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해년 황금 돼지의 해] 황금돼지띠도 옛말..아이 낳을까? 말까?
‘재물운’ 속설 예비맘 정보 공유
2007년 돼지해 출생아 50여만명
초등 입학 높은 경쟁률로 불이익
“경제 기대없어”…저출산 기조 전망

“황금돼지띠라고 해서 둘째 계획하고 있습니다”, “3월까지 임신에 성공한다면 황금돼지의 해에 낳을 수 있다고 합니다. 도전해 보세요”, “시부모님도 복이 많다고 하는 돼지띠 아이를 바라고 계시네요.”
2019년 기해년(己亥年)은 60년만에 돌아오는 ‘황금돼지의 해’다. 황금돼지의 해에 태어난 아이들이 재물운이 좋다는 속설이 퍼지면서 이미 임신을 했거나 출산을 계획 중인 부부들이 많다. 지난 2007년에는 600년 만에 한 번 오는 ‘황금돼지해’라며 그해 태어난 부자가 된다는 속설로 출산율이 급등하기도 했다.
이미 대형 온라인 육아커뮤니티에는 ‘황금돼지 예비맘’ 동호회가 꾸려져 임신, 출산, 육아 등과 관련된 정보들을 활발히 교환하고 있는 부부들이 많다. 반면 민간속설을 믿지 않는 부부들을 중심으로 출산율이 오를지 모르는 2019년에는 아이를 낳지 않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돼지의 해’ 출산율 급상승=“원래 2020년 이후 아이를 낳을까 생각했는데, 주변에서 황금돼지띠가 좋다고 하니 계획을 앞당겨 이제부터 부지런히 달려야(?)겠다.”
재물운을 타고난다는 돼지의 해에는 출산율이 크게 늘곤 했다. 결혼해서 한두명의 자식들을 키우는 부모 입장에서는 아이가 이왕이면 좋은 띠를 갖고 태어나길 바란다.
통계청의 ‘인구동향조사: 인구동태건수 및 동태율 추이’에 따르면 2017년 기준으로 공식적으로 가장 많은 아이들이 태어난 해는 1971년으로 기록된다. 돼지의 해인 1971년(신해년) 출생아는 102만4773명에 달했다. 1970년(100만6645명)보다 2만명, 1972년(95만2780명)보다 7만명 가량이 많은 수치다. 통계청 연도별 출생아수는 관련 통계가 1970년부터 작성돼 이전 출생자 수는 추정치다.
특히 ‘황금돼지해’라고 알려진 2007년에는 출산붐이 일었다. 그해 출생아 수는 49만6822명으로 전년도인 2006년 45만1759명보다 4만5000명(9.9%)이나 증가했다. 당시 출산율이 급격히 감소하는 추세에서 이례적인 증가폭이었다. 합계출산율도 1.13명에서 1.26명으로 크게 상승했다. 하지만 민속학자에 따르면 황금돼지의 해라고 알려진 2007년은 붉은돼지의 해다.
민간에서 돼지는 복과 풍요로움을 가져다주는 동물이면서 다산을 상징한다. 여기에 오방색 중 황색과 결합하면서 최고의 궁합을 자랑한다. 민속학자 최진기 국립전주박물관 관장은 “청색, 붉은색, 황색, 흰색, 검은색 등 오방색과 띠를 연결시킨 것은 2007년도부터로 추정된다”면서 “색에 대한 현대인들의 시각이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오방색마다 각각 긍부정의 의미가 담긴 것은 아니지만 현대 문화코드로 분색해보면 황색은 재물을 뜻하는 금(金)과 연결됐기 때문에 좋은 쪽으로 해석된다.
최 관장은 “다산이 미덕인 시절에는 시절에는 띠를 골라 출산하는 일이 없었다. 요즘은 자식을 한두명만 낳아 키우니깐 띠를 가려서 낳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면서 “황금돼지띠는 현대인에게 좋게 인식되는 요소가 충분하다. 2007년처럼 출산율이 높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출산율 증가? 글쎄=복덩이라고는 하지만 마냥 좋지만 않다. 한꺼번에 많이 태어나다 보니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대학교 입학 등에서 높은 경쟁률로 되레 불이익을 보는 경우가 많다. 2007년생 아이들이 학교에 학교에 입학한 2014년 서울지역 초등학교 입학생 수는 전년인 2013년 비해 7000명 늘어난 8만 4000명을 기록, 서울 강남과 서초구 등 일부 지역 초등학교는 갑자기 늘어난 학생들로 교실부족 현상을 겪기도 했다.
이 때문에 올해 출산을 꺼리는 경우도 적잖다. 민간 속설을 믿지 않는다는 직장인 박모(여ㆍ38) 씨는 “2007년에 태어난 아이들이 유치원, 초등학교 등에서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다는 뉴스를 접하면서 올해 임신계획을 포기했다”면서 “아이가 크면 교육과 취업 모두 힘들어질 게 뻔하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적지 않은 나이에 결혼해서 빨리 아이를 갖으려고 했는데 2020년 이후로 변경했다”고 덧붙였다.
경제적으로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거나 아이를 키워 줄 곳을 찾지 못한 부부들도 출산계획이 없다. 직장인 최충성(남ㆍ34) 씨는 “지난해 결혼해 아직 전세 대출을 갚는 중이다. 경제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힘든데 띠만 좋다고 아이를 낳아 키울 수는 없다”면서 “아내와 더 이야기 해보겠지만 당분간 가족계획은 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모 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는 “황금개띠였던 지난해, 경제도 안좋고 출산율도 떨어졌던 것처럼 더이상 ‘황금’이라는 단어는 사람들에게 큰 자극이 되지 못한다. 올해도 가정 경제가 나아진다는 기대감이 없다면 출산율은 높아지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황금돼지해지만 저출산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는 예상되는 수치도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7∼9월) 국민행복카드 신청이 9만3389건으로 2017년 같은 기간(10만1509건)보다 7.9% 감소했다. 특히 3분기 임신ㆍ출산 진료비 지원을 위한 국민행복카드 신청한 임산부들은 출산예정이 2019년이다.
강문규 기자/mkk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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