을 피디에프(PDF) 등 파일로 변환해 거래되는 경우가 많다. 저작권 위반 소지가 크다. 그렇기 때문에 포털사이트에 검색하면 거래 품목을 누구나 볼 수 있는 중고매매 사이트와는 달리, 대화방 안에서만 은밀하게 거래할 수 있는 오카방을 이용하게 된다.
진정서를 접수한 강남경찰서 쪽은 이러한 사기수법에 대해 “오픈카톡방에서 나가거나 방을 없애더라도 계좌번호나 상품권 PIN번호(개인식별번호)가 남아있다면 추적이 가능하다”며 “익명으로 대화를 하는 오카방 안에서의 금전거래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연서 기자 lovelett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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