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는 음식이 상할까 봐 냉장고에 넣는다. 그저 차게 보관하면 오래 먹을 수 있을 거라는 믿음, 그러나 그 믿음이 건강을 망칠 수도 있다. 문제는, 냉장 보관이 모든 독성 위험을 제거하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오히려 저온 환경에서 서서히 독성 물질이 축적되거나, 유해 미생물이 생존하며 변질이 감지되지 않는 형태로 식탁에 오르게 되는 경우도 많다.
특히 냉장고 속 식재료 중 일부는 특정 조건만 갖추면 강력한 독성 물질로 변질될 수 있다. 이번 글에서는 대부분의 가정에서 한 번쯤은 냉장고에 보관하고 있을 법한 음식 중, 의학적·과학적으로 위험성이 확인된 다섯 가지를 중심으로, 왜 반드시 냉장고에서 제거해야 하는지를 설명한다.

1. 파슬리 남은 잎 – 냉장 후 발암성 니트로사민 생성 가능
파슬리는 향이 강하고 생선 요리, 스파게티 등에 자주 사용된다. 그러나 자르고 남은 파슬리 잎을 냉장 보관할 경우, 수분과 질소 성분이 결합해 니트로사민이라는 발암성 물질이 생성될 수 있다.
니트로사민은 위암 및 식도암의 주요 유발 요인 중 하나이며, 특히 냉장고 내부의 일정한 습도와 산소 노출 환경에서 생성률이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생채소라고 안심할 수 없는 이유다. 파슬리는 사용 후 반드시 바로 폐기하거나, 장기 보관이 필요할 경우 말려서 밀폐 보관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

2. 삶은 감자 – 냉장 후 클로스트리디움 균 증식 우려
감자는 익혀두고 냉장 보관하는 일이 흔하다. 하지만 삶은 감자는 저온에서도 번식이 가능한 혐기성 박테리아인 클로스트리디움 보툴리눔(Clostridium botulinum)의 번식 위험이 있다. 이 균이 생성하는 독소는 보툴리눔 독소로, 극미량만 섭취해도 근육 마비, 시력 장애, 호흡곤란 등을 유발할 수 있다.
특히 공기와 차단된 밀폐 용기 안에서 증식률이 더 높아지며, 냄새나 색의 변화 없이도 위험성이 커진다. 삶은 감자는 냉장 보관보다 즉시 섭취하거나 남은 경우엔 얇게 썰어 팬에 볶아 수분을 줄여 보관하는 방식이 훨씬 안전하다.

3. 유통기한 지난 버섯 – 마이코톡신 위험이 눈에 보이지 않는다
냉장고에 남아 있는 느타리, 양송이, 표고버섯 중 유통기한이 지난 제품을 사용해본 적이 있다면, 생각보다 큰 위험을 무릅쓴 셈이다. 버섯은 겉으로는 마르지 않고 물러지지 않았더라도, 내부에서 곰팡이류 독소인 마이코톡신(mycotoxin)이 생성될 수 있다.
이 독소는 간, 신장에 축적되며 만성 간독성, 면역 기능 저하, 심한 경우 돌연변이 유도까지 보고된 바 있는 독성 화합물이다. 특히 씻어서 조리해도 열에 강한 마이코톡신은 파괴되지 않는다. 냉장고에 들어 있던 버섯이라도 이상 기한이 지났다면 무조건 폐기하는 것이 정답이다.

4. 조미된 육가공품 – 나이트레이트 및 니트라이트가 유독성 화합물로 전환
냉장 보관 중인 베이컨, 소시지, 햄류 등은 대부분 나이트레이트 또는 니트라이트(질산염류)가 보존제로 포함돼 있다. 이는 미생물 증식을 억제하는 장점이 있으나, 조리 및 보관 중 아민과 결합해 니트로사민으로 전환될 위험이 크다.
특히 이러한 가공육 제품을 냉장 후 재가열해 섭취하는 방식은 발암성 물질 생성 확률을 크게 높인다. 세계보건기구(WHO) 또한 가공육의 과잉 섭취가 대장암, 위암 발생률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이러한 제품은 가능한 한 냉동 보관 후 빠르게 소비하거나, 장기 보관 자체를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5. 다시 데운 시금치 요리 – 질산염이 니트로소 화합물로 변질
냉장 보관한 시금치 무침, 시금치된장국 등을 다시 데워 먹는 습관은 특히 주의해야 한다. 시금치에는 천연 질산염이 풍부한데, 시간이 지나면서 질산염이 환원되며 아질산염으로 바뀌고, 이를 다시 고온에 가열하면 니트로소 화합물로 전환될 수 있다.
이 화합물은 장내에서 흡수될 경우, 철 결핍성 빈혈, 메트헤모글로빈혈증 등 혈액 질환을 유발할 수 있으며, 소아나 노약자에겐 특히 위험하다. 시금치 요리는 반드시 1회 조리 후 남기지 않고 섭취하거나, 냉장 보관하더라도 다시 가열하지 않고 찬 요리로 소비하는 것이 안전한 조리 원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