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준모의 미술동네 설설>피서 못가면 미술관 어때요.. 작품 보호하려 온·습도 일정하게

기자 2018. 8. 13.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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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서 떠날 형편이 안 되는 이들에게 가장 좋은 대안적 공간은 미술관·박물관이다.

시간이 흘렀지만 미술관·박물관에 대한 이해는 그때나 지금이나 달라진 것이 없고 따라서 화랑과 미술관도 제대로 구분하지 못해 벌어지는 코미디 같은 일도 비일비재하다.

이렇게 대개의 박물관은 통상 미술박물관 즉 미술관을 의미하게 돼 오늘에 이르고 있다.

박물관은 문화재나 유물을 종합적으로 수집하는 종합박물관과 특정 주제를 전문적으로 수집하는 전문박물관으로 나뉘는데 미술관은 전문박물관의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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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테니르스 빌헬름 대공의 브뤼셀 회화관, 1647~1651, 구리판에 유화, 104.8×130.4㎝ 프라도미술관 마드리드.
정준모 큐레이터·전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실장

신대륙 약탈품 모아두었던

유럽 ‘캐비닛’서 미술관 유래

화랑은 영리활동 私的 공간

피서 떠날 형편이 안 되는 이들에게 가장 좋은 대안적 공간은 미술관·박물관이다. 관람객이 아니라 작품과 소장유물을 온도와 습도로부터 보호하려고 18~20도 내외의 온도와 상대습도 55%를 유지하기 때문에 지금 같은 폭염에도 입장하면 서늘하다. 그래서 때로는 홈페이지에 에너지를 낭비한다는 민원이 들어오기도 한다. 십수 년 전엔 공영방송 뉴스에서 국립미술관이 에너지를 펑펑 낭비한다고 보도하는 웃지 못할 일도 있었다.

시간이 흘렀지만 미술관·박물관에 대한 이해는 그때나 지금이나 달라진 것이 없고 따라서 화랑과 미술관도 제대로 구분하지 못해 벌어지는 코미디 같은 일도 비일비재하다. 원래 미술관이나 박물관의 출발은 기원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지만 오늘날의 개념은 신대륙을 발견하고 나서 세상에 없는 줄 알았던 진귀한 짐승과 물건을 접하고 이것들을 모은 유럽의 캐비닛(Cabinet)이나 ‘경이로운 방’이란 뜻의 분더캄머(Wunderkammer) 또는 이탈리아의 스투디올로(Studiolo)에서 시작됐다.

특히 미술품, 공예로 특화한 분더캄머는 미술박물관을 의미하는 쿤스트캄머(Kunstkammer) 또는 복도나 화랑에 그림을 거는 갤러리(Gallery)가 됐는데 당시는 소장품을 과시하고자 빈틈없이 벽면을 채우는 천박한 방식을 택했지만 일반 시민들에게는 그림의 떡이었다. 프랑스혁명 이후 시민들에게 개방됐다. 이렇게 대개의 박물관은 통상 미술박물관 즉 미술관을 의미하게 돼 오늘에 이르고 있다.

국제박물관협회(ICOM)에 의하면 박물관의 가장 중요한 기능은 고대의 유물이나 미술, 공예품을 수집하고 보존하는 일이며 수집된 자료에 따라 예술·역사·과학·기술적 유물, 식물원, 동물원, 수족관은 물론 공공도서관이나 역사적인 문서보관소까지 박물관이라 규정한다. 또 이들 기관은 공공의 이익을 위해 관리되는 항구적인 시설이다. 박물관은 문화재나 유물을 종합적으로 수집하는 종합박물관과 특정 주제를 전문적으로 수집하는 전문박물관으로 나뉘는데 미술관은 전문박물관의 하나다.

다시 미술박물관 즉 미술관은 수집미술품의 제작 시기에 따라 알테 피나코테크(Alte Pinakothek·회화 수집관) 즉 고미술관, 근대미술관, 현대미술관으로 나뉜다. 또 20세기 들어 새로운 미술운동이 확산되고 장르별로 분화되며 전문화된 공예, 사진, 디자인박물관과 이미지·사운드(Image & Sound)까지 분화했다. 수집기능과 함께 현대미술에 국한해 전시하는 ICA(Institute of Contemporary Art)가 생겼고 이후 쿤스트할레(Kunsthalle)나 쿤스트하우스(Kunsthaus)처럼 수집기능 없이 전시만 하는 전시관(Art Gallery)도 생겼다. 이곳은 소장기능이 없어 미술관이라 하지 않는다.

화랑은 미술품을 거래하는 사적이며 영리적인 공간이라 이를 미술관이라 하면 틀린 말이다. 화랑경영주를 관장, 직원을 큐레이터라고 하는 것도 틀렸다. 미술관이 장서와 사서가 있는 도서관이라면 화랑은 장서 없이 총무가 관장하는 독서실 격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하긴 나라도 못하는 일이니 무리일 수도 있겠다. 우리 미술관의 한계는 한 집에 할아버지, 아버지, 아들 3대를 몰아넣고(고대, 근대, 현대미술의 동시 전시) 모든 장르를 다 다루는 콩나물시루라는 점이다. 역전 분식센터도 아니고 웍 하나로 모든 요리를 다 해내니 음식 맛이 있을 턱이 없다. 이제라도 사람 있는 문화를 원한다면 주방에 각각 다른 용도의 웍부터 마련해야 할 것이다.

큐레이터·전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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