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상현 콜마홀딩스 부회장이 남매 간 경영권 분쟁이 일단락된 지 3개월 만에 콜마비앤에이치의 사업구조를 전면 재편했다. 화장품과 건강기능식품 사업의 전문화를 내세웠지만 부친인 윤동한 회장과의 법적 공방이 이어지는 가운데 동생 윤여원 대표의 경영 기반을 약화시키는 수순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매각가의 적정성과 함께 확보된 자금이 중국 부실 법인으로 흘러가는 구조에 대한 우려도 확산되고 있다.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콜마비앤에이치의 종속회사 에치엔지는 지난달 30일 화장품 사업 부문을 계열사인 콜마유엑스에 약 195억원을 받고 양도하기로 결정했다. 양도 예정일은 올해 3월3일이다. 회사 측은 양도 목적에 대해 "핵심 사업에 집중하고 신규 사업 기회를 창출할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조치는 윤 부회장이 그룹의 양대 축인 화장품(한국콜마)과 건기식(콜마비앤에이치)을 명확히 분리·전문화하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에치엔지는 건기식 전문기업의 자회사임에도 지난해 3분기 누적 매출 약 766억원의 69%인 528억원을 화장품 부문에서 거뒀다.

같은 날 콜마비앤에이치는 한국콜마에 화장품 계열사 콜마스크의 지분 전량을 약 203억원에 처분했다. 불과 이틀 사이 에치엔지 영업양도와 콜마스크 매각으로 약 400억원 규모의 화장품 관련 자산을 정리한 셈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번 재편이 경영효율화 외에 지배구조 재편을 염두에 둔 판단일 가능성도 제기한다. 윤 부회장의 영향력이 강한 한국콜마 라인으로 화장품 자산을 옮기는 동시에 윤 대표가 관여해온 핵심 사업을 분리하면서 경영에 복귀할 여지를 줄였다는 해석이다.
경영권 분쟁이 일단락된 후 윤 대표는 실적부진 등을 이유로 ESG 부문으로 역할이 제한된 상태다. 콜마비앤에이치는 이승화 대표와 윤 부회장 각자대표 체제로 운영되고 있으나 윤 회장과 진행 중인 주식반환 소송 결과에 따라 향후 지배구조 변동 가능성은 남아 있다.
양도가액의 적정성과 관련해 시장에서는 이번 거래구조가 윤 부회장에게 유리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에치엔지 화장품 부문의 연간 추정 매출은 약 700억원이지만 양도가액이 매출의 3분의1 수준인 195억원으로 책정됐기 때문이다. 에치엔지 전체 순자산이 872억원임을 고려해도 화장품 사업의 매출 비중이 92%에 달한다는 점에서 가치 산정이 지나치게 보수적이라는 평가가 제기된다.
이에 대해 회사 측은 최근 수익성 악화와 재무구조를 가격 산정의 핵심 근거로 제시했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에치엔지의 부채가 300억원대인 만큼 이를 반영해 계산했다는 설명이다. 회사 관계자는 “영업양수가액은 단순 매출 규모가 아니라 실물자산과 부채 현황, 최근 수익성 저하를 반영한 현금흐름할인법(DCF)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산정했다”고 말했다.
다만 에치엔지의 실제 실적지표를 보면 가격 산정에 대한 해석에 여전히 여지가 남는다. 에치엔지는 2024년 27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한 데 이어 2025년 3분기 누적 기준으로도 18억원의 순이익을 유지하고 있다. 분기마다 약 6억원 내외의 순이익을 꾸준히 내는 사업부가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에 이전됐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생산지표 역시 급격한 위축 조짐을 보이지 않는다. 에치엔지의 화장품 생산량은 2025년 3분기 누적 기준 5027만개로 이를 연간 환산하면 약 6600만개에 달한다. 이는 2023년(6161만개)과 2024년(5924만개) 연간 생산량을 웃돈다. 이는 공장 가동이 오히려 확대되는 국면에서 해당 사업부가 낮은 가치로 평가됐다는 지적이 나오는 원인이다.
결국 윤 부회장이 주도하는 ‘건기식 올인’ 전략의 성패는 중국 시장에서의 가시적인 실적반등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콜마비앤에이치는 지난해 12월 중국 건기식 법인 강소콜마미보에 266억원을 투입했다.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조치지만 향후 실적회복이 뒤따르지 않을 경우 알짜사업을 헐값에 넘겼다는 소액주주들의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의 한 관계자는 “윤 부회장이 경영권을 확보한 직후 비앤에이치의 핵심 수익원이던 화장품 사업을 분리·매각하고 해당 자금을 재무 부담이 큰 해외법인에 넣었다”며 “지배구조 투명화라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오너 중심 사업의 지배력을 공고히 하는 방향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유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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