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톱10] 저항할 수 없는 우주적 공포, 코스믹 호러 명작 9
‘코스믹 호러’는 괴수, 운명, 죽음, 시간, 우주, 심해 등 감히 인간이 대적할 수 없는 존재와 맞닥뜨렸을 때 느끼는 공포를 다룬다. 외계인이 침공하면 미국이 어떻게든 해줄 것이고, 유령은 굿이라도 할 수 있지만 ‘죽을 운명’을 피하는 것이나 ‘우주 공간에서의 사고’는 인간의 능력으론 해결할 수 없다는 점에서 일반 공포와는 궤를 달리한다. 덕분에 우리는 코스믹 호러 영화들에서 더 기발하고 깊은 영화적 상상력을 발견하고 즐길 수 있다. 보기만 해도 잠자리가 오싹한, 코스믹 호러 명작 아홉 편.
9.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
미국 영화 연구소 선정 역대 최고의 SF 영화. 아서 C. 클라크의 단편소설 <파수병>을 각색했고 ‘스탠리 큐브릭’이 연출을 맡았다. 1960년대에 제작됐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우주와 첨단 과학 기술을 탁월한 미장센으로 표현한 걸작.
2001년, 목성 탐사를 위해 과학자 3명과 인공지능 슈퍼컴퓨터 ‘HAL 9000’(이하 ‘할’)을 싣고 떠난 디스커버리호가 출항한다. 목성 부근에 도달했을 때 ‘할’은 갑자기 우주선 외부기기가 고장났다고 알린다. 그러나 고장은 없었고, 선원 ‘프랭크’와 ‘데이비드’는 할을 정지시키기로 합의한다. 이를 알게 된 할은 폭주하기 시작한다.
광대한 우주는 인간의 탐험 의지를 부추기지만, 과거 신대륙을 찾아다니던 탐험가들이 그러했듯 미지의 공간은 언제나 죽음의 가능성과 닿아있다. 게다가 인간들의 생존을 위해 개발한 기계가 역으로 인간을 공격하기 시작한다면? 세상에서 가장 넓지만 가장 폐쇄적인 공간, 우주는 인간이 달에 도착하기 전부터 공포의 대상이었다.
- 감독
- 스탠리 큐브릭
- 출연
- 케어 둘리아, 개리 록우드, 윌리암 실베스터, 다니엘 리치터, 레오나르드 로시터, 마거렛 타이잭, 로버트 비티, 숀 설리번, 빌 웨스턴
- 장르
- SF
- 개봉
8. 트라이앵글
버뮤다 삼각지대에서 모티브를 얻은 ‘타임 루프’ 영화.
친구들과 요트 여행을 떠난 미혼모 ‘제스’는 갑작스러운 폭풍을 만나 바다에 표류하게 된다. 일행은 마침 근처를 지나던 유람선을 발견하고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배에 오른다. 그러나 유람선은 텅 비어 있었고, 제스 일행은 한 명씩 의문의 살인마에게 죽음을 맞기 시작한다. 제스는 살인마를 피해 다니다가 자신과 똑같이 생긴 일행이 표류한 요트를 타고 와 유람선에 오르는 것을 보게 되고, 자신의 요트 여행과 유람선 승선, 의문의 살인이 계속 반복되고 있음을 알아차린다.
영원히 반복되는 시간의 저주가 왜 그녀를 찾아왔는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운명은 마치 길을 가다가 넘어져 무릎에 상처가 나듯 갑작스럽게 마주치는 것이다. 우리는 바로 내일의 운명조차 알 수 없다. 수천, 수만 번 요트에 올라타는 제스처럼, 그저 눈앞에 펼쳐진 길을 걸어 나갈 수밖에.
