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윤식의 e런 사람] '개인전 첫 2회 우승' 박찬화, "새 역사 써 뜻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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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박찬화를 지난 6일 kt 롤스터 'FC 온라인' 팀 숙소 근처에서 만날 수 있었다. FC 프로 챔피언스 컵을 끝으로 2024년 모든 공식 대회를 마무리한 박찬화는 지난 1년을 되돌아봤다. 그는 만족스러웠던 국내대회, 아쉬움을 남긴 국제대회, 향후 계획 등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를 털어놨다
▶개인전 최초 2회 우승, 팀전 '쓰리핏'…"새로운 역사를 써 뜻깊다"
박찬화는 당시를 떠올리며 "(곽)준혁이 형이 16강서 떨어지고 혼자 남았을 때 형들 말 믿고 열심히 했다. 그러다 보니 운도 따라주고 잘 풀린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작년에 한 단계 스텝업한 느낌을 받았다면, 올해 또 우승하면서 단순히 스텝업을 넘어서 최정상에 머물 수 있는 실력이 된 것 같다"며 "그래서 올 한 해를 돌이켜보면 만족스러운 한 해다"라고 웃으며 말했다.
kt는 박찬화의 eK리그 챔피언십 최초 개인전 2회 우승에 더해, 최초로 팀전 3연패에 성공하며 겹경사를 누렸다. 박찬화는 "쓰리핏도 그렇고, 개인전 2회 우승도 그렇고 역사를 썼다는 생각에 뜻깊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후 국제대회를 치르면서 부족함을 뼈저리게 느꼈다고 한다. eK리그 챔피언십 결승에서 꺾은 상대인 WH게이밍의 세계 대회 우승은 박찬화와 kt에 새로운 자극이 됐다.
박찬화는 "저희 결승 상대였던 WH게이밍이 FC 프로 챔피언스 컵서 우승하는 걸 보고 느낀 생각은 우리가 아직 부족하다는 것이다"라고 힘줘 말했다. 그러면서 "잘하는 팀과 경기하면 배우는 게 있다. 저희 팀적으로도 '쓰리핏' 했다고 절대 자만하지 않고, 정상에 섰을 때 지키는 게 더 어려우니까 지키기 위해 더 열심히 해보자는 마인드다"라며 "그래서 각성하는 다음 시즌이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4강에서 멈춘 국제대회, 그럼에도 얻은 수확
그러면서도 박찬화는 "국제대회서 드디어 제 실력이 나왔다고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실제로 그동안 박찬화는 국제무대서 다소 부진한 모습을 보인 바 있는데, 이번 FC 프로 챔피언스 컵에서는 좋은 경기력을 보여줬다. 달라진 모습을 보인 비결에 대해 묻자, 박찬화는 팀의 맏형 김관형과 나눈 많은 대화를 꼽았다. 그는 "이번에 도박 수를 던졌다. 저는 4-2-3-1을 기반으로 한 전술을 고집하는데, 그동안 국제대회서 왜 통하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이야기했다.
이어서 그는 "국제대회에 오는 해외팀은 어떻게든 수비 전술을 만들어 온다. 저는 역습보다는 지공을 하는데, 4-2-3-1 기반 전술에서는 공격할 때 제가 상대 수비 한 명을 빼려고 해도 상대 수비가 딸려 나오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까 공격하는 입장에서 답답한 흐름이 나왔다"며 "그래서 이번에는 아예 공격 숫자를 늘리는 제로 톱을 사용했다. 연습을 많이 하지는 않았지만, 관형이 형이 '나는 너 실력 의심하지 않는다'라고 말해줬다. 그래서 그 전술을 하루 연습하고 대회에 나갔는데 잘 먹힌 것 같다"고 돌아봤다.
이에 더해 수비 전술의 핵심인 '공쪽으로 밀집' 금지 역시 적지 않은 영향을 줬다고 한다. 박찬화는 "이번에 4강 안에 한국 3팀이 든 건 공격적인 시스템을 만들어줘서 가능했던 거로 생각한다"며 "공격적인 팀인 태국의 어드바이스도 '텐백' 메타일 때는 국제대회에 나서지 못했었다. 그런데 '공쪽으로 밀집'이 금지되면서 어드바이스도 이번에 잘했던 게 아닐까 싶다"고 분석했다.
