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연, '세젤예' 아닌 '세젤똑' 아나운서를 꿈꾸다 [인터뷰ⓛ]

스포츠한국 박대웅 기자 2018. 12. 25.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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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혜영 기자

[스포츠한국 글=박대웅 사진=이혜영 기자] ‘인간 비타민’ 그리고 ‘세젤예(세상에서 제일 예쁜)’.

최근 스포츠한국이 만난 SBS스포츠 김세연 아나운서에게도 아주 잘 어울리는 표현이 아닐까 싶다.

생글생글한 눈웃음, 상큼한 목소리로 프로야구와 프로배구 등 스포츠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아온 그녀는 이번 인터뷰에서도 이같은 매력을 시종일관 드러내며 기자의 마음까지 단숨에 사로잡았다.

하지만 인터뷰를 진행하며 느낀 것은 화사한 외모에 가려있던 그녀의 진짜 매력이 따로 있었다는 점이다.

스포츠 아나운서와 다소 어울리지 않을 수도 있는 길을 걸어왔지만 김세연 아나운서는 매순간 최선을 다하는 모습으로 본인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왔다. 일과 관련된 질문에 대해서는 언제나 진지했으며, 인터뷰 이후 별도의 연락을 통해 보충 설명까지 전할 만큼 세심하고 똑부러진 모습들이 묻어나 있었다.

올 한해를 질풍노도의 시기로 정의한 김세연의 생기 넘치면서도 진중한 모습까지 묻어있는 스포츠 아나운서 스토리를 지금부터 공개한다. 이 글을 읽는 스포츠 팬들에게 따뜻한 크리스마스 선물이 되길 기원해본다.

사진=이혜영 기자

▶몸치+야구 시청 보이콧+조용한 성격=악조건 삼종세트

일반적으로 많은 스포츠 아나운서들이 어린 시절부터 여러 스포츠의 매력에 푹 빠졌음을 어필하는 것과 달리 김세연 아나운서는 사실 스포츠와 다소 거리를 둔 인생을 걸어왔다.

일단 그녀는 심각한 몸치다. 2017~2018시즌 SBS스포츠의 프로배구 관련 코너인 ‘세연이가 따라한다’에서 전광인을 비롯해 일일 배구 스승으로 나선 현역 선수들의 동공 초점을 흐리게 만들 만큼 운동 신경이 꽝임을 보여줬다. 그나마 신입시절 스포츠 아나운서 연합회에서 걸그룹 여자친구의 음악에 맞춰 장기자랑 1등을 한 것이 그녀의 몸치 인생 유일한 자랑거리다.

“정말로 운동과는 거리가 멀었어요. 오래 달리기를 그나마 잘 할 뿐 빨리 달린다거나 근력을 살리는 쪽으로는 전혀 소질이 없어요. 전광인 선수가 촬영을 마친 뒤 ‘도대체 뭐하는 건가 싶었다. 혹시 웃기려고 그랬느냐’고 물어볼 정도였어요(민망한 웃음). 수영이나 발레를 잠시 배워보긴 했는데 오래 지속되진 못했던 기억이 있어요.”

그녀는 스포츠를 몸으로 직접 부딪치는 것 뿐 아니라 스포츠 시청과 관련해서도 좋은 기억이 많지 않다. 열혈 야구 팬이었던 아버지가 주말이 되면 함께 놀아주기보다 약 4시간 동안 야구 시청에만 몰두해 나름의 보이콧 차원에서 야구를 일부러 보지 않을 정도였다고. 하지만 아파트 공터에서 1루부터 홈까지 베이스를 그려놓고 아버지가 배팅볼을 던져주면 동생과 받아치고 놀았던 추억도 있었다는 게 김세연 아나운서의 설명이다.

그녀는 스포츠 아나운서와 잘 어울릴만한 성격조차 아니었다고 털어놨다. 현재 보여주고 있는 모습들을 떠올리면 다소 의외의 언급이다.

“누군가와 어느 정도 친해질 계기가 생기면 애교도 부리고 개구쟁이 모습도 나오는데 먼저 다가가지 못하고 낯을 정말 심하게 가리는 성격이었어요. 학창 시절에도 조용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고, 스포츠 아나운서를 시작한 이후에도 많은 분들께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 것 같다는 말을 자주 들었어요.”