- 감독
- 크리스토퍼 스미스
- 출연
- 멜리사 조지, 리암 헴스워스, 마이클 도맨, 엠마 렁, 레이첼 카파니, 헨리 닉슨, 줄리 베인스, 크리스 브라운, 제이슨 뉴마크
- 장르
- 스릴러
- 개봉
- 2018.08.29
7. 이벤트 호라이즌
1997년 개봉한 미국 호러 SF 영화. <모탈 컴뱃> 1편, <레지던트 이블> 시리즈 등을 연출했던 ‘폴 W. S. 앤더슨’이 감독을 맡았다. <매트릭스>에서 ‘모피어스’를 연기했던 ‘로렌스 피시번’과, <쥬라기 공원> 시리즈의 ‘앨런 그랜트’로 익숙한 ‘샘 닐’이 출연했다.
서기 2040년. 광속보다 빠른 우주 탐사선 ‘이벤트 호라이즌’호가 실종되었다가 7년 후 다시 나타난다. 미국은 이벤트 호라이즌의 설계자 ‘위어’ 박사를 구조선 ‘루이스 앤 클락’호에 동승시켜 파견한다. 마침내 탐사선과 도킹해 수색을 시작한 대원들은 이상한 환영에 시달리다 하나 둘씩 죽기 시작한다. 루이스 앤 클락 호 대원들은 끊임없이 환영을 불러일으키는 악령의 우주선과, 악마의 화신으로 변해 차원의 문을 통과하려는 위어 박사에 맞서 목숨을 건 사투를 벌인다.
고딕풍으로 음산하게 디자인된 우주선과 과학 기술이 ‘지옥’의 문을 열었다는 설정 등 코스믹 호러를 잘 살린 수작이다. 호러 소설의 대가 ‘스티븐 킹’도 “시각적 이미지가 아찔할 정도로 탁월”하고 “장엄하고 참된 공포감이 살아 숨 쉰다”고 극찬했다. <에이리언>, <샤이닝>, <헬레이저>, <양들의 침묵> 같은 호러 걸작들의 흔적을 찾아보는 것도 또 다른 재미.
- 감독
- 폴 앤더슨
- 출연
- 로렌스 피쉬번, 샘 닐, 캐슬린 퀸란, 졸리 리처드슨, 리처드 T. 존스, 잭 노즈워시, 제이슨 아이삭스, 숀 퍼트위, 피터 마링커
- 장르
- 미스터리
- 개봉
- 1997.10.03
6. 소용돌이
호러 만화계의 거장 ‘이토 준지’가 그린 동명의 만화를 각색한 영화.
기분 나쁠 만큼 한적한 마을 ‘쿠로우즈’에 사는 고등학생 ‘키리에’는 친구 ‘슈우지’의 아버지가 소용돌이 모양의 달팽이 껍질을 비디오카메라로 찍고 있는 모습을 발견한다. 이후 키리에 주변에서 이상한 일들이 벌어진다. 학교의 나선 계단에서 동급생이 떨어져 죽고, 슈우지 아버지는 소용돌이 모양의 물건을 수집하다가 결국 세탁기 속에서 돌돌 말려 사망한다. 마을 사람들은 점점 소용돌이 모양에 집착하거나 공포를 느끼는 부류로 나누어진다. 쿠로우즈 마을의 이상 현상은 전국적으로 알려지고, 어느 신문 기자가 마을에 있는 수상한 ‘잠자리 연못’의 비밀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이토 준지는 인간이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현상’과 마주하고, 결국 휩쓸리게 되는 내용을 주로 그린다는 점에서 대표적인 ‘코스믹 호러 만화가’라고 할 수 있다. 영화 <소용돌이>는 작품 그 자체로는 평가가 좋지 않지만, 원작의 기괴하고 혐오스러운 공포를 시각적으로 충실하게 담아냈다는 점에서 한번쯤 관람해볼 만하다.
- 감독
- 히구친스키
- 출연
- 하츠네 에리코, 휘황, 사에키 히나코, 스와 타로, 테즈카 토루, 아베 사다오, 다카하시 케이코, 미와 아스미, 오오스기 렌
- 장르
- 공포
- 개봉
- 2000.09.02
5. 캐빈 인 더 우즈
<어벤져스>를 연출한 ‘조스 웨던’이 각본과 제작에 참여하고 ‘드루 고더드’가 감독한 컬트 호러. 오컬트, SF, 좀비, 슬래셔, 괴수, 크툴루 신화, SCP 재단 등 온갖 호러 장르의 아이콘과 클리셰를 두루 섞은 메타 픽션 영화다.
