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한 채는 안 건드린다’ 50년 성역 흔든 세제개편 [박일근의 이코노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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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제개편안 문답자료에 따르면 시가 70억 원(공시가격 50억 원) 주택에 70세가 10년 거주한 경우 올해 종부세는 469만 원이지만 내년엔 1,942만 원, 2028년엔 3,295만 원으로 늘어난다.
세제개편안에 대한 저항과 역풍이 커지며 일부 내용은 바뀔 가능성도 있다. 이광수 광수네복덕방 대표는 "'실거주'란 한 축을 허무는 순간 전체 세제개편안이 무너질 수 있다"며 "초고가 주택 가격이 떨어지기 시작한 만큼 장기적으론 중저가 아파트 가격도 내려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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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무주택자-내 집 마련 늦출 이유 없어
② 1주택자-실거주 '덜 똘똘한 한 채' 주목
③ 다주택자-살 집 남기고 선별 매도 고민
편집자주
다양한 경제, 산업 현장의 이슈와 숨겨진 이면을 조명합니다.

“'내 집 한 채'란 오래된 성역을 섣불리 건드렸다.”
지난 3일 발표된 2026년 세제개편안에 대해 전직 고위 공무원이 내린 평가다. 지금까지 부동산 세제의 핵심 잣대는 ‘몇 채를 갖고 있느냐’였다. 두 채 이상 다주택자에겐 집을 살 때(취득세)도, 보유할 때(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도, 팔 때(양도세)도 무거운 세금을 매겼다. 반면 1세대 1주택자는 장기보유특별공제 등 세제상 혜택을 주며 보호했다. 1974년 1세대 1주택 비과세 정책 도입 후 50여 년간 지켜져 온 불문율이었다.
그런데 이번 개편안은 여기에 ‘얼마짜리 집인가’와 ‘실제로 거주하는가’를 더했다. 1세대 1주택자라도 거주 여부에 따라 세 부담을 달리해 ‘내 집 한 채’라는 부동산 세제의 오랜 성역에 손을 댄 셈이다. 앞으로는 주택 수가 아니라 주택 가격과 ‘실거주 여부’를 새 기준으로 삼겠다는 선언이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거주하지 않는 주택과 다주택에 대한 과도한 혜택을 정상화해, 과세 형평을 제고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게 바로 1세대 1주택자의 종부세 기본 공제를 거주하는 경우엔 12억 원에서 14억 원으로 올리고 비거주는 12억 원에서 9억 원으로 낮춘 대목이다. 공시가격 기준인 만큼 거주라면 시세로 20억 원까진 종부세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지만 비거주라면 시세가 13억 원만 넘어도 종부세를 내야 한다는 얘기다.

부동산 시장은 요동치고 있다. 1세대 1주택은 건드리지 않는다는 '묵시적 합의'가 깨진 데 대한 조세 저항이 크다. 집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집이 있더라도 다주택자냐, 초고가 주택이냐, 비거주냐, 실거주냐, 갈아타기 수요냐 등 각자의 상황에 따른 셈법과 대응 전략도 달라지고 있다. 무엇보다 임대차 물건이 줄면서 전월세 가격이 폭등할 것이란 우려가 적잖다.
이처럼 반발이 거세고 대통령 지지율까지 떨어지자 당정은 비거주 1주택자 구분 폐지 등 일부 조정 가능성을 내비쳤다. 그러자 이번엔 정부의 ‘후퇴’에 대한 비판이 나오고 있다. 1주택자 비거주와 거주를 구분하지 않는 경우 이번 세제개편안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는 점에서 정부는 진퇴양난이다. 부동산 세제란 고차 방정식을 푸는 건 더 어려워졌다. 정부 세제개편안의 수정 가능성을 열어두되 기본 틀이 유지되는 걸 전제로 시장 참여 주체별 대응책을 찾아봤다.
무주택자라면 전월세난 대비를
무주택자라면 부동산 세금도 없으니 세제개편안에 신경 쓸 필요가 없는 게 맞다. 그러나 이번 세제개편안은 결국 무주택 세입자에게 불똥이 튈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 설명이다. 개편안은 집만 갖고 있고 실제 거주하지 않을 경우 세금을 더 내라는 게 골자인데, 이 경우 비거주 1주택자와 다주택자는 실거주를 택하거나 집을 팔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집주인이 들어와 살겠다면 세입자는 계약갱신청구권도 쓸 수 없다. 주택을 팔아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 있는 곳에선 세입자가 결국 나가야 한다.
주택임대사업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 배제와 장기보유특별공제 혜택을 없애기로 한 대목도 임대차 시장의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의무임대기간(장기일반매입임대 8년)이 지나 자동말소된 등록임대주택은 2027년 말까지 팔아야만 종전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아직 의무임대 중이라면 의무임대 종료일로부터 1년 안에 매도해야 한다.