이처럼 스포츠와 동떨어진 삶을 보낸 김세연 아나운서지만 대학 시절 연고전의 묘미에 푹 빠진 뒤 학교 방송국 YBS에서 활동하며 그녀의 인생에도 큰 전환점이 찾아온다. ‘신촌 독수리’ 시절과 관련된 이야기는 [인터뷰②]편에서 자세히 소개하고자 한다.
‘수리수리독수리’ 김세연 아나운서의 특별한 독수리 사랑[인터뷰②]

우여곡절 끝에 약 6개월 동안 아나운서를 준비할 때까지만 하더라도 그녀는 여전히 스포츠 계통의 아나운서 쪽으로는 큰 소질이 없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계속해서 야구 사랑을 줄곧 이어온 아버지를 위해 발상을 전환해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매일같이 시청하는 야구 채널에 제가 나온다면 오히려 그것이 효도라는 생각을 가졌어요. 실제로도 너무나 좋아하셨고요. 이제는 ‘왜 이런 질문은 해보지 않았느냐’라며 코칭도 해주고 있어요(웃음).”

사진=이혜영 기자

▶리포팅 돌발사건 에피소드

앞서 언급했듯 김세연 아나운서는 스포츠 아나운서와 어울린다고 생각되지 않는 요소들로 인해 입사 초반부터 긴장되는 일이 많았다고 털어놨다.

“처음에는 골프를 맡았고 그 해 야구 쪽을 담당할 일은 없다고 전달받았는데 4일 전 갑작스럽게 야구 현장을 나가야 한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당시에는 인수인계나 교육이 따로 없었기 때문에 정말 걱정이 많았죠. 스포츠 종목에 대한 이해도를 갖추는 것도 당연히 중요하지만 당장은 어떻게든 인터뷰를 해야만 했기 때문에 곧장 다른 선배님들의 인터뷰를 최대한 많이 찾아봤어요. 우선 처음에는 그렇게 접근해야 했는데 점차 해설위원님들의 코멘트 중 제대로 알아듣지 못했던 것들은 받아 적어놓고, 주변에 야구를 잘 아는 분들에게 도움을 구하는 식으로 열심히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김세연 아나운서는 야구 중계 리포팅 도중 벌어진 흥미로운 에피소트에 대해서도 소개했다. SK 캐릭터 아테나에게 당했던 격렬한 물쇼 체험, 꼬마 아이가 리포팅 도중 다리에 안겨 화면에는 홀로 갑자기 당황하는 모습이 포착됐던 사연, 해당 선수의 상대팀 응원석 앞에서 리포팅을 하던 중 ‘아, 왜 그 선수 이야기를 여기서 해’라는 관중의 외침에 잔뜩 움츠린 채 목소리를 낮췄던 일들까지 돌아보면 모두가 소중한 추억이다.

“많은 에피소드들이 있었는데 베스트 1은 확실해요. 나중에 친구들에게 듣고 동영상으로 알게 됐는데 리포팅을 하고 있던 제 뒤쪽에서 일어났던 일이에요. KIA 유니폼을 입은 한 아저씨께서 카메라에 나오고 싶으셨는지 양 손가락으로 하트 포즈를 취했더라고요. 그런데 딸이 ‘아빠 하지마’라는 듯 팔을 시크하게 내리는 장면이 보고 또 봐도 너무 재미있었어요.”

김세연 아나운서는 리포팅 도중 범했던 아찔한 실수와 관련해서도 말을 이어갔다.

“정우영 선배가 ‘김세연 아나운서 나와주시죠’라고 해야 하는데 실수로 ‘김대현 아나운서 나와주시죠’라고 연결 멘트를 하셔서 ‘저는 김대현이 아니라 김세연이고요’ 이런 식으로 정정하고 들어갔던 적이 있어요. 이후 또 다른 경기에서 비슷한 일이 있었는데 아무래도 김대현 선수를 좋아하시는 것 같아요(웃음).”

반대로 김세연 아나운서가 실수를 범한 적도 있다. ‘한용덕 감독의 표정도’라는 멘트를 하려던 중 혀가 꼬이면서 ‘한용덕 표정도’라고 뜬금없이 반말을 해 중계진들을 웃음바다에 빠뜨렸다. 듣는 사람은 즐거웠는지 모르지만 본인은 무례를 범했다는 생각에 깜짝 놀라 홍당무가 된 채로 정정을 했다고.