5명의 젊은 남녀가 시골 별장으로 휴가를 떠난다. 숲 속 낡은 오두막에 자리 잡은 이들은 지하실에서 신비롭고 무서운 골동품들을 발견하고 그것들을 탐구하기 시작한다. 결국 이상한 주문을 읽어서 좀비를 불러낸 것을 시작으로 온갖 괴물들이 일행을 덮치기 시작한다. 알고 보니 오두막 밑에는 먼 옛날부터 고대신에게 인신 공양을 해온 거대 조직이 숨어 있었고, 주인공들은 공양을 위해 유인당한 미끼였던 것.
호러 영화를 자주 보고 즐긴 마니아 관객이라면 눈에 익은 크리처와 살인마, 초자연적 존재들이 즐비하게 등장해 즐거울 것이다. 호러 장르에서 자주 쓰이는 클리셰들이 모두 비틀어지는 것도 또 다른 재미.
- 감독
- 드류 고다드
- 출연
- 크리스틴 코넬리, 크리스 헴스워스, 안나 허치슨, 프랜 크란츠, 제시 윌리암스, 리차드 젠킨스, 브래드리 휘트포드, 브라이언 화이트, 에이미 애커
- 장르
- 공포
- 개봉
- 2012.06.28
4. 데스티네이션 시리즈
2000년부터 2011년까지 총 5편이 개봉된 호러 영화 시리즈. 우연히, 혹은 자력으로 재앙을 피한 사람들이 결국 ‘운명’을 피하지 못하고 죽게 되는 이야기를 다룬다.
1편에서는 비행기를 타고 수학여행을 가려던 주인공이 예지몽을 꾼 후 몇몇 사람들과 내림으로써 끔찍한 폭발사고에서 벗어나지만, 살아남은 사람들은 후에 순차적으로 죽어나간다. 이후 시리즈들도 이러한 패턴으로 진행된다.
보통 호러 영화에서 인간들을 두렵게 하는 것은 좀비나 괴물, 외계인, 유령 등 실체가 있는 존재들이었지만, ‘데스티네이션’ 시리즈는 ‘죽음’이라는 운명과 싸워야 한다는 점에서 신선하한 코스믹 호러였다는 평.
- 감독
- 황예유
- 출연
- 데본 사와, 알리 라터, 커 스미스, 크리스틴 클록, 대니얼 로벅, 로저 구엔부르 스미스, 채드 도넬라, 숀 윌리엄 스코트, 토니 토드
- 장르
- 공포
- 개봉
- 2000.06.10
- 감독
- 데이빗 R. 엘리스
- 출연
- A. J. 쿡, 마이클 랜디스, 알리 라터, 테렌스 카슨, 조나단 체리, 키건 코너 트레이시, 린다 보이드, 제임스 커크, 데이빗 팻카우
- 장르
- 공포
- 개봉
- 2004.06.11
- 감독
- 황예유
- 출연
- 메리 엘리자베스 윈스티드, 라이언 메리맨, 크리스 램시, 알렉스 존슨, 샘 이스튼, 제시 모스, 지나 홀덴, 텍사스 배틀, 쉐란 시몬스
- 장르
- 미스터리
- 개봉
- 2006.05.11
- 감독
- 데이빗 R. 엘리스
- 출연
- 바비 캄포, 샨텔 반산텐, 닉 자노, 할리 웹, 미켈티 윌리엄슨, 크리스타 알렌, 앤드류 피셀라, 저스틴 웰본, 스테파니 오노레
- 장르
- 공포
- 개봉
- 2009.10.01
- 감독
- 스티븐 쿼일
- 출연
- 니콜라스 디아고스토, 데이비드 코에너, 엠마 벨, 마일즈 피셔, 엘렌 로, 재클린 맥클레스 우드, P.J. 바이른, 알렌 에스카페타, 코트니 B. 반스
- 장르
- 공포
- 개봉
- 2011.09.08
3. 선샤인
<28일 후> 등을 만든 ‘대니 보일’ 감독의 2007년작.
