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현배의 그림으로 보는 인류학]구스타프 쿠르베 '앉아있는 남자(습작)
오늘 소개해드리는 그림을 보면 약간 웃음이 나옵니다. 작가 스스로 본인의 모습을 자화상으로 그린 이 그림을 앞에 놓고 ‘설마 이 정도로 멋있었다고?’하는 생각도 살짝 하게 됩니다. 그냥 넘어가도 될 그림이지만 그래도 오늘은 이 작품을 통해서 그려진 시대와 예술, 그리고 작가에 대해서 이야기를 좀 거창하게 해보려고 합니다. 아! 오늘 그림의 주인공은 구스타프 쿠르베입니다.
우리가 살아왔던 시간을 고대와 중세, 그리고 근대라고 보통 시대를 구분하는 역사를 생각해 봅니다. 역사가 발전되어 왔다고 쉽게 말하지만, 우리 개인에 대해서 발전이라는 말을 할 수 있을 때 까지는 얼마나 시간이 흘러야 됐을까요? 예술이라는 것은 사람들이 사는 모습과 밀접하게 관계가 있습니다.

예술이 지배자와 일부만을 위한 것을 넘어서 예술가 개인의 이야기를 전하고, 개인 감상자가 수용하고 해석하게 된 것도 따지고 보면 우리 자신이 스스로를 자각하고 생기게 된 모습입니다. 주문이 들어오고, 그려달라는 사람을 앞에 앉혀 그려가는 동안, 요구 조건을 듣고, 그에 맞게 수정해가면서 그리는 전형적인 초상화 제작 방식.
이런 초상화를 본인의 모습을 관찰해서 그리는 자화상으로 바꾸게 된 것을 역사의 맥락으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이죠. 자화상으로 유명한 렘브란트 같은 사람은 일반적인 시민 혁명 보다 훨씬 먼저 활동하긴 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렘브란트, 그리고 그와 같은 시대, 바로크 시절 네덜란드 화가들의 시간을 가리켜 ‘16세기 황금시대’라고 부르는데, 이것은 꽤 예외적인 일입니다. 개인의 영역으로 예술이 들어오게 된 것은 프랑스 대혁명과 여러 가지 사회 문화에 걸친 변화와 사건 이후 우리 시대의 방향이 새롭게 정립되었기 때문에 가능하게 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작가가 자신의 얼굴을 통해 내면을 관찰하고 기록하는 예술가의 자화상이라는 것은 그렇기 때문에 오랜 변화의 결과라고 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렇게 오늘 유달리 자의식이 강했던 예술가의 자화상을 보여드리는 것이죠.
1847년에 그려진 이 그림은 목탄으로 되어 있습니다. 채색 그림이 아니기 때문에 중간 과정의 그림인가 할 수도 있지만, 채색 회화의 전단계 같이 보이지 않고 이 자체로 완성이 된 것 같은 느낌이 납니다. 그림 속의 인물은 그리고 오히려 사진보다 표정이 선명하고, 그 사람의 개성까지 느껴집니다. 화가는 자신을 관찰하고, 해석하고, 표현하는 단계 동안 오랜 시간 고민 해왔을 것이라고 짐작할 수 있습니다.
“렘브란트, 반 고흐, 그리고 피카소의 경우처럼 쿠르베 역시 자기 스스로의 이미지를 그리는 것에 매혹되었었다. 그가 시대별로 그린 자화상과 데셍들은 예술가의 정신과 기술의 발전을 잘 보여주고 있으며, 그 속에는 스스로에 대한 탐험이 기록되어 있다. 오르세 미술관은 두 개의 쿠르베 자화상을 보관하고 있다. 1871년에 파이프 담배를 물고 있는 자화상과 2003년에 구입한 이 데생이 그것인데, 특이 쿠르베가 일하고 있는 장면을 선택한 것은 본인 스스로 자신의 일에 소명을 가지고 열심히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상징적인 시도였다.”
쿠르베의 자화상이 두 점 오르세에 보관된 것 말고 다른 예를 통해서도 보면, 쿠르베는 신념이 강하고 개성이 뚜렷한 사람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아직까지 예술가 보다는 장인과 기능인으로서 의미가 혼용되는 화가에 대한 인식 속에 쿠르베의 고집은 금방 소문이 날 정도 였습니다.
“이 그림에서 쿠르베는 르네상스 시대의 작가들이나, 고전시대의 작가, 예를 들어 도미니크 앵그르처럼 그를 앞서 갔던 선배들의 전형적인 자세를 그대로 이용해서 그린 것이 보인다. 어둡게 묘사한 것은 렘브란트의 기법을 닮아 있고, 극적인 효과와 낭만주의적인 주체성이 나타난 것으로 생각된다. 그런데 무엇보다 아래에서 위를 향해 보는 상향 구도로 그려진 그림은 그의 태도에 묘한 긴장감을 주고 , 원래 명상을 하듯이 보일 것 같은 반쯤 감은 눈은 이 구성에 방점을 찍고 있는 듯 하다. 1854년 쿠르베는 ‘내가 사는 동안 나는 여러 번 자화상을 그렸다. 조금씩 조금씩 나는 내 정신의 변화를 그릴 수 있었다. 나는 한 마디의 말(그림)로 내 자서전을 썼다.
그림에서만 느껴지는 것이 아니라, 쿠르베 스스로의 언급에서도 자신감이 넘쳐 납니다. 본인의 정신이 발전하고 변화하는 것을 그릴 수 있었다. 내 그림은 한마디 말로 쓰여진 자서전이다. 등등. 그리고 이렇게 예술가들이 본인 내면의 세계를 성찰하고, 다루게 된 이후 개인의 개성은 공동의 가치를 강요받는 시대와 결별하게 됩니다.
이제 예술은 작가가 경험한 바탕에 작가가 선택하는 주제를 작가의 개성적인 방법을 통해 우리들에게 선보이는 것으로 바뀝니다. 거의 모든 사람이 학습하는 예술의 이상적인 완성이 아닌, 끊임없이 존재감을 위해 싸우고, 어떨 때는 반대와 반발의 목소리와 대면하게 되는, 그렇게 수많은 목소리들이 다양하게 해석하는 우리 시대의 예술은, 예술가 스스로 자기를 이 그림처럼 관찰하는 시대에 와서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예, 그렇습니다. 쿠르베와 동시대 예술가들이 자기 자신을 이렇게 소개하는 붓과 펜의 획에서 모더니즘의 시대가 열렸습니다.
<미술사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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