또한 박경수의 개인통산 100호 홈런을 순간적으로 시즌 100호라고 언급해 중계진의 비웃음(?)을 사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앞으로는 더욱 집중하는 모습으로 신뢰를 주는 아나운서가 되겠다는 것이 그녀의 다짐이다.

사진=이혜영 기자

▶ 선수들과의 인터뷰

김세연 아나운서는 그동안 야구 현장을 누비며 여러 선수들을 인터뷰해왔다. 그녀는 인터뷰를 준비할 때 구체적인 틀을 짜기보다는 가급적 키워드 위주로만 질문을 구성한다. 무엇보다 본인이 궁금한 질문보다는 선수들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듣고 그에 맞춰 유연한 대화를 이끌어내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올해는 야구 전문잡지에서 선수들의 속마음까지 독자들에게 생생히 전달하는 역할을 책임졌다. 비록 부족한 친화력 탓에 가깝게 지내는 선수가 많지 않다고 밝혔지만 대화를 나누면서 깊은 인상을 받았던 인터뷰이들이 그동안 제법 있었다고 돌아봤다.

“많은 분들이 말을 참 멋지게 해주셨지만 그 중에서도 나지완 선수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사실 처음에는 강한 인상 때문에 무섭기도 했는데 생각했던 이미지와는 너무 달라서 더욱 임팩트가 있었어요. 목소리와 말투도 멋졌지만 무엇보다 묻는 질문을 가장 깔끔하고 완벽하게 받아주셨고, KIA 팬들께서 자부심을 느낄 수 있도록 말을 잘 하시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아, 그리고 양창섭 선수도 무뚝뚝한 경상도 스타일의 인터뷰를 할 줄 알았는데 상큼한 눈웃음을 보여준 반전 매력 때문에 더욱 팬이 됐어요.”

반대로 김세연 아나운서를 진땀을 흘리게 했던 인터뷰이, 반대로 진땀을 흘리며 인터뷰에 응했던 선수들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손승락 선수는 체격도 크고 눈도 커서 인터뷰할 때 그 포스에 눌렸어요. 경상도 사투리 억양에 말려서 저도 모르게 같이 경상도 억양이 튀어나와 말을 더듬었던 기억이 있네요. 또 박정음 선수는 처음부터 끝까지 동공지진을 일으키며 인터뷰를 하셔서 질문 도중 미안한 마음에 빨리 끝내줘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어요. 김윤동 선수는 말을 ‘~다’로 끝내지 않아서 마이크를 뺄 타이밍을 찾지 못했고, 한동희 선수와는 마이크를 잡는 과정에서 손이 닿았는데 서로 놀라서 나란히 손이 내려가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힌 적도 있었네요(웃음).”

▶뻔뻔한 세연씨

스포츠 아나운서들은 단순히 현장에서 정보를 전달하는 일 뿐 틈灸?스튜디오에서 하루에 열린 경기들을 정리하는 코너의 진행을 맡기도 한다. 이 밖에도 친근하고 톡톡 튀는 이미지를 살려 유쾌한 중계방송 예고편을 촬영하거나 현장 체험으로 특정 스포츠의 매력을 소개하는 등 시청자들이 흥미를 느낄만한 일에도 적극 참여하는 추세다.

이번 인터뷰에 앞서 김세연 아나운서에 대한 정보를 찾아보던 중 가장 눈에 띄었던 것도 각종 콘셉트가 담긴 코너에서 예능감 넘치는 끼를 발산하는 모습이었다. 앞서 언급했던 배구 선수들에게 직접 배구를 배워보는 ‘세연이가 따라한다’ 코너, EPL 중계 홍보 영상, 광고 패러디 등이 이에 속한다.

“‘세연이가 따라한다’라는 코너에서는 드라마나 영화 패러디를 꼭 시켰어요. 평소 예능감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이걸 어떻게 하지?’ 싶다가도 막상 하다보면 약간은 제가 뻔뻔해진다는 느낌을 받아요(웃음). 이 인터뷰 기사를 본 분들께서 혹시라도 찾아볼까봐 소개하기 민망한데 배우 전지현 씨가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서 유쾌하게 랩을 하는 모습을 제가 따라했던 적이 있어요. ‘세연이가 랩을 한다. 홍홍홍’ 이런 식으로요. 그 영상을 본 분들이 이미 SNS에서 익명으로 많이 놀리셨어요(울상).”

