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여신강림>외모로 주눅든 주경이 새 삶을 찾은 비결은 [만화로 본 세상]

2018. 12. 5.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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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신’ 주경은 중3 때까지만 해도 외모로 인해 주눅들어 있었으나, 고교 입학 전에 갈고닦은 화장술로 새 삶을 찾았다. 화장 전과 화장 후가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보일 정도여서 모두들 화장 후의 주경만을 알고 있다.

야옹이 작가의 만화 <여신강림>의 한 장면 | 네이버웹툰

주인공은 올 4월에 연재를 시작해 5월쯤부터 계속해서 화요 웹툰 1위를 지키고 있는 〈여신강림〉(작가 야옹이)이다. 이 웹툰의 ‘여신’ 주경은 중3 때까지만 해도 외모로 인해 주눅들어 있었으나, 고교 입학 전에 갈고닦은 화장술로 새 삶을 찾았다. 화장 전과 화장 후가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보일 정도여서 화장 전후의 주경을 모두 동일인으로 인식하는 것은 가족뿐, 주경의 친구를 비롯한 모두는 화장 후의 주경만을 알고 있다. 따라서 가족을 제외한 사람들에게 ‘생얼 주경’은 주경으로 인식되지 않는다.

하지만 같은 학교로 전학 온 ‘얼음미남’ 수호에게는 주경의 두 얼굴이 모두 발각되고 만다. 비밀이 소문날까 두려운 주경이지만, 다행히도 수호는 두 얼굴을 꺼려하지 않는다. 오히려 취미가 통하는 둘의 사이는 날이 갈수록 가까워지는데, 그런 둘의 우정 이상 연애 이하의 풋풋한 관계가 〈여신강림〉를 달콤하게 채운다. 거기에 서준, 수진 등 출중한 외모의 소유자들이 조역으로 등장하여 남녀 주인공과 삼각관계를 이루며 사건을 만들어낸다.

〈여신 강림〉은 이런 하이틴 로맨스를 기본틀으로 하며, 주영의 화장술을 알기 쉽게 가르쳐주는 실용적인 만화의 모양새도 띠고 있다. 네이버 금요 웹툰 1위인 〈외모지상주의〉와 매한가지로 청소년의 외모에 대한 고민과 연애에 대한 환상이 동시에 담겨 있기에 어쩌면 1위 자리를 차지한 것이 자연스럽게 여겨질 수도 있다. 하지만 〈외모지상주의〉가 어느 정도의 폭력성을 가미하며 남성 청소년 독자를 주요 타깃으로 하는 것과 달리 〈여신강림〉은 여성 청소년 독자를 겨냥하고 있다는 점을 비롯, 몇 가지 더 따져볼 만한 지점이 눈에 띈다.

우선 〈여신강림〉은 ‘인형 같은’ 유려한 그림체로 남녀 모두를 묘사하고 있다. 이런 예쁜 그림이 독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았을 것은 의심하기 어렵다. 이에 더하여 연출과 서사가 친절하며 인물이 전형적이어서 어떤 독자도 이해하기 쉬운 것 역시 대중적 인기의 요인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모든 요소들이 〈여신강림〉의 화장술이라면 어떨까.

〈여신강림〉은 마치 화장한 주경처럼 독자와 만난다. 주경의 화장은 본인의 민낯을 완벽에 가깝게 지우는데, 이는 화장을 많이 하지 않은 듯한 ‘만들어진 자연스러움’을 통해 가능하다. 같은 맥락에서, 다소 튀는 복장을 즐기는 수진과 달리 화장한 주경은 사회적으로 사랑받을 만한 화장과 패션을 선호한다. 또래집단에서 인정받지 못할 것을 두려워하여 록 음악과 공포만화를 좋아하는 것을 티내지 못하는 주경이기도 하다. 이처럼 사회적 인정을 갈구할 때 주경은 본모습을 감추고 ‘자연스럽게’ 화장한 모습만을 드러내야 한다. 그렇게 사라지는 본모습은 어쩌면 주경만이 아니라 여성, 바로 그것일지도 모른다.

여성에게 화장은 코르셋과 같은 억압적 문화일 수도, 자기 표현과 실현의 도구일 수도 있다. 입체적인 주제로 그려질 수도 있는 화장을 주요 타깃층에게 수용 가능한 선에서만 그리는 〈여신강림〉은 굉장히 불편한 젠더 이슈도 조용히 처리한다. 술자리에서 옆에 앉아 치근대는 선배에게, 버스에서 접근해 오는 치한에게 문제제기 하나 없이 그저 조용히 피하기만 하는 그런 태도가 〈여신강림〉의 화장술이다. 누구에게도 불편함을 느끼게 하는 일 없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싶다는 〈여신강림〉은 바로 그 화장술이 대중적으로 보편화된 덕에 1등에 올라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조익상 만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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