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에어컨, 춥다고 그렇게 끄시면.."

지난 10일 오후 5시30분쯤 서울 한 시내버스 안. 저녁 무렵에도 폭염은 여전했다. 버스 안 모든 좌석엔 에어컨이 가동되고 있었다. 그럼에도 막 탑승한 승객들은 더운지 땀 흘리며 부채질을 했다. 그런데 버스 안 승객 1명이 좌석 위 동그란 에어컨 스위치를 오른쪽으로 돌려서 껐다. 계속되는 냉기에 추운듯 했다. 이를 지켜본 승객 김모씨(34)는 "만원버스에 탑승해 서 있는데 춥다고 저렇게 끄면 얼마나 더운지 모른다"며 "방향만 돌리면 되지 않느냐. 같이 쐰다는 인식이 부족한 것 같다"고 꼬집었다.
폭염 속 버스를 이용하는 시민들 사이 '에어컨 신경전'이 뜨겁다. 누군가는 너무 더운데, 누군가는 또 너무 추운 탓이다. 좌석 위 에어컨 스위치를 아예 잠궈 눈초리를 받는가 하면, 아예 창문을 여는 경우도 있다. 에어컨을 켜 달라고 기사를 재촉하는가 하면, 꺼달라고 불만인 승객들도 있다. 심하면 승객들 간 갈등이 불거지기도 한다.
서울 영등포구에 사는 유모씨(31)는 지난 9일 낮 버스 안에서 한 승객과 설전을 벌였다. 좌석에 앉아 있는데 뜨거운 바람이 들어와 보니 앞 좌석 창문이 열려 있었던 것. 당시 기온은 섭씨 33도에 육박했다. 유씨가 창문을 닫으려하자 앞 좌석 승객은 "추워서 열어놨다"며 만류했다. 이에 유씨가 "지금 몇 도인줄 아느냐. 혼자만 추우면 다냐"고 항의해 신경전이 벌어졌다. 유씨는 "추우면 옷을 따로 챙기면 되지 않느냐"며 "대부분 더운데 이기적인 것 같다"고 비판했다.

버스 좌석 위 에어컨을 끄는 것도 민감해졌다. 직장인 이모씨(29)는 추워서 지난 7일 출근길 좌석 위 에어컨을 껐다가 옆에 앉은 승객에 핀잔을 들었다. 해당 승객은 "저는 더운데 에어컨을 왜 끄느냐"며 신경질적으로 에어컨 방향을 자신에게 확 틀었다. 이씨는 "몸이 덜덜 떨려 추워서 별 생각 없이 껐는데 무안했다"며 "더워서 다들 민감한 것 같다"고 말했다.
버스 안 냉방을 담당하는 기사들도 곤혹스럽다. 춥다고 아우성이라 에어컨을 끄면, 또 덥다고 빨리 틀라고 성화기 때문이다. 서울 시내버스 기사 최모씨(48)는 "여름마다 에어컨 전쟁인데, 올해는 더워서 더 심한 것 같다"며 "강하게 틀어 달라고 하는 승객들도 있고, 추운데 너무 과한 것 아니냐며 나무라는 승객들도 있어 어느 장단에 맞출 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추위·더위를 많이 타는 승객들은 서로 배려해야 한다고 항변했다. 직장인 서영훈씨(27)는 "더워서 에어컨을 강하게 안 쐬면 땀이 줄줄 난다. 추운 건 옷을 입으면 되지 않느냐. 꺼달라고 하는 건 배려가 없는 것 같다"고 말했고, 대학생 송모씨(22)는 "정말 추위를 많이 타서 옷을 입어도 추울 때가 있다. 냉방 온도를 제발 좀 적절하게 맞춰달라"고 하소연했다.
남형도 기자 hu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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