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항범 교수의 어원 이야기>나부랭이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이 군번에 저런 나부랭이한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두 중진 국회의원이 감정 섞인 설전을 벌인 후에, 한 의원이 상대 의원에게 날린 말이다.
그리하여 '나부랭이'에 '그러한 특성을 갖는 물건, 사람, 말'이라는 의미가 생겨날 수 있다.
'잡지 나부랭이' '아전(衙前) 나부랭이' '핑계 나부랭이' 등의 '나부랭이'에서 그러한 의미가 잘 드러난다.
'나부랭이'가 특히 '사람'에게 적용될 때에는 그가 속한 집단 전체를 비하하는 경향이 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 군번에 저런 나부랭이한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두 중진 국회의원이 감정 섞인 설전을 벌인 후에, 한 의원이 상대 의원에게 날린 말이다. 뒤에서 분풀이로 한 말이지만 좀 지나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부랭이’라는 말은 19세기 말 문헌에 ‘나부랑이’로 처음 보인다. ‘나부랑이’가 ‘ㅣ’ 모음 역행동화에 의해 지금의 ‘나부랭이’로 된 것이다. ‘나부랑이’는 ‘나브랑이’에서 원순모음화한 어형이며, ‘나브랑이’는 ‘나블’에 접미사 ‘-앙이’가 결합된 어형이다. 그리고 ‘나블’은 동사 어간 ‘납-(날다)’에 접미사 ‘-을’이 결합된 어형으로, 일종의 의태성 어근으로 볼 수 있다. 동사 ‘납다’는 문헌에 나타나지 않지만 파생 명사 ‘나비, 나방’ 등에서 그 흔적을 찾을 수 있다. 접미사 ‘-을’은 ‘가믈가믈(가물가물)’의 ‘가믈’ ‘구믈구믈(구물구물)’의 ‘구믈’ 등에서 확인된다. ‘나블’이 중첩된 어형이 ‘나블나블’이고, 그 원순모음화 어형이 ‘나불나불’이다.
접미사 ‘-앙이’는 ‘가시랭이, 고양이, 지팡이’ 등에 보이는 그것과 같이 ‘작은 것’을 지시한다. 이렇게 보면 ‘나브랑이’, 곧 ‘나부랭이’는 ‘날리는 작은 조각’ 정도의 의미를 띤다. 종이, 새끼, 헝겊 등의 자질구레한 조각이나 오라기를 그렇게 표현한 것이다.
종이나 헝겊 등의 조각이나 오라기는 아주 하찮고 형편없는 것이다. 그리하여 ‘나부랭이’에 ‘그러한 특성을 갖는 물건, 사람, 말’이라는 의미가 생겨날 수 있다. ‘잡지 나부랭이’ ‘아전(衙前) 나부랭이’ ‘핑계 나부랭이’ 등의 ‘나부랭이’에서 그러한 의미가 잘 드러난다. ‘나부랭이’가 특히 ‘사람’에게 적용될 때에는 그가 속한 집단 전체를 비하하는 경향이 있다. 민망해 차마 예를 들 수는 없지만, ‘나부랭이’를 이용한 집단 비하 표현이 제법 흔하다. 혹여 ‘국회의원’도 국민으로부터 ‘나부랭이’로 대접받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충북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문화닷컴 바로가기|문화일보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모바일 웹]
[Copyrightⓒmunhwa.com '대한민국 오후를 여는 유일석간 문화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구독신청:02)3701-5555/모바일 웹:m.munhwa.com)]
Copyright © 문화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