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이자 의원님, 공공기관의 존재 목적이 '尹정부 지지율 올리기'입니까?
의정 활동의 꽃, 국정감사가 한창입니다. 국정감사는 국정 전반을 감독하고 살피는 일을 말합니다. 국정감사가 진행되는 10월 한 달은 3부 중 입법부인 국회가 가지고 있는 대정부 견제 기능을 집중적으로 발휘하는 기간입니다. 반대로 피감기관에는 일방적으로 두들겨 맞아야 하는 가장 괴로운 시기이기도 합니다.
17일 환경노동위원회 국감에서는 윤석대 수자원공사 사장이 기관 증인으로 나와 여야 모두로부터 쓴소리를 들었습니다. 야당 위원들은 기후위기댐 추진의 적절성을 위주로 추궁했고, 여당 위원들은 수자원공사 직원들의 횡령 의혹 등 조직 내 기강해이 문제를 꼬집었습니다. 정부와 한배를 탄 여당이 국감에 열성을 보이기가 쉽지 않은데, 이번 환노위 국감에서는 여당 위원들도 열심이라 퍽 흥미로웠습니다.
여당 위원들 가운데 수자원공사를 가장 세게 채찍질했던 이는 국민의힘 임이자 의원이었습니다. 임 의원은 4년 전 섬진강과 금강 일대에 발생한 대규모 수해의 원인이 당시 수자원공사가 댐 방류 및 변경 계획 통보를 늦게 한 탓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일부 피해 주민들은 아직도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며 공사가 이들을 보듬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임 의원은 "문재인 정부에서 일어난 일들"이라면서 "윤석열 정부는 달라야 한다. 윤석열 정부는 실력 있고 따뜻하게 보듬을 줄 알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또 "전향된 자세를 취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정권 교체한 의미가 없지 않느냐. 문재인 정부에서 벌여놓은 일을 윤석열 정부에서 따뜻하게 보듬어야지, 그때나 지금이나 같다고 하면 다를 게 뭐냐"며 거듭 수해 피해 구제를 위한 적극적 역할을 촉구했습니다.
고개가 끄덕여지는 말입니다. 지난 정부에서 벌여놓은 일이라도 이를 수습하고 바로잡는 게 바람직한 정부의 모습일 것입니다. 그런데 여기까지였으면 좋았을 것을, 임 의원은 한발 더 나아갑니다.
윤석대 : 네. 의원님이 말씀하신 내용 잘 참고해서...
임이자 : 참고하지 마시고 그렇게 하도록 하세요. 그렇게 해야 윤석열 정부가 지지율이 올라갈 것 아녜요?
결론이 어째 이상합니다. '그렇게 해야 윤석열 정부가 지지율이 올라갈 것 아니냐'니, 결국 수자원공사 사장에게 윤석열 지지율을 높이기 위해 열심히 하라고 한 셈입니다.
수자원공사는 환경부 산하 공공기관입니다. 모두가 알다시피 공공기관의 직원들은 국가와 국민을 위해 복무합니다. 5년마다 정부는 바뀌어도, 몇몇을 제외한 대부분의 구성원은 제자리에서 자신이 맡은 공공 업무를 수행합니다. 그런 기관의 수장에게 '윤석열 정부 지지율을 높이기 위해 열심히 하라'는 말이 과연 적절한 지적 또는 격려였을까요.
저는 이 발언이 단순 말실수로 보이지 않습니다. 크나큰 착각에서 비롯된 발화로 보입니다. 공무원, 또는 공공기관 직원들은 현 정부를 위해 복무한다는 착각, 그러니 그들을 장기 말처럼 부려도 된다는 착각. "그런 의도가 아니"라고 하겠지만, 임 의원은 저 발언을 통해 수자원공사의 대표를 윤석열 정부 지지율을 위한 수단, 또는 윤석열 정부를 위한 복무자로 취급했습니다. 매우 무례한 행태가 아닐 수 없습니다.
대전에 있는 수자원공사 사장과 직원들이 서울까지 불려 와 전국에 생중계되는 가운데 타박을 받아야 한다면, 그 이유는 오로지 '국가'와 '국민'을 위한 업무를 소홀히 했기 때문이어야 합니다. 그리고 정부의 지지율 상승은 좋은 정책에 따른 부대 효과인 것이지, 공공기관 존재의 목적이 될 순 없습니다.
국회가 매년 국정감사를 벌이는 이유도 마찬가지입니다. 국민 삶을 향상시키고 국가 발전을 도모하기 위함입니다. 국정감사가 현 정부만을 위한 이벤트라 생각한다면, 대단한 착각이 아닐 수 없습니다.
가끔 사석에서 공무원들을 만날 때마다 '전반적으로 사기가 떨어졌다'는 얘기를 듣습니다. 왜들 그런 푸념을 하는지 알 것 같습니다. '국가를 위해 큰일 한다'는 자긍심을 갖지 못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들의 자긍심을 뺏는 범인이 누군지 저는 이제 알 것 같습니다.
임 의원은 국정감사와 공공기관의 존재 이유와 목적에 대해 다시 생각하길 바랍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묵묵히 제자리에서 공공을 위해 헌신하는 이들을 향해 진심 어린 사과를 할 것을 촉구합니다.
[서어리 기자(naeori@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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