이처럼 시장이 실거주 위주로 재편되면 전월세 물건이 급감하며 전세는 귀해지고 월세는 급등할 가능성이 높다. 이미 서울 아파트 전세 가격은 매월 1% 이상 상승, 사상 최대 상승 수준이다. 평균 월세는 150만 원도 넘었다. 세제개편안은 이를 더 가속화시킬 수 있다.
세입자는 일단 갱신청구권을 써 기존 임대차 계약 기간을 가능한 한 늘려야 하지만 나중엔 세 들어가 살 집을 구하지 못해 자칫 떠밀려 집을 사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 임채우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세제개편으로 전월세난이 더 심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15억 원 이하 중저가 아파트 가격이 올라가고 있다”고 짚었다. 부동산 관련 ‘채널 제네시스박’을 운영 중인 박민수 더스마트컴퍼니 대표도 “유동성은 계속 풀리고 신규 주택 공급은 안 되는 상황까지 감안하면 내 집 마련 시기를 늦춰야 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문제는 자금이다. 임 위원은 “이미 서울 강북권 신축 아파트가 18억 원을 넘어서며 무주택자 입장에선 자금 여력이 쉽지 않겠지만 구축 아파트 단지의 소형 평형대 등으로 시야를 넓힐 필요도 있다”고 덧붙였다.
1주택자는 가격대별 전략을
1주택자는 보유 주택 가격대별로 대응책이 다르다. 먼저 시가 50억 원이 넘는 초고가 주택을 갖고 있는 1주택자의 경우엔 실거주를 하더라도 세금이 무조건 올라간다. 세제개편안 문답자료에 따르면 시가 70억 원(공시가격 50억 원) 주택에 70세가 10년 거주한 경우 올해 종부세는 469만 원이지만 내년엔 1,942만 원, 2028년엔 3,295만 원으로 늘어난다. 더구나 이런 주택은 보유세뿐 아니라 양도세도 장기거주소득공제 한도(2028년 20억 원, 2029년 10억 원)가 생기며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최대 80%였던 장기보유특별공제에 한도가 생기면 양도세는 수십억 원 폭증할 수도 있다.
이에 세 부담이 늘기 전에 일단 시세 차익을 실현하고 주택 규모를 줄여가는 ‘다운사이징’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최근 서울 강남구와 서초구에서 직전 실거래가보다 10억 원 이상 낮은 매물이 나오는 이유다.

시세 30억 원대 이하 아파트라도 실거주와 비거주가 엇갈린다. 실거주 1주택자는 이번 세제개편안의 최대 수혜자다. 종부세 기본 공제가 14억 원으로 올라가고, 장기 거주자에 대한 양도세 기본공제도 확대된다. 보유세가 종전보다 적어지는 경우도 있다. 시가 30억 원(공시가격 20억 원) 1세대 1주택 종부세(60세 10년 보유 기준)는 현재 91만 원에서 내년엔 거주일 경우 76만 원으로 내려간다. 비거주일 땐 424만 원까지 올라간다. 비거주라면 실거주 전환을 적극 고려해야 한다는 얘기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초고가는 파는 게, 35억 원 이하는 거주하는 게 유리하다”고 분석했다.