서기 2057년, 태양이 죽어가기 시작한다. 멸종 위기에 처한 인류는 태양을 되살리기 위해 거대 핵탄두를 탑재한 ‘이카루스’ 1호를 태양으로 발사한다. 그러나 1호는 실종된다. 7년 후 인류는 다시 8명의 선원과 함께 이카루스 2호를 띄운다. 태양 가까이 도달한 이카루스 2호는 7년 전 실종되었던 이카루스 1호를 발견한다. 핵탄두 추가 확보를 위해 1호와 도킹한 2호의 선원들은 광기에 사로잡힌 선장 ‘핀 베커’와 마주치고 임무 완수를 위해 그와 목숨을 건 싸움을 시작한다.
전 인류의 생존이 달린 막중한 임무를 짊어지고 떠나게 된 선원들의 심리와, 거대하고 초월적이기까지 한 태양의 존재, 우주 공간 속에서 무력하게 죽어갈 수밖에 없는 인간의 모습을 장엄하게 묘사한 수작.
- 감독
- 대니 보일
- 출연
- 로즈 번, 클리프 커티스, 크리스 에반스, 트로이 가리티, 킬리언 머피, 사나다 히로유키, 베네딕트 웡, 양자경, 치포 청
- 장르
- SF
- 개봉
- 2007.04.19
2. 미스트
‘스티븐 킹’의 단편 소설을 ‘프랭크 다라본트’가 각색한 영화.
평화로운 시골 마을 ‘롱레이크’에 강력한 폭풍이 몰아친다. ‘데이빗’은 부서진 집을 수리하기 위해 아들과 함께 읍내에 있는 마트에 간다. 한창 물건을 계산하던 도중, 기이한 안개가 몰려오고 동네 노인이 “안개 속에 무언가가 있다!”고 소리친다. 마트는 순식간에 고립되고 정체불명의 괴생물체들이 마트 주변을 맴돌며 사람들을 잡아먹기 시작한다. 제물을 바쳐야 한다는 어느 종교 맹신자의 선동에 사람들은 점점 이성을 잃고, 데이빗은 마트를 탈출하기로 결심한다.
소설의 엔딩을 뒤틀어버린 충격적 결말 덕분에 개봉 당시에는 호불호가 크게 갈렸으나, 지금은 상식을 초월하는 초자연적 세계와 맞닥뜨린 인간의 공포와 절망을 잘 그려낸 코스믹 호러 걸작으로 평가받는다.
- 감독
- 프랭크 다라본트
- 출연
- 토마스 제인, 로리 홀든, 마샤 게이 하든, 안드레 브라우퍼, 토비 존스, 윌리엄 새들러, 제프리 드문, 프란시스 스턴하겐, 나단 겜블
- 장르
- 스릴러
- 개봉
- 2008.01.10
1. 매드니스
‘존 카펜터’ 감독의 B급 호러 명작.
‘서터 케인’이라는 유명 소설가가 <광염 속으로>라는 원고를 탈고 후 실종된다. 출판사의 의뢰를 받아 그를 찾게 된 사설탐정 ‘존 트렌트’는 케인이 어디로 갔는지 실마리를 얻기 위해 그의 소설을 탐독한다. 소설에 등장하는 ‘홉스의 끝’이라는 마을을 수상히 여긴 그는 케인과 절친했던 편집자 ‘린다 스타일스’와 함께 그곳으로 향하고, 마치 소설 속 세계를 그대로 재현한 듯한 마을과 사람들을 지배하고 있는 기괴한 광기에 휘말리게 된다.
호러 영화계의 거장답게, 속절없이 절망으로 치닫는 전개와 환상인지 현실인지 알 수 없는 연출로 ‘러브 크래프트’ 스타일을 가장 잘 살린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 감독
- 존 카펜터
- 출연
- 샘 닐, 줄리 카르멘, 위르겐 프로크노브, 데이비드 워너, 존 글로버, 버니 케이시, 피터 제이슨, 찰턴 헤스턴, 프란시스 베이
- 장르
- 공포
- 개봉
- 1995.03.18
페이퍼백 에디터|김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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