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칼럼함께하는세상] 나라 위상 높아지자 외국인의 한국어 능력 '쑥쑥'

TV 예능 프로그램 출연자들을 보면서, 한국말을 잘하는 이민자가 많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그들 중 일부는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한국인보다 한국말을 더 잘하는 외국인들”이라는 평가까지 듣고 있다. 예컨대 2017년 12월 시즌1이 끝난, 한 종합편성채널의 토론 프로그램은 아예 외국인들로만 토론자를 꾸렸다. 20~30대 외국인 출연자들은 한국 사회 현안에 대해 자기 생각을 잘 정리해서 조리 있게 말해 시청자를 놀라게 했다. 이처럼 한국인에 버금갈 정도로 한국말을 잘하는 이민자가 있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도 적지 않다. 그러면 그 원인은 뭘까.
흔히 교육수준이나 사회적 지위가 낮을수록 한국말을 잘 못 배울 것이라 간주하지만 그 가설은 번번이 기각된다. 교육수준이 높고 전문직·관리직에 종사하는 외국인 중에서 한국어를 전혀 또는 거의 못하는 사람을 찾기 어렵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말은 하지 않고, 영어로만 소통하는 외국인 전문경영인이나 대학교수, 심지어 외교관도 있다. 그들은 영어 등 ‘국제어’로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고, 한국에서 생활하는 데 특별한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다고 말한다. 반면 전국의 공장·건설현장·농장·축사·양식장·음식점 등에서 일하는 저숙련 외국인노동자는 대부분 한국말을 잘한다. 한국어가 그의 업무와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끔은 한국어를 거의 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그들은 영어가 모국어나 공용어인 나라 출신으로, 한국인과 ‘영어’로 소통하고 있다고 자랑스럽게 말한다. 영어 잘하는 사람을 존중하는 한국문화를 이용하며 생활하다 보니 구태여 한국어를 배울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결혼이민자는 가정에서 한국말을 익힐 수 있으므로 다른 유형 이민자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한국말을 잘한다. 그러나 배우자 또는 자녀와 ‘본국어’로 소통하는 결혼이민자는 한국어가 서툴다. 영어 원어민 중에 그러한 사례가 특히 많다.

오늘날은 ‘한국말을 배우지 않은 채 생활하는 이민자가 드물지만, 20~30년 전에는 대부분이 그랬다. 필자는 연구자료 수집을 위해 일본과 중국을 여러 차례 방문했다. 당시 현지에서 만난 외국인은 모두가 일본어 또는 중국어를 잘 구사했다. ‘현지어 구사 능력’이 그들의 핵심 인적자본이었기 때문이다. 교민의 전언에 따르면, 일본말이나 중국말을 하지 못하는 외교관은 거의 없었다.
한국말을 잘하는 외국인 수가 과거보다 대폭 증가한 것은 ‘한국어 구사 능력’ 역시 인적자본으로 통용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한국의 국제적 위상이 더 높아지면 국내 체류 외국인 중에서 한국말을 배우지 않고 지내는 사람을 찾기는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그렇지만 그때에도 ‘영어 숭배 문화’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예감이 드는 것은 왜일까.
설동훈 전북대 사회과학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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