그 아래 20억 원대와 15억 원 이하 아파트 시장은 대출이 최대 6억 원까지 나오고 실수요자들도 계속 진입하고 있어 점점 뜨거워질 것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세 부담이 커진 '똘똘한 한 채' 대신 소위 ‘덜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이다. 그렇지 않아도 이 가격대의 아파트는 진작 값이 뛰고 있었다. 국토교통부 아파트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서 7월 수도권 15억~20억 원 아파트의 신고가 비중은 절반도 넘었다. KB부동산이 발표한 ‘8월 주택가격동향’에서도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16억739만 원(10일 기준)을 기록, 사상 첫 16억 원대에 진입했다. 특히 중랑구(2.25%) 성북구(2.08%) 노원구(1.95%) 강서구(1.86%) 등 외곽 지역 상승률이 높았다. 중랑구 대장 아파트로 꼽히는 사가정센트럴아이파크 전용 84㎡는 15억4,000만 원에 신고가를 찍었다.
‘갈아타기’를 고심 중이라면 집을 팔고 세금 내면 자금이 줄어드는 데다 대출도 안 나와 똑같은 가격대의 집을 살 수 없다는 점을 먼저 기억해야 한다. 일시적 2주택 특례도 살필 필요가 있다. 종전 주택과 신규 주택이 모두 조정대상지역에 있다면 종전 주택 처분 기한이 3년에서 2년으로 줄어든다.
내년 5월까지 나올 다주택자 매물은 눈여겨볼 만하다. 현 세제개편안에서 다주택자 매물은 2027년에 팔아야 세 혜택이 가장 큰데, 재산세와 종부세가 부과되는 기준일이 6월 1일이라 집주인 입장에선 그 전에 매도하려 할 유인이 있다.
다주택자라면 순차별 매도 퇴로를
이번 세제개편안으로 세 부담이 가장 커지는 대상이다. 주택가액과 과세표준이 높아지는 데 따른 종부세 세율이 올라가고, 종부세 기본 공제도 크게 줄어든다. 기본 공제 산식은 거주용 주택가액을 전체 주택가액 합계로 나눠 5억 원을 곱한 뒤 4억 원을 더한 금액인데, 만약 다주택자가 보유 주택이 아닌 곳에 살면 기본 공제가 4억 원까지 떨어진다. 거주용 1주택자의 기본 공제 14억 원과 비교하면 무려 10억 원이나 차이 난다. 또 3주택자 등은 종부세 산정 시 적용하는 공정시장가액비율도 현재 60%에서 2028년 이후엔 80%까지 높아진다.
특히 보유세 세 부담 상한이 150%에서 200%로 인상되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 올해 재산세와 종부세를 합쳐 1,000만 원을 냈다면 내년엔 2,000만 원까지 늘어날 수 있다. 세금이 매년 배로 증가하면 누구든 감당이 어렵다. 8월 셋째 주(17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 가격이 80주 연속 상승했지만, 유독 강남구와 서초구는 2주 연속 하락한 배경이다. 다만 세 부담 상한 인상은 철회 가능성도 있다. 김 소장은 “현금 능력이 안 되면 파는 걸 고심해야 한다”며 “종부세도 문제지만 양도세도 크게 늘어난다”고 지적했다. 끝까지 보유할 주택 한 채만 남기고 나머지 주택은 미래 기대 수익률이 낮은 순부터 매도하는 게 방법이란 얘기다.

정부도 양도세 중과를 완화, 퇴로를 마련해줬다. 지난 5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가 재개되며 2주택자는 일반 세율(6~45%)에서 20%포인트, 3주택 이상은 30%포인트 추가된 양도세 중과 세율이 적용됐다. 그런데 이번 세제개편안에선 양도세 중과 세율이 내년까진 2주택자의 경우 5%포인트, 3주택 이상은 10%포인트만 추가된다. 양도세 장기보유특별공제도 2029년에는 거주기간 중심으로 전환되니 그 전에 파는 게 세금을 줄이는 길이다.
다주택자 중 주택임대사업자는 2027년 또는 의무임대기간 종료일로부터 1년 안에 팔아야 양도세 중과 배제와 장기보유특별공제를 받을 수 있는 만큼 임대차 계약 시 따져볼 필요가 있다. 임차인이 갱신권까지 써 4년간 살면 1년 안에 집을 팔고 싶어도 여의치 않을 수 있다.
바뀌는 내용 확인 필수
보유세 부담이 커지며 상대적으로 공시가격이 낮은 빌라 등 비아파트와 재건축·재개발로 눈을 돌리는 이들도 나온다. 중저가 아파트 가격까지 오르며 빌라와 다세대주택의 가격 경쟁력이 부각되고 있다. 그러나 빌라는 팔고 싶을 때 팔기가 힘들고, 정비사업은 시간도 오래 걸리고 조합원 지위 양도 등도 확인해야 한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자산 가치는 지키면서 세금 부담은 줄이는 방안에 대한 문의가 많다”며 “재건축이나 재개발 물건은 공시가격이 상대적으로 낮고, 철거 후엔 건물분 보유세 부담도 없다”고 말했다.

세제개편안에 대한 저항과 역풍이 커지며 일부 내용은 바뀔 가능성도 있다. 정부는 다음 달 1일 국무회의에서 수정 여부를 확정한 뒤 국회로 넘길 것으로 보인다. 국회 심의와 시행령 확정 과정에서도 내용이 달라질 수 있다. 비거주 1주택 종부세와 세 부담 상한, 세입자 보호 방안 등이 관심사다. 다만 ‘표를 의식한 정치적 후퇴’란 반발도 나오며 불확실성도 크다. 이광수 광수네복덕방 대표는 “‘실거주’란 한 축을 허무는 순간 전체 세제개편안이 무너질 수 있다”며 “초고가 주택 가격이 떨어지기 시작한 만큼 장기적으론 중저가 아파트 가격도 내려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장은 “양도세 공제 상한 등은 긍정적이지만 당초 정책 목표가 불분명해지면서 스텝이 꼬였다”며 “정책 정합성도 아쉽다”고 꼬집었다.
결국 세제개편안이 최종 확정될 때까지 지켜볼 수밖에 없다. 적용시기, 경과규정, 기존 계약에 대한 보호조항 등도 살펴봐야 한다. 조영욱 가온택스 대표세무사는 “부동산 세금은 작은 문구 하나에도 수천만 원 차이가 날 수 있다”며 “세부사항이 어떻게 확정되는지 확인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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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일근 수석논설위원 ik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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