▶좋은 동료들과 함께한 3년의 프로게이머 생활
박찬화는 "처음 들어갔던 팀이 팀원 문제로 eK리그서 실격됐다. 그런데 당시 아시안게임과 리그 시기가 겹쳤는데, 크레이지윈서 국가대표인 (곽)준혁이 형이 리그를 뛰지 못할 것을 대비해 한 명을 뽑아야 했다"며 "그때 잘하는 선수들은 다 팀이 있었다. 그래서 아마추어 중에 뽑아야 했는데, 광동 프릭스의 강준호 선수하고 당시에는 같은 팀이 아니었던 (김)정민이 형이 저에 대해 좋은 말을 많이 해줬다고 하더라. 그래서 운 좋게 준혁이 형의 연락을 받고 팀에 들어가게 됐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렇게 새로운 팀에 둥지를 튼 박찬화는 곽준혁에 더해 이후 김정민까지 합류하면서 '황제' 칭호를 얻은 두 명의 선수와 함께 프로 생활을 하고 있다. 전술적인 부분에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는 김관형의 존재 역시 컸다. 박찬화는 "제가 이렇게 빠르게 성장할 수 있던 거는 절반 이상이 형들 덕분이다"라며 "제가 그전에는 아마추어였는데, 형들이 워낙 많이 챙겨주다 보니까 이렇게 우승할 수 있던 것 같다. 형들 덕분이다"라고 웃으며 이야기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며 2022년 처음 오프라인 무대서 프로 경기를 치른 박찬화. 그의 첫 오프라인 무대는 eK리그 챔피언십 초대 대회였다. 그래서일까. 박찬화는 eK리그에 대한 깊은 애정 역시 드러냈다. 그는 "국제대회서 한국 팀이 잘할 수 있는 이유는 eK리그가 크다고 생각한다. 마침, 제가 데뷔할 때부터 오프라인 대회가 시작됐고 이후에는 국제대회도 오프라인으로 진행됐다. eK리그 없이 온라인으로 선발전을 진행했다면 우리나라 팀이 국제대회서 이렇게 잘할 수 있었을까 싶다"며 "또, eK리그는 공격적인 룰을 추구하는데, 저희 팀은 그런 부분에서도 만족하고 있다"고 말하며 미소 지었다.
▶부담보다는 만족감이 큰 '최강자 타이틀'
박찬화는 "프로게이머라는 직업을 선택했다면 누구나 최정상에 서는 걸 꿈꿀 텐데, '내가 이 정도 위치가 됐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부담보다는 만족감이 크다"라며 "저희 팀에서 정민이 형은 'FC' 시리즈 통틀어서 레전드고, 준혁이 형은 '황제'로 불리니까 제가 주목받기 어려운 자리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제 kt를 생각할 때 저를 떠올려주는 분도 많이 생긴 것 같고, 개인전 우승도 두 번을 했기 때문에 보람도 느낀다"고 힘줘 말했다.
FC 프로 챔피언스 컵을 끝으로 박찬화는 올해 열리는 공식 대회 일정을 마쳤다. 남은 2024년 계획을 묻자, 그는 "9월 말부터 개인 방송하면서 팬들과 소통하고 폼도 유지할 생각이다"라며 "또, 그동안 eK리그와 국제 대회가 연속으로 겹치는 바람에 쉴 시간이 많이 없었다. 그래서 계획적인 생활을 하면서 저 자신을 위한 시간도 보내고 싶다. 또, 연말에 이벤트 대회 일정이 있을 수도 있으니까 폼을 유지하면서 의미 있는 시간 보내려고 한다"라고 답했다.
마지막으로 박찬화는 팬들에게 감사 인사를 남겼다. 그는 "응원해 주는 팬이 많이 생겼는데, 응원이 저에게 좋은 자극이 된다. 덕분에 좋은 성과 나온 것 같아서 너무 감사드린다. 앞으로도 저와 저희 팀원들 응원해 주면 더 좋은 성적 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이제 날씨가 쌀쌀해지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추석인데, 추석 때 맛있는 거 많이 드시고 좋은 명절 보내시면 좋겠다"는 말과 함께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강윤식 기자 (skywalker@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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