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최고 택배회사 가보니.. "자동화로 일할 맛 나네"

이지완 기자 2018. 10. 29.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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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대한통운 양천서브터미널. /사진=이지완 기자


CJ대한통운, 휠소터 도입하니 “일할 맛 나네”
“과거에는 월수익 300만원이 꿈의 숫자였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많게는 월 1000만원도 가능하다.” 홍우희 CJ대한통운 신월대리점 사장의 말이다. 택배시장에 자동화 바람이 불면서 하루 7시간씩 분류 작업에 매달려야 했던 기사들의 잔업시간이 줄었다. 택배 기사들은 배송 작업을 통해 수익을 얻는데 자동화시스템이 배송에 집중할 수 있도록 시간적 여유를 줬다. CJ대한통운은 3년 전부터 택배 상자를 자동으로 분류해주는 ‘휠소터’(Wheel Sorter)를 도입해 택배 기사들의 효율적 배송을 지원했고 자연스럽게 개인 수익이 늘어나는 구조가 됐다. 현장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자동화시스템 도입이 바꿔놓은 현장

지난 10월18일 경기도 부천시 물류단지의 CJ대한통운 양천서브터미널을 방문했다. 터미널이 있는 곳은 부천이지만 서울 양천구의 택배 물량을 전담한다. 이날 오전 11시 택배 터미널 현장에서는 다소 낯선 풍경이 펼쳐졌다.

CJ대한통운 유니폼을 입은 택배 기사들보다 사복 차림으로 택배 상자를 분류하는 사람이 더 많았다. 택배 기사들이 본격적인 배송을 앞두고 담당 지역 물품을 분류하느라 진땀을 빼는 모습을 예상했지만 실상은 달랐던 것. 물류도우미라고 불리는 이들은 휠소터 앞에서 분주하게 택배 상자를 분류한 뒤 택배 기사들이 차량에 곧장 짐을 실을 수 있도록 차곡차곡 쌓고 있었다.

물류도우미가 생긴 것은 CJ대한통운이 2016년부터 대규모 자금을 투입해 자동화시스템 ‘휠소터’를 도입한 뒤부터다. 휠소터는 택배 박스에 붙어 있는 주소지 등을 인식해 좀 더 효율적인 배송이 가능하도록 분류해주는 역할을 한다.


택배의 기본 프로세스는 ▲집화 ▲수송 ▲대분류(허브터미널) ▲소분류(지역터미널) ▲배송 순이다. 이 과정에서 택배 기사들이 그동안 불만을 가졌던 부분은 소분류 과정에서 시간이 많이 소비된다는 것. 이를 위해 택배 기사들은 아침 일찍부터 터미널로 나와 자신이 배송할 물품을 분류해야 했다.

택배 기사에게 시간은 금이다. 주로 배송 건당 수수료로 수익을 내기 때문에 한집에라도 더 배송해야 돈을 벌 수 있다. 기존에는 오전부터 택배 상자를 분류한 뒤 터미널에서 배송지까지 한번 나가는 것에 만족해야 했지만 휠소터 도입 후 적게는 2번에서 많게는 3번까지 배송을 나갈 수 있게 됐다. 이미 분류된 물량을 바로 실어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자동화시스템이 도입되면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하지만 CJ대한통운에서는 거꾸로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내고 있다. 물류도우미는 휠소터가 도입된 뒤 택배 기사 4~5명이 한 팀을 이뤄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하면서 시작됐다. 물류도우미들은 20대 젊은 남성부터 60대의 노인까지 연령층도 다양했다.

물류도우미들은 터미널에 쌓인 택배 상자를 휠소터가 1차로 분류해주면 담당 택배 기사들이 빠르게 배송할 수 있도록 재정렬하는 것이 주요 업무다. 이들은 오전 9시에 출근해 오후 1시까지 일을 하는데 시급은 최소 8000원에서 최대 1만2000원까지 다양했다.

CJ대한통운은 소속 직원이 아닌 물류도우미들에게도 철저한 안전교육을 실시한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물류도우미들의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별도 교육을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CJ대한통운 양천서브터미널에 설치된 자동화시스템 '휠소터'. /사진=이지완 기자
CJ대한통운 소속 택배 기사들은 팀을 이뤄 십시일반으로 물류도우미의 고용비용을 충당하기 때문에 부담이 많지 않다고 한다. 오히려 소분류로 낭비되는 시간을 줄일 수 있어 그 비용이 아깝지 않은 것이다. 자동화시스템 도입으로 택배 기사들은 “일이 편해졌다”고 입을 모았다. 

홍우희 CJ대한통운 신월대리점 사장은 “우리가 편하려고 물류도우미를 쓴다”며 “우리 아들도 여기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휠소터 도입으로 분류 작업이 효율화됐지만 양천서브는 기존 출근 시간을 30분 정도 앞당겨 시범적으로 운영하기로 했다. 택배 기사들이 한곳이라도 더 많은 배송할 수 있도록 내린 조치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직원들의 불만 중 하나가 더 많은 물량을 배송하고 싶다는 것이었다”며 “10월 말부터 시범적으로 출근 시간을 30분 앞당겨 6시30분부터 분류 작업을 해보기로 했다”고 말했다. 출근 시간이 30분 빨라지면 택배 기사들은 좀 더 많은 물량을 배송할 수 있게 된다.

◆전국적으로 확대되는 휠소터 도입

CJ대한통운 관계자는 “휠소터로 인해 발생하는 분류 오류는 3% 이하”라고 설명했다. 이는 택배 상자에 붙어 있는 바코드가 손상됐거나 주소지가 불분명할 경우 발생한다. 불가피한 사유를 제외하고 사실상 분류 오류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CJ대한통운은 최근까지 전국 터미널에 150개의 휠소터를 도입했다. 투자비용은 개발비를 제외하고 약 1500억원 수준으로 대당 10억원이 발생한다. 10월18일 기준 휠소터는 전국 CJ대한통운 터미널에서 전체 물량의 85%를 지원하고 있다. CJ대한통운은 연말까지 전국 178개 터미널에 휠소터를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계획이 완료될 경우 전체 물량의 95%가 자동화시스템을 통해 효율적으로 배송 준비를 마친다.

최우석 CJ대한통운 택배사업본부장은 “최근 60대의 한 택배 기사는 휠소터가 들어오고 난 뒤 70세까지 하겠다고 얘기하더라”라며 “휠소터 도입으로 작업환경이 개선됐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이지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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