켜켜이 쌓이고 얽혀.. 에로티시즘을 엿보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작업들은 그간의 연결하기-연결되기, 이루기-이루어지기, 되기-되어지기, 놓기-놓이기, 쌓기-쌓이기, 겹치기-겹쳐지기 등의 의미를 내포하는 ‘Support-Supported’에 기반을 둔 채 작업과정에서 형성되는 관계항의 문제에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겹치기-겹쳐지기다. 또한 완결된 이미지가 아닌 작업과정인 ‘첨첨(添添)’을 관조하는 것이고 이는 변화의 한 단계로서 대중에게 다가간다.
첨첨은 ‘계속 더하고 더하다’는 뜻이다. 경계에서 또 다른 경계까지 선으로 그어 분할, 해체하고 다시 결합, 조합, 그리고 첨첨하는 것이다. 전체적이든 부분적이든 순간순간에 형성하고 순환하는 과정이 허 작가의 작업이며 ‘첨첨’으로 대변된다.

엉킨 실들을 찬찬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어느 순간 ‘관능’이 배어나고 마침내 욕정을 일깨운다. 두 남녀의 비밀을 몰래 훔쳐보는 듯, ‘관음’(觀淫)의 즐거움도 함께 안겨준다. 작가 조나라의 작품 ‘아노말리사(Anomalisa)’ 이야기다. 작가에게 실과 바늘은 곧 붓이자 물감이다. 그림을 그리듯 회화를 직조해낸다. 바늘은 구멍을 내고 실은 그곳을 채운다.
한 땀 한 땀 반복되는 행위로, 실은 얽히고설켜 중첩되면서 켜켜이 쌓여간다. 구상적 이미지의 이면은 어느덧 추상적 이미지로 채워진다. 작업을 행하는 면은 형상이 드러나고 그 이면에는 그 ‘흔적’으로 또다른 이미지가 생성된다.
작가의 관심사는 ‘인간’이다. 그의 작업 키워드는 ‘관계’ ‘내면’ ‘연결’ ‘상처’ ‘이례적’ ‘변칙’ ‘연속’ ‘흔적’ 등이다.

조나라는 작가노트에 이렇게 적었다. “실은 떨어져 있는 어떤 것을 결합시킬 때 사용되어 왔다. 상처를 봉합 때 쓰이기도 한다. 나의 작업에서 인간의 살(표피)을 꿰매는 행위는 본인 스스로에게 강한 치유의 느낌을 준다.”
최신영 큐레이터는 “미켈란젤로, 로댕, 밀로 등 전대 작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예술가가 에로틱한 주제를 다뤄 왔다”며 “이번 전시는 그 모티브만 보았을 때 국내에서는 아직 터부시될 수 있는 관능적 에로티시즘으로 해석되기 쉽지만, 실은 인간과 인간 사이의 관계, 욕구, 상처, 치유 등에 대한 이야기”라고 설명한다.
보는 이의 감정에 따라 여러 각도로 다양하게 주제를 들여다볼 수 있는 전시다.
김신성 기자 sskim65@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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