SBS스포츠 방송 캡처

‘세연이가 따라한다’ 코너를 통해 어느 정도 몸치 탈출에 성공했는지를 묻자 그녀는 “속성이긴 했지만 원리를 배워서인지 배구 현장에서 시구하는 분들을 보면 ‘나도 배워봤는데…’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며 실력 향상보다는 운동의 매력을 느낀 좋은 경험이었다고 밝혔다.

또한 배구 외에 배워보고 싶은 종목으로는 야구를 꼽은 뒤 언젠가 언더핸드로 시구를 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소망을 전하기도 했다. 물론 전광인의 동공 지진 사건을 떠올려보면 그녀의 멋진 언더핸드 시구 역시 아주 먼 미래의 꿈이 될 전망이다.

▶그녀가 원하는 것, ‘세젤예’ 아닌 ‘세젤똑’

김세연 아나운서의 상큼한 매력을 소개하기 위해 지금껏 유쾌한 에피소드 위주의 질문을 던져봤다면 조금은 진중한 화제에 대해서도 대화를 나눠보기로 했다. 이에 김세연 아나운서의 눈도 더욱 반짝인다.

먼저 선수마다 특유의 플레이스타일이 존재하듯 비록 선수는 아니지만 그녀에게도 스포츠 아나운서로서 응용할 수 있는 플레이스타일을 가진 이가 있는지를 물었다.

“특정 선수를 꼽기보다는 저는 승부욕을 드러내는 선수들을 좋아하는 편이에요. 제가 악바리 같은 성격이 아니기 때문이죠. 저 자신을 흉보는 말이지만 힘이 들면 그냥 내려놓으려고 하는 성향이 있어요. 오래 달리기보다 빨리 달리기를 더 못하는 이유도 전력 질주를 하지 않고 열심히 달리지 않는 이유가 있는 것 같아요. 그런 측면에서는 늘 근성 있게 뛰고 악바리처럼 시합에 임하는 선수들을 본받고 싶습니다.”

사진=이혜영 기자

김세연 아나운서는 가장 좋아하는 스포츠 용어로 아주 전문적인 단어는 아니지만 ‘등판’을 꼽았다. 본인도 모르는 사이 스스로를 선발투수들에게 대입시키던 중 이 단어에 꽂혔고, “내일도 등판합니다”라는 말은 어느덧 본인의 시그니처 표현이 됐다.

특히 갑작스러운 돌발 사태로 예정에 없던 방송 대타를 경험해본 뒤 시청자들에게 부족한 모습을 노출할 경우 언제든 퓨처스리그로 내려갈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느꼈고, 언제나 등판 준비를 해야 한다는 마음가짐을 가지게 됐다. 스포츠 현장에서 가장 큰 아쉬움을 느끼는 순간으로 우천 취소를 꼽은 것도 스포츠 아나운서로서 매 등판(리포팅)의 소중함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김세연 아나운서는 ‘세상에서 제일 예쁘다’는 뜻의 줄임말인 ‘세젤예’와 같은 표현을 사용해주는 팬들의 응원에 늘 고마움을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외모는 개인 취향의 문제이기 때문에 결국 큰 의미가 없다는 생각을 솔직히 전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그녀는 시청자들에게 어떤 스포츠 아나운서로 기억되고 싶을까.

“무엇보다 똑똑함을 어필하고 싶어요. 머리가 좋다는 의미가 아니라 언제나 준비를 똑 부러지게 했다는 그런 느낌이요. 비록 대단한 지식을 갖추지는 않았더라도 제법 오랫동안 여러 정보를 찾아봤고, 또 그 속에서 깊은 고민을 했다는 흔적을 시청자들께서 느낄 수 있는 그런 스포츠 아나운서가 되고 싶습니다. 늘 열심히 하겠습니다. 지켜봐주세요.”
<②편에서 계속>

스포츠한국 박대웅 기자 yuksamo@sportshankook.co.kr 스포츠한국 이혜영 기자 lhy@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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