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간 韓 체류 허용된 예멘인..주말 달군 난민 논란

pro-verb 2018. 9. 17.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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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 심사를 신청한 예멘인 23명에 대해 인도적 체류가 1년간 허가됐다. 지난 13일에는 국가인권위원장이 난민지위 인정을 위해 단식 투쟁 중인 이집트인들을 만나 격려의 뜻을 전했다. 난민 수용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두 소식이 전해진 후 잠잠했던 난민 문제 찬반 논란이 다시 고개를 드는 모양새다. 16일 난민 수용 찬반 집회가 잇따라 열리는 등 난민에 대한 논쟁은 앞으로 더 거세질 전망이다.
인도적 체류 허가를 받은 예멘 난민 신청자들이 14일 오전 제주출입국·외국인청을 밝은 표정으로 나서고 있다. 제주=뉴시스

◆인도적 체류 허가된 예멘인 둘러싼 우려

17일 제주출입국·외국인청에 따르면 도내 예멘 난민 심사 대상자 484명 가운데 영유아 동반 가족과 임산부 등 23명이 14일 인도적 체류를 허가받았다. 난민법 제2·3조에 따라 예멘의 심각한 내전 상황과 관련해 한국에서 추방당하면 생명 또는 신체적 자유가 현저히 침해받을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이들에게 부여된 체류 기간은 1년. 당국은 본국 상황이 좋아지면 체류허가를 취소하거나 추가 연장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쟁점이 된 부분은 인도적 체류 허가를 받은 예멘인이 내륙으로 이동할 자유도 부여받았다는 것이다. 제주출입국·외국인청의 설문조사에서 23명 중 22명이 대도시로 가길 희망한다고 답한 것을 감안하면 난민 신청 예멘인의 수도권 유입이 곧 현실화될 조짐이다. 이를 두고 제주를 벗어나면 거주지 추적이 어려워 국내법을 위반해도 관리가 어렵고, 국민을 위협할 가능성도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법무부는 “국내법을 위반하면 체류 자격이 취소될 수 있다”며 “난민 신청자들이 내국인을 위협한 적도 없다”고 대응했지만 우려가 완전히 해소되지는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인도적 체류 허가 자체를 문제 삼기도 했다. ‘난민대책 국민행동’은 14일 성명서를 통해 “알카에다 등 테러단체가 각국에서 10대들에 대해 인도적 임시지위를 부여하는 것을 이용해 ‘자살테러특공대’로 양성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들은 이어 “최근 발생한 프랑스 노르망디 성당 테러와 터키 결혼식장 폭탄테러 등이 미성년자가 자행한 테러”라며 “인도적 체류가 허가된 예멘인이라고 할지라도 예의주시해 별도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이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효자치안센터 앞에서 단식 농성 중인 이집트인 난민 신청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난민 단식농성장 찾은 국가인권위원장... 조경태 의원 “국민 먼저 만나야”

예멘 난민에 대한 인도적 체류 허가가 난 지 하루 전인 13일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은 취임 후 첫 현장방문으로 이집트인 3명이 난민 지위를 인정해달라며 단식 투쟁을 벌이고 있는 서울 종로구 효자 치안센터 앞을 찾았다. 최 위원장은 이들에게 “인권위원장으로 임명된 지 열흘이 됐다”며 “인권위에서 열심히 할 테니 단식을 풀라”고 당부했다. 최 위원장은 이어 “앞으로 한국이 난민 문제에 대해 국제적 위상에 맞게 대응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인권위가 난민 수용에 조금 더 포용적 입장을 견지할 것으로 해석되는 지점이다.

자유한국당 조경태 의원은 최 위원장의 단식농성장 방문에 대해 14일 논평을 통해 강하게 비판했다. 조 의원은 “6월 제주도로 입국한 549명의 예멘 난민 신청자로 촉발된 불법 난민 문제로 온 나라가 불안에 떨고 있다”며 “최 위원장은 난민으로 불인정한 이집트인들을 찾기보다 불안에 떠는 국민들을 먼저 만나러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 의원은 이어 정부와 인권위에 “대한민국 국민의 안전과 인권보호를 위해 난민법 폐지를 적극적으로 검토하라”고 촉구했다.
난민 수용 찬성 집회 참가자들이 16일 서울 보신각 앞에서 난민을 환영한다는 내용의 피켓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거리 집회 연 난민 수용 찬반 단체... 논란 더 커질 듯
난민 수용 논란이 불붙고 있는 가운데 16일에는 난민 문제에 대해 찬성과 반대로 갈라진 시민들이 거리로 뛰쳐나왔다.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난민인권센터 등 난민 수용을 주장하는 시민단체들로 구성된 ‘난민과 함께하는 행동의 날 공동주최단’ 300여명은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가짜뉴스와 혐오 선동이 횡행하고 있다”며 “난민혐오 분위기가 한국사회에 퍼지는 것을 두고 볼 수 없다”고 외쳤다. 이들은 이어 “난민이 우리의 안전을 위협할 것이라는 주장에는 합리적인 근거가 없다”며 “정부는 난민들의 절규에 귀 기울여 공정하고 신속한 난민심사를 제공해야 한다”고 주창했다.
난민 수용 반대 집회 참가자들이 16일 서울 보신각 맞은편 인도에서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난민 수용을 반대하는 단체들도 같은 시간 보신각 맞은편에서 맞불 집회를 열었다. 난민대책 국민행동 200여명은 “‘묻지마’식 난민 신청으로 대한민국 안보가 흔들리고 있다”며 “외국인 범죄자들이 한국을 제집 드나들 듯 허용하는 인권위와 법무부는 국가해체세력”이라고 비난했다. 이들은 이어 “가짜난민 진상 조사단을 만들어 부적격자들을 추방하라”고 촉구했다. 찬성과 반대 단체 회원들은 이날 비가 오는 궂은 날씨에도 ‘난민혐오 반대한다’, ‘가짜난민 OUT’ 등 자신들의 의견이 담긴 피켓을 들며 구호를 외쳤다. 경찰은 혹시 모를 사고를 우려해 경력을 집중 배치했으나 별다른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다.

찬반 논란은 앞으로도 더 커질 가능성이 크다. 16일만 해도 난민 수용과 관련해 새롭게 올라온 청와대 국민청원이 22건에 달했다. 당장 인도적 체류 허가를 받은 예멘인의 내륙행이 현실화되면 찬반 진영의 격론도 예상된다. 또 10월 중엔 예멘 난민 신청자 40여명에 대한 난민 심사가 추가로 완료될 예정이다. 최 위원장 체제 국가위원회의 향후 난민 정책도 난민 문제를 둘러싼 논쟁을 격화시킬 뇌관이 될 수 있어 주목된다.

김청윤 기자 pro-verb@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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